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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뛴다는 미디어의 거짓말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378 / 등록일 : 20-02-11 01:02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뛴다는 미디어의 거짓말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부동산과 관련해 미디어들과 자칭, 타칭의 전문가들이 하는 가장 대표적인 거짓말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한다'(이른바 ‘공급부족론’)는 것이다. 미디어들과 전문가들은 '상품의 가격 결정은 수요공급곡선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주택가격이 폭등한다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신호이니 문재인 정부는 세금이나 대출관리로 수요를 억제할 생각하지 말고 재건축 및 재개발 관련 규제를 전부 풀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주택가격이 안정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부동산(주택)은 다른 상품과 수요공급곡선이 달라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공급부족론’은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특성을 전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부동산(주택)을 제외한 다른 상품들은 가격을 매개로 수요와 공급이 움직인다. 즉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 다시 가격이 균형을 찾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물 나게 경험했듯이 부동산(주택)은 다른 상품과는 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 부동산(주택)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오히려 줄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면서 가격이 더 오른다. 극단적인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이 늘고 수요가 삽시간에 사라져 가격이 더 폭락한다. 극단적인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주택)과 다른 상품의 수요공급곡선이 완전히 상이한 이유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부동산(주택)은 소유(임대소득) 및 처분(매매차익)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상존한다. 그러다 보니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는 가격메커니즘이 왜곡되는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나 세탁기나 스마트폰처럼 소유(임대소득) 및 처분(매매차익) 시에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품 같은 경우는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가격이 수요와 공급 사이를 정확히 매개한다.


요약하자면 부동산(주택)은 다른 상품과 수요공급곡선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가격상승을 바로 공급부족의 신호로 해석하는 건 잘못이다. 부동산(주택)의 가격상승은 투기적 가수요에 기인한 부분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공급부족론’은 투기적 가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치명적 난점을 내포하고 있다. 


투기가 주택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실증적 증거들


또한 근년의 주택가격 폭등이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투기 때문이라는 실증적 증거도 차고 넘친다. [표 1]을 보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주택 수는 2.12배가 늘었고 주택보급률은 29.4%p가 늘었지만, 자가보유율은 고작 2.7%p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주택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내 집을 가진 사람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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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수, 가구수, 자가가구수, 자가보유율, 주택보급률 증가추이ⓒ필자 제공


그럼 새로 공급된 주택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유주택자들의 차지가 됐다. 경실련의 통계를 보면 2008년에서 2018년 사이에 유주택자 중 상위 1%는 소유주택수를 1인당 3.5채에서 7.0채로 늘렸고, 상위 10%는 소유주택수를 1인당 2.3채에서 3.5채로 늘렸다. 2018년 기준 상위 10%의 유주택자들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는 무려 4,508,000호에 달하고, 상위 1%의 유주택자들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도 909,700호에 이른다. 


한편 박근혜 정부 집권 중반의 ‘빚내서 잡사라’는 초이노믹스가 촉발시킨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2014년 가을부터 본격화돼 2015년과 2016년 완만하게 이어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표 2]를 보면 2주택자와 3주택자 증가속도가 1주택자 증가속도를 확연히 압도하는 걸 알 수 있고, [표 3]과 [표 4]를 보면 신규주택이 나오는 족족 유주택자들이 사들이는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 가격 폭등의 근본원인은 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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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소유물건수별 주택소유자수 현황 추이ⓒ필자 제공

77090130ec1487a93f20b35606672a03_1581350전국 신규공급주택 중 무주택자와 有주택자의 매입 현황(2013~2016)ⓒ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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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규공급주택 중 무주택자와 有주택자의 매입 현황(2013~2016)ⓒ필자 제공


공급은 차고 넘쳐


위에서 살핀 것처럼 근년 서울 등의 주택 가격 폭등은 단연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이 공급부족 때문이라고 강변하는 미디어와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 아래 [표 5]를 보여주고 싶다. [표 5]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대바닥을 찍던 2012년과 2013년의 준공물량이 각각 26,115호와 33,607호임을 알 수 있다. 특기할 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대폭등을 거듭하던 시기인 2018년과 2019년의 준공물량이 각각 43,738호와 45,630호라는 사실이다. 즉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기던 시기 보다 폭등을 거듭하던 시기의 아파트 준공물량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인데 공급부족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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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연도별 준공실적(2011~2019)ⓒ필자 제공


또한 공급부족론자들이 공급부족의 대표도시로 지목하는 서울의 경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8,800호, 2013년 49,800호, 2014년 56,000호, 2015년 42,800호, 2016년 48,600호의 주택이 순증(준공주택총수에서 멸실주택총수를 뺀 주택수)하였고, 향후 2022년까지 연평균 5만 5천호로 추정되는 신규수요에 비해 연평균 7만 2천호의 공급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투기적 가수요를 제압해야 시장안정이 가능


이론적 근거와 실증적 통계가 증명하듯 서울 등의 주택가격 폭등은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안정을 위해 주력해야 할 정책은 공급확대가 아닌 투기억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의 전면적이고도 소급적인 폐지 등의 정책수단들이 강도 높게 동원되어야 한다.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보유세와 양도세로 환수하고, 타인자본을 지렛대로 투기하려는 행위를 엄격한 대출관리를 통해 억제하면 기대수익률이 극적으로 낮아져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질 것이고, 임대사업자에 세제혜택을 전면적이고도 소급적으로 폐지하면 임대사업자들이 소유한 주택들이 시장에 대거 출회돼 매매시장의 하향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전격적으로 내놓은 12.16부동산종합대책이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소방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보유세 강화 등의 후속대책들을 조속하고 강도 높게 발표하길 기대한다. 


<민중의 소리 2020년 2월 10일>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뛴다는 미디어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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