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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with 치킨' 시즌3-2] 4주차 – 삐딱해서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이명훈 참석자)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28 / 등록일 : 20-02-10 16:30

주말이면 늘 세미나에서 논의할 논문들을 읽느라 바빴는데 이번주가 벌써 4주차이고 다음주면 이제 마지막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세미나가 지루하지 않았고, 또 세미나와 치킨이 모두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번주에는 성승현 연구원님께서 사이드메뉴까지 준비해주셔서 더 배부르게 세미나를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치킨과 관련된 씁쓸한 현실이 모임에서 논의되는 내용과도 연결되고, 치킨을 섭취하는 우리 또한 현실 문제와 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 사회의 대안이 안 보이는 것처럼 치킨 이외에 우리 야식의 대안은 없을까를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번 세미나도 어김없이 '너무 삐딱해서 도대체 어쩌라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뭐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지만 치킨이 답이다라는 정도로 합의하고 모임을 끝냈습니다^^

  

푸코의 ‘통치성’이론의 관점에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협동조합이 국가 정책과 신자유주의에 포섭될 수 있다는 비판, 그리고 특정 개인private(or individual)이나 소수가 아니라 공공성(共, commonwealth)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하승우의 책 『공공성』을 놓고 토론하며 오늘도 역시 그럼 대안은 뭘까라는 삐딱한 날을 세워 보았습니다.

 

먼저, 박원순 시장을 선두로 하는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푸코의 ‘통치성’이론으로 난도질 해보았습니다. 이번 시즌 참가자인 박주형님 본인의 논문이고 동시에 발제도 해주셨는데 정말 이해하기 쉽게 발표해주셨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지금의 마을 공동체 사업이나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은 둘 다 통치자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통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통치기술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정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차등적 지원을 받아 제도 속으로 규정하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방적 정치운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대안적인 시도가 계산가능하고 통치가능한 제도로 인위적으로 가공되어져 신자유주의로 해석할 수 있는 언어와 체계로 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의도는 좋지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분명 경계하고 깊이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읽고 나서 그럼 도대체 대안이 무엇인데 라는 생각도 들고 다른 참가자분들도 그래서 어쩌라는거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저자분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한 것이 아니라 푸코의 이론을 통해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셨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이러이러한 상태다라고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의 논의는 현재 진행되는 대안적 마을 공동체 담론을 이렇게 삐딱한 시각으로 보고 신자유주의적인 언어와 다른,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두번째로 저 멀리 안산에서 오신 한의사 권제세 선생님께서 협동조합을 삐딱하게 본 논문들을 발제해주셨습니다. 정부 정책에 종속되고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포획되어 내면화되는 대안적 운동들을 보며 협동조합 운동의 많은 약점을 보았습니다. 협동조합 본연의 목적과 특성에 충실하지 않으면 오히려 협동조합 운동은 시장경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소비자 인식, 경쟁, 효율, 시장만능주의에 경도되고 자발적이고 자율적, 민주적, 국가나 자본과의 독립, 지역과의 만남 및 소통이 부재했을 때의 실패사례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는 근대에 들어 부각된 부분이 아니라 원래 인류의 역사가 협동하는 인간의 역사였으므로 사회적 경제와 협동의 원리는 다시 회복되어야 할 부분이다라는 대목에서 놀라는 저를 보고 신자유주의 원리에 한참 찌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경쟁과 효율에 중독되어 평가하고, 평가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은 사람 자체에 대한 존중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망을 기초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은 전체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마지막에 결론에서 일단 우리 서로 마주보고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세계평화와 지역사회운동이 언급된 것이 뜬금스럽기는 하지만 심각하게 개인화된 것을 기초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협동의 원리이고, 그렇게 내부적으로 협동하는 협동조합 조직이 지역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한 협동의 법칙이고, 그렇게 사회적 관계망이 확장된다면 평화는 확산될 것 같습니다.

 

하승우의 책 『공공성』도 함께 읽었습니다. 공公public과 사私private 그리고 공共commonwealth과 개個individual로 분류해 public보다 commonwealth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이 공공성이라 정리했습니다. 동서양과 한국의 역사적 공공성 개념에 대해 살펴보면서 다양한 공공성의 성격들도 살펴 봤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심각한 공간의 사유화가 시민의 사적 분리로 이어져 공론장의 형성 자체를 방해하여 시민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가능성을 줄인다는 사실입니다. 만남이 부재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공간마저 침해 받고 있고, 높은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문제로 살아가기도 바쁜 일상 속에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권력을 비판할 여력이 없습니다. 토지정의운동과 연관지어 공共의 의미가 회복되길 바랍니다.

 

좋은 이상들은 왜 실현되지 않는지 그 동안의 역사와 사례들을 최대한 삐딱하게 보다 보면 더 정교한 이상을 꿈꿀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대안은 뭘까라는 말보다 어떤 상황인지 먼저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래서 사회적 경제를 마냥 추구해야 할 완벽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조심스럽게 보게 되었습니다. 비인간적인 경제 시스템을 비판하고 다른 대안들을 실행하고 싶으면서도 그 행위 자체가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건하게 하는 것이 되지 않으려면 삐딱하게 보았던 사례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모여 공부하고 더 많은 치킨을 먹는게 첫 번째 대안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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