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가 불평등의 몸통
‘한강의 기적’을 무력화한 토지 불평등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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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 수탈과 전쟁의 참화를 겪고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평등한 토지권이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단행된 농지개혁을 통해 근대화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 되는 지주계급은 사실상 소멸하다시피 했고, 국민 중 절대다수인 농민들은 자영농이 됐다. 자기 땅이 생긴 농민들은 필사적으로 일했고, 저축했으며, 자식들을 교육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출발선이 비슷했기에 계층 이동이 용이했고, 따라서 기업가 정신과 모험심과 창의력도 왕성했다.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안간힘을 다해 저축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목숨 걸고 창업하는데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지 않을 리 없다. 평등한 토지권을 가능케 한 농지개혁은 실로 대한민국에 쏟아진 벼락같은 축복이었다. 농지개혁의 성공은 특권(=지대) 해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했던 농지개혁의 성과는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빠르게 무너진다. 박정희는 재벌 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는 한편, 강남개발로 대표되는 막개발과 지가를 앙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공화국의 기초를 놓았다. 박정희가 뿌린 악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대한민국을 삼켰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대한민국을 삼키다

부동산공화국의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대표적인 폐해가 양극화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이다. [표 1]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과 순임대소득을 합쳐 2016년 기준 374.6조원인데 이는 GDP의 22.9% 규모다.

 ‘부동산 불로소득’ 추산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평등의 주범이자 원흉이다. [표 2]는 소득원천별로 불평등에 기여하는 기여도를 평가한 것인데, 신뢰도가 매우 떨어지는 재정패널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으로는 근로소득의 상대기여도가 무려 76.9%이고, 부동산 소득은 3.0%에 불과한 반면, 토지+자유연구소가 자체 추산한 부동산 소득을 넣어 보정한 분석에 따르면 근로소득의 상대기여도는 44.4%로 격감하고, 부동산 소득은 37.2%로 폭증한다.

지니계수 분해를 통한 소득 원천별 불평등 기여도(2016) 

물론 토지+자유연구소의 분석이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 가운데 부동산소득이 불평등에 미치는 기여도가 재정패널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것만큼 경미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 소득이 불평들에 미치는 기여도는 임금소득에 필적할 만하다.

토지소유 불평등도 극심

천문학적 부동산불로소득이 그나마 시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이 2019년 말에 발표한 토지 소유 통계자료를 보면 토지를 가장 많이 소유한 최상위 10% 세대는 가액 기준으로 68.7%를, 상위 20%는 83.4%를, 상위 30%는 91.5%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에 하위 40%는 토지를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하위 50%는 전체의 0.9%의 토지만 소유하고 있다. 요컨대 상위 50% 세대가 99.1%를, 하위 50%는 0.9%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은 개인 보다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 토지를 조금이라도 소유하고 있는 법인 가운데 상위 1%(2,033개)가 가액 기준으로 70.5%를, 상위 10%가 89.3%를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컨대 대한민국은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의 나라에서 자영농의 나라로 대변신한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지주의 나라로 완벽히 회귀한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중의소리 2020년 3월 4일>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가 불평등의 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