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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금리 인하가 집값 올릴 거라고 선동하는 망상

작성자 : 관리자 (220.121.145.***)

조회 : 8 / 등록일 : 20-03-20 00:19

 

 

 

금리 인하가 집값 올릴 거라고 선동하는 망상
코로나 패닉 속에서 부동산만 상승한다고?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긴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도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기에 가장 선행하는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최고점 대비 30%이상 하락했고, 한국은 그 보다 낙폭이 더 커 최고점 대비 45%가량 추락했다. 마치 쓰나미가 주식시장을 휩쓰는 형국인데, 미 연준과 정부가 0%대 금리에, 감세에, 기본소득에, CP매입에, MMF매입까지 투사할 수 있는 통화 및 재정정책들을 죄다 쏟아 붓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자유하강 중이다.


거기에 더해 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은 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조차 팔고 달러와 엔화만 사들이고 있다.


아직 GDP성장률 등의 거시지표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거시지표들의 성적이 매우 충격적일 가능성이 높아 거시지표들이 발표되면 시장참여자들의 동요는 한결 심해질 듯 싶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체들과 자칭, 타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인하하자 초저금리에 갈곳을 잃은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몰려갈 것이고 그리되면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시장참여자들을 미혹하고 있다.


물론 평소 같으면 큰 폭의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호재겠지만,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불황의 초입 국면에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풍선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 


미 연준과 정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앞다퉈 파격적 통화 정책과 재정정책을 발표하는 건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지금의 국면이 단지 경기침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쏟아내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거의 붕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시장참여자들도 지금의 국면을 경기불황의 초입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지금의 코로나 패닉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극복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이 어디까지 확산되고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역병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이렇게까지 위축되고 타격을 입은 건 현대 자본주의 사상 초유의 일이다.


처음 맞는 일이어서 대처도 어렵다. 역병의 확장세를 억제하려면 이동과 접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세축이라 할 생산, 유통, 소비를 모두 직격한다는 점에서 경제에는 치명타다.


게다가 전 세계의 생산, 유통, 소비가 밸류체인이라는 이름으로 얽히고 설킨 마당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창궐하면 자동차 부품 생산이 중단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는 지경이다.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한 미국이 128개월에 걸친 최장기 경기확장국면의 끝에 도달했다는 점과 2008년 당시 초고도 성장과 천문학적 재정투입을 통해 전세계의 소비자 역할을 하며 글로벌 시장을 구원했던 중국이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도 금번 코로나 패닉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한결 나쁜 조건이라는 것을 지시한다. 한 마디로 미증유의 위기가 닥쳤는데 해결사가 부재한 형국이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게 금번 코로나 패닉은 각국이 사용할 수 있는 통화 및 재정정책 수단의 깊이가 매우 얕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예컨대 2007년 당시 미국은 기준금리가 5%였다. 기준금리를 0%까지 내릴 수 있는 폭이 매우 깊었던 것이다.


최근 미 연준은 1.00~1.25%수준인 기준금리를 0~0.25%까지 단번에 내렸다. 마이너스 금리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금리 낙폭을 사실상 전부 소진한 셈이다. 미 정부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2007년 당시 GDP대비 미정부 부채 규모가 60%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무려 105%수준이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유예된 파국의 도래인가?

 
기실 금번 코로나 패닉은 올 것이 온 것일 수 있다. 즉 세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생산성 향상과 분배구조 개선으로 극복한 게 아니라 부채 및 통화량 폭증으로 인한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버블로 미봉한 것인데 이제 그 한계가 온 것 아닌가 싶다.


초저금리와 그럼에도 바닥을 기는 물가, 사상 최고 수준의 자산가격, 심화되기만 하는 불평등 등등. 이 참혹한 현실은 '감세+초저금리+양적완화=자산버블'공식이 파산했다는 방증이다. 세계가 금번 코로나 패닉을 건설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혹은 다시 한 번 미봉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한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호재고 집값이 다시 오를테니 줍줍하라'고 선동하는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정신이 없는 건지 양심이 없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끝으로 금리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금리는 장래 물가와 경제성장에 대한 바로미터 같은 것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 물가와 성장도 바닥을 긴다는 얘긴데, 그런 조건 속에서 부동산만 상승하는 마법만 일어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2020년 3월 19일> 금리 인하가 집값 올릴 거라고 선동하는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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