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언론기고
이전 목록 다음

[이태경] 땅투기에 골몰하는 재벌들 : 보유세 정상화로 재벌들의 땅투기를 막아야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902 / 등록일 : 20-02-05 15:17

박정희가 국가-재벌 동맹을 기본축으로 해서 국민경제를 재편한 이래 재벌은 한국경제의 가장 주요한 상수였다. 이제와서 재벌 없는 한국경제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국가-재벌 동맹이라는 경제발전전략이 경로로 고착된 것이다. 재벌은 80년대 이후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커졌는데 지금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재벌체제도 명암이 있다.

 

재벌체제의 어두움 가운데 하나가 지대추구(rent seeking) 경향이다. 재벌의 주된 지대추구 대상은 단연 토지였다. 엄청난 자본과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재벌이 생산성 제고와 기술혁신, 마케팅 능력 향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땅 투기에 골몰할 때 국민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심대하다. 재벌의 땅투기를 통한 지대추구-임대수입과 매매차익을 통한 불로소득의 추구-는 재벌의 글로벌 경쟁력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고용창출 여력을 감소시키고 투기공화국의 연료 기능을 한다.

 

재벌의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되는 2000년 이후 재벌은 땅투기를 하지 않았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집단이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60배인 507㎢(1억5000여만평)이며, 토지 가격은 108조여원으로 나타났는데, 2005년 이후 8년간 30대 대기업 소유 토지 면적은 19%, 소유 토지 가격은 72%가 각각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인데, 재벌들은 2005년 이후에도 부지런히 토지를 사 모았다. 특기할 것은 2005년 이후 재벌들이 취득한 토지 가운데 임야 소유 증가분이 공장 용지 소유 증가분의 배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현재 30대 대기업 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가운데에서도 임야와 농경지가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재벌들의 토지 소유가 투기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재벌들이 땅짚고 헤어치는 것과 같은 땅투기를 자발적으로 그칠 가능성은 없다. 신상품 및 신기술 개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토지 매집을 재벌들이 무엇 때문에 스스로 멈추겠는가 말이다. 자원의 왜곡과 낭비, 경제적 부작용 없이 재벌들의 땅투기를 억제하고, 재벌들이 생산적인 부문에 자본을 투입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종합부동산세 중 종합합산토지(나대지 및 잡종지 등의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보유세) 및 별도합산토지(빌딩 및 상가 부속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명박 정부 하에서 형해화된 세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종합합산토지의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과세기준금액은 3억원이었고, 과표 17억 이하 1%, 17~97억 이하 2%, 97억 초과 4% 세대별 합산 방식이던 것이, 이명박 정부 당시 과세기준금액 5억원, 과표 15억 이하 0.75%, 15~45억 이하 1.5%, 45억 초과 2% 인별합산 방식으로 전면 개악됐다.

 

또한 별도합산토지의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과세기준금액 40억원, 과표 160억 이하 0.6%, 160억~960억 이하 1%, 960억 초과 1.6% 세대별 합산방식이던 것이, 이명박 정부 당시 과세기준금액 80억원, 과표 200억 이하 0.5%, 200~400억 이하 0.6%, 400억 초과 0.7%, 인별합산방식으로 전면 후퇴했다. 과세기준금액, 과표구간 및 세율, 과세방식 등의 모든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힘겹게 만들어 놓은 부동산 보유세제의 근간을 완전히 훼손하고 파괴했다.

 

종합합산토지와 별도합산토지에 부과되는 보유세제를 노무현 정부 시절로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상실한 기업, 제품개발과 기술혁신을 등한시 한채 땅투기에 골몰하는 재벌은 국민경제의 암종이며, 교정의 대상이다.

 

<출처 : 2013년 10월 8일자 미디어오늘>

 

이 태 경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목록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