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6주차 세미나를 끝으로 <‘책읽기 with 치킨’ again 시즌1 : ‘진보와 빈곤’ 다시 읽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2013년 10월 22일, 치킨을 먹으면서 ‘진보와 빈곤’을 함께 읽어보자는 세미나로 처음 시작했던 ‘책읽기 with 치킨’이 이렇게 1년 이상 지속될 거라고는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첫 세미나의 어색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겨우 10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냉골같이 추웠던 용산의 (구)헨리조지센터 마룻바닥에 10명이 옹기종기 모여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었는데 말입니다. 당시 저희 연구소에서는 일방적인 강의 위주의 아카데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모으기가 쉽지 않겠다는 내부 평가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한 독서세미나에 10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30명 정도는 거뜬히 모이는 세미나로 성장한 것을 보니 감회가 정말 남다릅니다^^

감회가 남다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진보와 빈곤’을 텍스트로 했던 시즌1에서 10명이 모였던 세미나가, 1년여가 흐른 뒤 똑같은 ‘진보와 빈곤’으로 세미나를 진행했음데도 불구하고 30명이나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6주차 모임에서 한 참석자는 자신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헨리 조지를 공부하는 다른 모임에서 항상 6-7명 정도만 모이다가, 이렇게 한 공간에 20여권의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놓여있는 것을 보니 감동스럽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그것도 6주동안 ‘진보와 빈곤’을 읽는 모임을 꾸준히 참석한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again 시즌1 ‘참석자들의 학구열은 대단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헨리 조지의 이론은 여전히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민들의 열기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again 시즌1’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준 높은 토론이 매 주 이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무조건 헨리 조지를 극찬하는 감상적인 평가 혹은 헨리 조지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서 쏟아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은 별로 없었습니다. 19세기에 쓰여진 책인 ‘진보와 빈곤’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고, 현대의 관점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again 시즌1’은 30주년을 맞은 한국의 토지정의운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토지정의운동은 헨리 조지의 이론을 한국사회에 소개하고, 그것이 한국사회에 어떻게 대입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주요한 운동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토지정의운동은 헨리 조지의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21세기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환경문제, 제3세계의 빈곤문제,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 세계화의 문제 등)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이야기 한 ‘어울림 속의 평등’이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19세기가 아닌 21세기에 더욱 어울리는 개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혹자는 헨리 조지의 이론이 19세기 농업사회에서나 걸맞았던 이론이 아니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자본주의사회는 '계급적 대립관계’나 ‘시장만능주의’로는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그 모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헨리 조지가 이야기 한 ‘토지가치공유’는 해답이 될 수 없을까요? 저는 전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공유'해야 할 확장된 ‘토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면 거기에 분명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헨리 조지가 이야기 한 진정한 ‘어울림 속의 평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그 길을 찾기 위해 계속 ‘치킨'을 먹으며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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