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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전세값 폭등? 그럼 집값을 띄우라는 말인가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973 / 등록일 : 20-02-08 14:27



전세값 폭등? 그럼 집값을 띄우라는 말인가
매매시장 안정되니 전세가격 오른다고 호들갑 떠는 미디어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문재인 정부가 12.16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보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12.16대책은 전격성, 밀행성, 고강도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데,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기미가 역력하다.


작년 27일 한국감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를 기록해 그 전주 상승률 0.2%의 절반에 머물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는 강남 3구와 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 상승률이 0.1%를 기록해 전주 상승률의 3분의 1 이하로, 최근 폭등했던 양천구 상승률도 0.61%에서 0.23%까지 각각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12.16대책은 2018년 9.13부동산대책 이후 소강상태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전광석화처럼 등장했는데, 이런 강도의 정책이 작년 봄쯤에 나왔으면 서울 아파트시장은 확실히 하향안정화 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은 등락도 중요하지만 거래량도 매우 중요한데, 7월에 8814건을 기록해 작년 들어 최고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6605건, 9월 7001건으로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다 10월 1만1509건으로 폭발했고, 신고기간이 아직 1개월이나 더 남은 11월에도 8802건으로 폭증하며 완연히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가아파트 직격해 시장을 하향안정화시켜라

 
12.16대책은 고강도의 대출(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관리를 핵심내용으로 하는데 주로 15억 이상의 고가 주택과 9억 초과의 고가주택이 타깃이다. 


12.16대책에 담긴 정부의 생각은 대강 이런 것 같다. 근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투기수요가 주된 것이고 투기수요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물건을 매집대상으로 하는데, 투기수요가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고가 아파트(강남재건축 아파트, 강남·서초·송파의 랜드마크 아파트, 마포·용산·성동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끌어올리면 이게 일종의 기준이 되고 여기에 맞춰 서울 아파트, 신도시 아파트, 경기도 아파트가 키를 맞춘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고가 아파트 매수에 동원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끊어내 고가 아파트에 낀 거품을 걷어내고 그 여파가 다른 지역 아파트들까지 파생되도록 하자.


만약 정부의 생각이 저런 것이라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해법은 모두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는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올랐다. 그게 다 투기수요 때문이다. 투기수요는 기대수익률을 쫓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 이외엔 투기수요를 잠재울 길이 없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법은 보유세를 주된 수단으로 하고 양도세를 보조수단으로 해서 가져갈 수 있는 불로소득의 크기를 줄이는 것과, 투기에 사용할 레버리지를 없애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레버리지를 태우는 데에는 적극적이지만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에는 소극적이다. 그건 퍽 아쉬운 대목이다.


집값이 오르면 올랐다고 물어뜯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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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6부동산대책 이후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는 언론들.


한편 미디어들은 12.16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자 이번엔 전세가격이 폭등한다며 호들갑이다. 미디어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2월 2일 0.10%, 9일 0.14%, 16일 0.18%, 23일 0.23%로 상승했는데 특히 12.16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오름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먼저 전제할 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오름폭이 커진 게 12.16대책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12.16대책으로 매매가격의 하락을 예상한 시장참여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무르거나 새로 들어오는 건 환영할 일이지, 근심할 일이 아니다. 매매시장이 하향안정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세수요 유입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정부여당이 단기적으로는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고, 중기적으로는 토지임대부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등의 대량공급을 통해 전세가격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족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들은 12.16대책으로 매매가격이 꺾일 징조들이 속속 나타나니 이제는 전세가격 폭등을 염려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미디어들의 논리대로 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야 하고, 시장참여자들은 영혼까지 끌어올려 무리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야 하며 죽을 때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세시장은 극히 안정될 것이다. 전세공급은 늘고 전세수요는 모조리 매매시장으로 향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논리인가? 전세시장이 안정되어야 하니 매매시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워야 한다는 논리가 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은 망국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겠지만, 설사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미디어들이 전세시장을 안정시켰다고 문재인 정부를 칭찬할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집값을 못잡았다고 문재인 정부를 사납게 물어뜯을 것이 자명하다. 이게 지금 부동산을 대하는 대한민국 미디어들의 현주소다.

 

<오마이뉴스 2020년 1월 3일> 전세값 폭등? 그럼 집값을 띄우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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