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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종부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토지사개념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882 / 등록일 : 20-02-07 19:26



종부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토지사개념 
법학자 차진아 교수의 토지공개념 헌법 명문화 반대론 비판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토지공개념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학자인 고려대 차진아 교수가 <동아일보> 4월 5일 자에 '토지공개념의 패러독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 차 교수는, 기존 헌법이 토지공개념 정신을 담고 있음에도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려는 것은 과거 위헌 혹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던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시키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토지재산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문이 없어서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차 교수의 걱정을 기우로 본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는 적잖은 오류도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토지제도에는 토지사(私)개념이 강하게 배어 있다

 

 현행 헌법에는 토지공(公)개념 정신이 배어 있고 헌법재판소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차 교수의 주장은 맞다. 현행 헌법 제122조에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과 생활의 바탕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가 토지공개념의 근거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과 달리 우리나라의 토지 관련 법과 제도는 토지사(私)개념 정신이 강하게 배어 있다. 

 

토지를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풍토가 해방 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 토지 관련 법과 제도에 토지私개념 정신이 강하게 배어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다. 헌법이 토지公개념 정신을 지지한다면 토지는 치부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과 하위 법규 간의 불일치는 마치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과 같다. 물론 토지에는 일반 재화보다 강하게 이용과 처분에 있어서 제한을 가한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의 핵심인 수익권 환수는 어림도 없다. 이런 까닭에 토지공개념의 핵심 정책 수단인 토지보유세가 지나치게 낮은 것이고, 대표적인 토지 불로소득인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노력 소득인 소득세와 비슷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보인 토지의 특수성 인식도 불완전하다 

 

 헌법재판소는 토지공개념이 헌법의 정신이라고 여러 판결에서 밝혔다. 하지만 실제 판결한 것을 살펴보면 다른 면이 발견된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특수성에 근거한다. 즉, 토지는 사람이 만들지 않았고 그 양을 늘릴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의 생활에 꼭 필요한 재화로서 사람이 만든 일반 재화와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토지 위에 지은 주택은 금융자산과 달리 가족(세대) 단위로 소유하고 있는 것도 토지의 특징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에 관한 위헌 결정에서 세대별 합산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 이유도 2002년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부부합산과세를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와 같은 것으로 말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시 부부의 이자소득을 합산해 (누진세율의 고율로) 과세한 것이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배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는데, 종합부동산세 역시 세대 합산으로 인해 그렇지 않다면 과세 대상이 아니었을 세대원 소유의 부동산이 종부세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세율 역시 누진 구조로 인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혼인과 가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했다는 것이다. 이는 헌재가 부동산, 정확히 말해서 토지의 특수성을 불완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토지자산과 금융자산이 어떻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까닭에 토지공개념 헌법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 때문에 투기를 못 잡았다고? 

 

차 교수는 또 부동산 투기를 못 잡은 이유가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무현 정권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부동산 거품을 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국민들에게 과도한 양도세를 부과하여 팔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대다수 부동산 보유자들이 정권 끝나기를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공급이 줄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더 상승했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던 강력한 부동산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4월 5일 자 <동아일보> 칼럼 '토지공개념의 패러독스' 중)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는 집권한 지 3년이 다 된 2005년 말에 가서야 국회를 겨우 통과했다. 1가구 2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50%,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60% 중과도 그때 통과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06년 1년간 유예했다. 1년간 유예해줄 테니 다주택자들은 투기목적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은 이런 정책에 반응하지 않았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분명히 후퇴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고, 그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1주택자도 아니고 다주택자에게 매매차익인 불로소득의 50~60%를 환수하는 것이 정말 과한 걸까? 차 교수는 "팔면 오히려 엄청난 손해"를 본다고 했는데, 대체 뭐가 손해가 난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발생한 불로소득의 40~50%를 가져가는 것이 손해라는 말인가?  

 

워낙 짧은 칼럼이라 차 교수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차 교수는 노동과 사업을 통한 노력 소득과 토지를 통한 불로소득의 차이를 간과하는 듯하다. 또한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는 토지투기가 시장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생산'경제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점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차 교수에게 다음을 깊이 고민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법조문 간의 정합성만 따지지 말고, 매년 토지를 과다하게 소유한 개인과 법인이 300조 원 이상의 토지 불로소득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을. 또한 그것이 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그리고 더불어서 토지 불로소득과 기타 불로소득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율의 토지보유세를 발표하면 <동아일보>는 어떻게 할까

 

 차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할 경우 토지재산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을 기우라고 본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해도 현행 헌법 23조 1항이 정해놓은 '재산권 보장'의 한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과잉금지원칙'과 '본질내용침해금지원칙'에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정책 수단이 있다면 그것은 토지 불로소득 환수에, 다시 말해서 토지투기 차단에 가장 효과적인 고율의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지대소득이 줄고 지가의 안정화가 이루어져 매매차익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만약 현행 헌법 체계 안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대책을 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간의 보도 태도로 보건대, 차 교수의 칼럼을 실어준 <동아일보>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을 동원하여 '위헌'이라는 기사를 매일 같이 내보낼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발이익환수제 조차도 위헌성이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는 마당에 고율의 토지보유세는 오죽할까 싶다. 그리고 그동안 토지공개념 관련 결정으로 유추하건대, 현행 헌법 체계 아래서 만약 헌법재판소가 고율의 토지보유세에 관한 위헌 심판을 하게 된다면 '위헌'으로 결정 내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면, 다시 말해서 토지의 특수성을 헌법에 강하게 반영하면 고율의 토지보유세를 실시하고 토지투기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고 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차 교수의 토지공개념 헌법 명문화 비판은 근거가 약하고 기우에 기초했으며 토지사(私)개념의 정신이 강하게 배어 있는 오늘날의 토지 관련 법과 제도의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차 교수가 토지의 특수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토지 불로소득이 비(非)토지소유자들의 사유재산권을 얼마나 침해하는지, 자유 시장 경제를 어떻게 곤경에 빠뜨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토지가 일반 재화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관련 결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것인지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토지투기를 해결하는 데에 토지공개념 헌법 명문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2018년 4월 14일> 종부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토지사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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