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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노무현 정신' 계승되고 있나?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708 / 등록일 : 20-02-07 23:36



'노무현 정신' 계승되고 있나? 
서울 아파트값 폭등, 정말 막을 수 없는 일이었나 

  


이태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재임 기간 중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 있고, 이 기간 내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부 취임 전으로 돌아간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만 보자면 노무현 정부 시기와 문재인 정부 시기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보이는 양상은 유사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 시즌2'라고 비웃는 비대언론들의 평가는 온당한 것일까?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크게 수요, 공급, 금리라고 할 때, 이 세가지 요인들을 분석하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처한 객관적 조건이 비교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폭발하는 시장에너지에 맞선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르렀고, 주택보급률도 지금보다 낮았으며(2005년 98.3% vs 2017년 103.2%), 기준금리(3.25%~5.00%)도 지금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즉 가계의 소득이 빠르게 늘었고(소득이 늘면 주택 구매 욕구가 높아진다), 주택공급도 지금 보다 적었으며, 기준금리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악'소리가 날 정도로 높았는데 이는 경제의 체력이 튼튼했음(가계와 기업이 3.25%~5.00% 수준의 금리를 감당할 여력이 된다는 의미)을 방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무현 정부가 세제(보유세 및 양도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개발이익 환수장치, 대출관리(LTV 및 DTI), 분양가상한제(공공 및 민간택지), 2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공급확대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모두 투사(물론 강도와 타이밍은 지적할 부분이 있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에 가서야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뒤집어 말하면 참여정부 당시 시장내면의 에너지(투기적 가수요+실수요)는 너무나 강력해서 살인적인(?) 금리를 감당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비록 한시적이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퍼붓는 수요억제 폭탄과 공급확대 폭탄도 너끈히 견딜 수 있었다.


유동성에 기댄 상승장세를 방관한 문재인 정부 


노무현 정부와 비교할 때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취임 첫해 3.1%를 찍었던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2.7%로 꺾였고, 올해는 2%대 초반이 확실시된다. 경제성장률이 급감하는데 더해 소득분위별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이제 서울 아파트(강남 아파트가 아니다)를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건 5분위 정도다. 그간 공급을 주구장창 해 댄 탓에 주택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대신 다주택자가 폭증(2주택자 2012년 대비 2017년 29.9%증가, 3주택자 2012년 대비 2017년 39.2% 증가)했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도 폭증(주택소유 상위1%가 소유한 주택이 2007년 평균 3.2채에서 2017년 6.7채로 폭증)했다. 쉽게 말해 근년의 서울 집값 폭등은 '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준금리는 현재 1.50%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기준금리가 가장 낮았던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1.25%였다. 


한 마디로 말해 문재인 정부는 수요 사이드와 공급 사이드 모두 집값이 폭등할 조건이 아니다. 소득이 느는 속도가 줄고 그나마 소득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매수세가 확산되기 힘들고,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기준금리가 적정금리 수준을 아득히 하회하는 건 분명 집값 상승에 우호적인 요인이지만,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건 경제 체력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증거이며,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근래의 깁값 폭등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취약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본격화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장은 거의 전적으로 유동성에 기댄 유동성 장세에 불과하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에 박근혜 정부 시기의 저금리 기조를 강하게 탄핵하며 기준금리를 추세적으로 빠르게 인상했거나, 보유세를 참여정부 수준으로 복원시키겠다고 천명했거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전격적으로 철회했다면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어떻게 책임지려는가? 


문재인 정부 시기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자산 양극화를 사회적 신분 수준으로 고착시켰을 뿐 아니라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일체감과 연대감을 완전히 파괴했다. 정말 피를 토할 일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태산 같은 과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 쓰나미에 맞서 방파제를 높게 쌓았지만, 쓰나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거친 파도를 막을 방파제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피해를 시민들에게 입혔다. 그러고도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것이 맞는가?"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부동산에 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하겠다. 


<프레시안 2019년 8월 3일> '노무현 정신' 계승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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