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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보내는 공개 서한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761 / 등록일 : 20-02-07 20:47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보내는 공개 서한 

[기고] 北, 南 토지사유제 전철 밟지 않기를…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북쪽과 활발한 교류협력 사업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하나누리 부설 '토지+자유연구소'라고 합니다. 혹시 '토지공개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토지공개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쪽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였습니다. 저희는 토지공개념 정신을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이론과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민간연구소입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난 10시간은 역사적으로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김 위원장님 발표에 우리는 크게 놀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님께 '한반도신경제지도'라는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기사도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아무튼 놀라운 일의 연속입니다. 지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온갖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수립과 북미수교, 그리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북쪽의 경제재건과 발전의 내용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토지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혹시 남쪽처럼 토지투기와 부정부패 그리고 불평등 심화를 초래하는 토지사유제의 길로 가지 않을까 하고 저희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개발 초기에 정의롭고 효율적인 토지제도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경제재건의 속도는 더뎌지고, 성장의 과실을 인민 전체가 아니라 일부 특권층이 독식하며, 결과적으로 사회 갈등은 증폭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남쪽의 토지사유제는 정의롭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합니다

 

 해방 후 남쪽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토지가 어떤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문제를 야기해왔는지는 김 위원장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남쪽의 토지사유제는 만성적 투기문제와 그로 인한 빈부격차와 경기침체 및 불황의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남쪽의 토지사유제는 정의롭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합니다.  

 

활기찬 시장경제를 운영하려면 사유재산제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사유재산제는 노력과 기여한 사람에게 그 결과를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래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생산자는 더 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소비자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좋은 상품을 고르려고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발전하게 됩니다. 위원장께서도 이러한 사유재산제를 북쪽에 정착시키려고 하시겠죠. 그러나 토지는 노력과 기여를 통해서 만들어진 재화가 아닙니다. 토지는 주어졌습니다.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 뼘의 땅도 만들 수 없습니다. 토지는 모두의, 다시 말해서 인민 전체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토지사유제는 부정의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토지도 단독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소유권의 3요소 중 '처분권'과 '이용권'만 개인에게 귀속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토지사용의 결과가 아니라, 토지 자체에서 나오는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수익권'까지 개인에게 귀속시키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토지투기와 불평등과 금융위기는 바로 수익권까지 개인에게 귀속시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토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면 양질의 땅을 놀리거나 저(低)사용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토지라는 매우 중요한 한정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입니다.

 

북쪽의 토지국유제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북쪽의 토지국유제가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토지국유제 또한 극복되어야 할 제도입니다. 북쪽이 1946년 무상몰수-무상분배 방식으로 농지를 농민에게 분배하는 토지개혁을 실시할 때만 해도 토지사유제 틀을 유지했지만, 결국 1958년에 가서는 토지사유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국유제를 확립시켰습니다. 도시 토지는 국가소유로, 농촌 토지는 협동농장소유로 하는 이원 구조로 갔다고 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둘 다 본질상 토지국유제입니다.

 

사회주의에서 실행하는 토지국유제의 문제는 국가가 계획에 따라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북쪽도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토지가 노동의 생산물이 아니고 가치를 갖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토지와 자연자원에 임대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토지와 자연자원의 낭비이고 이것이 바로 토지국유제가 보여준 엄청난 비효율입니다. 

 

공공토지임대제로 가야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시장경제로 전환할 때 토지제도의 선택지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즉각적인 토지사유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재앙을 불러옵니다. 왜 그런지는 러시아가 체제전환을 할 당시인 1990년,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제임스 토빈(James Tobin) 등 4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포함하는 30명의 경제학자들이 러시아 대통령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토지사유제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면 토지가격이 폭락할 수 있고, 불하(拂下)받은 토지를 전매한다면 생산적 노력이 없이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과 불만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Nicolaus Tideman et. al.. "Open Letter to Mikhail Gorbachev". in Richard Noyes ed.. Now the Synthesis. Shepheard-Walwyn. 1991. pp. 225-230).  

 

두 번째 선택지는 점진적 토지사유제입니다. 즉각적 토지사유제가 많은 문제를 초래하니 당분간 국유제를 유지하다가 점진적으로 토지사유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위험합니다. 결국 토지사유제로 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 토지사유제에서 일어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선택지는 공공토지임대제입니다. 국가가 토지를 토지사용자에게 (시장)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는 것이 공공토지임대제입니다. 위의 30명의 학자들이 지지한 제도가 바로 이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수익권을 임대료로 완전히 환수하고, 처분권은 국가가, 이용권은 개인에게 확실히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다만 여기서 건물과 같은 토지개량물은 개인의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이 안심하고 생산적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북쪽은 현재 토지가 국유화되어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공공토지임대제를 당장에라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공공토지임대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임대기간, 임대료 납부 방식, 임대료 책정 방식, 국가의 태도 등이 중요한데, 이것을 여기에서 상론하기 어려우니 남쪽의 국책연구원인 '통일연구원'에서 발행한 연구물('통일 대비 북한토지제도 개편 방향 연구' 통일연구원. 허문영·전강수·남기업, 2009)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공공토지임대제의 눈부신 예상 효과  

 

 공공토지임대제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상당히 많은데, 여기서는 세 가지만 언급해보겠습니다. 첫째, 토지투기가 사라집니다. 누차 언급했듯이 토지투기는 경제 전체를 괴롭히는 골칫거리입니다. 토지투기라는 행위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경제활동인데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면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투기가 발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토지투기라는 비생산적 경제활동이 사라지는 대신, 고용을 창출하고 국부를 증진시키는 생산적 투자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둘째, 재정의 자기조달(self-financing) 시스템이 가능해집니다. 앞으로 북쪽은 사회적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면 인프라 설치로 인한 토지 가치 발생 및 상승분을 임대료로 환수할 수 있기 때문에 설치비용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소득분배 상태가 양호해집니다. 남쪽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인데, 이것의 주된 원인이 바로 토지입니다. 토지를 가진 사람이 매년 350조 원 이상의 불로소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소득은 생산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하위계층으로부터 이전된 것입니다. 남쪽 경제가 이전투구로 보이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성장의 과실을 인민 전체가 함께 향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중국의 토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위원장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도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는 데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 않나, 하는 의문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문제는 제도가 불완전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장 중요한 토지임대료를 확실하게 징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수익권을 국가가 제대로 환수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모든 토지를 임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토지사용권이 일차적으로 민간에 양도되는 방식은 '행정배정방식, 유상매각방식, 임대방식, 기업출자방식, 수탁경영방식' 등 크게 5가지로 분류되는데, 무상으로 양도되는 행정배정 방식, 기업출자방식, 수탁경영방식의 비중이 여전히 높습니다. 모든 인민이 누려야 할 임대료를 일부만 향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정부패도 심합니다. 또 유상매각 방식의 경우 입찰이나 경매가 아닌 주로 협의 방식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임대료를 일시불로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시불로 받으면 목돈이 없는 사람은 사용권을 취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일시불로 받으면 사회가 발전하면서 증가하는 토지 가치를 임대료로 환수할 수 없기 때문에, 게다가 자유롭게 양도 가능하기 때문에 환수하지 못한 임대료가 가격으로 형성되어 결국 투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투기는 바로 이런 데서 연유합니다. 그러므로 북쪽이 중국의 토지제도를 참고할 때, 임대료 환수와 방법에 관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북쪽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염원합니다 

 

 남쪽의 대다수는 북쪽이 경제발전에 성공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쪽처럼 토지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토지투기를 뿌리 뽑은 정의롭고 효율적인 시장경제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쪽만이라도 토지공개념 정신이 구현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북쪽은 대대적으로 인프라를 설치해야 합니다. 공장도 지어야 합니다. 주택도 다량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토지 위에서 행해집니다. 토지제도가 잘못되면 공장 짓기도 어렵고, 도로 설치도, 주택 공급도 쉽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분배 상태는 나빠집니다. 그러니 부디 북쪽은 남쪽과 같은 토지사유제도 아니고 현재 북쪽의 토지국유제도 아닌 시장경제와 친화성이 가장 높은 공공토지임대제를 실현하기를 바랍니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번영의 계절이 속히 오기를 고대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승하십시오. 

 

​<프레시안 2018년 5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보내는 공개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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