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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토지불로소득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073 / 등록일 : 20-03-29 23:40

 

 

 

토지불로소득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토지보유세로 부동산 문제도 해결하고 기본소득도 주고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바야흐로 기본소득이 대세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경제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자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던 기본소득이 다양한 이름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기본소득의 전도사 이재명 경기지사를 필두로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중이다. 물론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시행하려 하는 기본소득이 학계에서 정리한 기본소득에 정확히 부합하진 않는다. 본디 학계에서 정립한 기본소득의 정의는 개인 단위로(개별성), 모두에게(보편성), 정기적으로(정기성), 자산 심사나 근로 요건 없이(무조건성), 현금으로(현금성) 지급되는 급여다. 현재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기본소득 실험은 기본소득 원칙 중 일부를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자체들의 기본소득 실험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의 맛을 알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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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주민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민중의소리


기본소득이 긴절한 이유


기본소득이 무엇보다 긴절한 까닭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의 대량 소멸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노동에 기초한 복지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200만 개, 줄어드는 일자리는 710만 개, 즉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정의와 실체 그리고 효과 등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일자리의 증감에 관한 논쟁도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 신규로 생산되는 일자리는 고도의 능력과 역량이 요구되는지라 진입장벽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 가뜩이나 많은 불안정노동자(Precariat)의 숫자가 지금보다 더 폭증할 것이라는 점은 꽤 분명해 보인다.


좋은 일자리가 격감하고 불안정노동자들의 숫자가 폭증한다는 건 이제 더 이상 고용이 빈곤탈출과 복지시스템 유지의 근간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좋은 일자리의 감소는 고용을 통한 신분상승의 가능성을 줄인다. 또한 생계를 겨우 연명하는 노동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마당에 이들로부터 충분한 사회보장기여금을 받아 복지시스템을 지탱하는 건 난망이다. 결국 기본소득의 시대가 도래하는 건 필연이며, 그래서 정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왜 토지보유세를 기본소득과 연계해야 하는가?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고 할 때 당장 제기되는 문제는 기본소득의 재원일 것이다. 우선 기본소득의 대상과 지급액수에 따라 재원 규모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과세의 순서도 첨예한 논쟁거리다. 즉 어떤 세금부터 걷는 게 정의롭고 효율적인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필자는 기본소득의 최우선 과세대상으로 토지불로소득을 지목한다. 당연히 토지불로소득의 일부를 공익 목적으로 환수하는 토지보유세가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이 될 것이다. 필자가 기본소득의 최우선 재원으로 토지보유세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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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한다고 밝혔다.ⓒ김슬찬 기자


첫째 토지보유세가 가장 정의롭고 효율적인 세금이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는 단순히 투기꾼 혹은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세금이나 부동산 가격 안정화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토지보유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토지-천연자원으로 확장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등한 권리를 구현하는 세금이다.


또한 토지보유세는 만악의 근원이라 할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기능을 한다. 토지보유세는 형평성 기준을 충족시키며, 효율성 기준(경제성 효율성 및 제도 운영비용) 역시 충족시키는 세금이다. 토지보유세는 초과부담(excess burden) 또는 사중적 손실(死重的 損失, deadweight loss)이 가장 적은 세금이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소위 램지의 조세원칙(Ramsey tax rule)에 가장 가까운 세금이다. 한 마디로 토지보유세는 시장중립적일 뿐 아니라 시장의 왜곡과 불평등을 교정하기까지 하는 최고의 세금이다. 게다가 토지보유세는 '자본화효과'로 말미암아 토지가격을 하향안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한 마디로 토지보유세는 걷을수록 시장을 정상화키시고,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며, 자산불평등도를 완화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하향안정화하는 세금이다. 아울러 토지불로소득은 가장 악성의 특권이므로 이 토지불로소득에 과세하는 건 지극히 정의롭다 할 것이다.


둘째 토지보유세의 장기지속을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결합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정부의 경험이 보여주듯 보유세는 한국사회의 메인스트림이 극도로 혐오하는 세금이라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언제든 퇴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유세가 장기지속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기본소득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많은 것도 없다. 만약 토지보유세를 기본소득과 연계시켜 기본소득의 주된 재원으로 삼는다면 정권의 성격이 어떠하든 토지보유세가 형해화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토지보유세를 획기적으로 올리고 이를 주된 재원으로 삼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준다면 부동산공화국 혁파와 내수진작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통합과 연대의식의 고취, 주권자로서의 소속감과 자긍심은 덤이다. 

 

<민중의 소리 2020년 3월 29일> 토지불로소득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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