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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누가 서울 집값 폭락을 두려워하는가

작성자 : 관리자 (220.121.145.***)

조회 : 2,126 / 등록일 : 20-03-23 12:12

 

 

 

누가 서울 집값 폭락을 두려워하는가
부동산부자와 다주택자들이 집값 폭락에 떨어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외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주식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진데 이어 투기수요가 집중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도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을 기미를 보이자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이 급락할 수 있으니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유예하고 무주택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도 풀어야 한다' 같은 주장이 미디어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집값이 폭락하는게 왜 나쁜가?

 

언뜻 들으면 일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비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 운운하는 주장은, 그러나 철저히 부동산 부자와 다주택자만을 위한 주문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14년 가을부터 올초까지 쉼없이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장기간 동안 상승하다보니 이제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원을 넘는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9억원을 초과한다는 의미다. 까마득한 옛날이긴 하지만 2014년 서울 아파트 대세상승이 시작되기 전의 전고점이라 할 2008년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마디로 살인적이다. 양극화, 자원의 왜곡과 낭비, 근로의욕의 상실, 저출산, 사회적 연대의식의 파괴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김없이 부동산과 만나게 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내려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집값이 크게 떨어진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 1주택자들이야 폭등한 집값이 제자리를 찾으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은 1주택자들의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이 문제가 될 터인데, 이자야 원체 초저금리 상황이니 문제가 아닐 것이고 소득에 차질이 생긴 경우에는 원리금 상환일정을 조정해주는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매집한 부동산부자들과 다주택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겠지만, 그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항용 있는 일이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았거나 능력 이상의 주택을 매집한 부동산 부자나 다주택자 가운데에는 파산하는 자들도 나올 것이다. 그게 high risk! high return!이다. 신용으로 주식을 매수하거나 전 재산을 털어 주식을 샀다 망하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그 누구도 정부 탓을 하진 않는다. 그게 시장경제원리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입고 그 타격이 실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전세계 선진국들 가운데 대출관리를 가장 엄격하게 하는 나라다. LTV(담보인정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등으로 촘촘히 대출관리를 한 덕분에 설사 부동산 가격하락의 쓰나미가 몰려와도 금융기관들을 지킬 방파제가 구축된 셈이다. 그러니 너무 염려할 것이 없다.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사람들은 부동산부자와 다주택자들, 부동산 가격폭등에 기생해 살아가는 스타강사 및 부동산 기획사, 부실한 제품을 만들고도 투기에 편승해 땅집고 헤엄을 쳤던 건설업체 등에 불과하다.
  

정부의 선제대응 운운 주장이 터무니없는 이유


 오히려 폭등한 집값의 원상회복은 무주택자들에겐 복음과도 같다. 미디어들이 집값 폭락을 근심하며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연장과 대출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는 건, 부동산부자들과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양도세 혜택까지 받으면서 빚내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지금 미디어들은 무주택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부동산부자들과 다주택자들을 폭락장에서 탈출하게 만들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부자들과 다주택자들 그리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디어들은 폭등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은 사유화하고 폭락장에서 발생할 위험은 사회화시키는 것이 체질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사회화'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치명적인 해악은 없다.


<오마이뉴스 2020년 3월 23일> 누가 서울 집값 폭락을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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