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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분양원가공개' 논란에서 배워라

작성자 : 관리자 (121.161.76.***)

조회 : 40 / 등록일 : 20-04-20 13:29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분양원가공개' 논란에서 배워라
노무현 정부의 분양원가공개 vs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총선이 민주당의 유례없는 압승으로 끝났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겐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과 코로나19 패닉으로 야기된 사회경제적 쇼크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이는 참으로 지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화려한 시(詩)의 시간이 끝나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산문(散文)의 시간이 도래한 셈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 지급액수, 지급시기 등을 확정하고 집행해야 한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아파트 분양원가 덫에 걸리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처리에 앞서 반드시 복기해야 하는 과거가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논란이 그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논란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국면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어 원내 1당으로 도약하고,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구를 기각한 후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6월 9일 원내로 진입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와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여러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 자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노 대통령과 민주노동당 지도부 사이에 이견이 표출됐다.


당시 대화 내용은 대략 이랬다. 


▲김혜경 대표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조금 후퇴하고 재검토되고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개혁을 잘하지 않는 것으로 느낀다. 용기있게 개혁을 했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 = 포괄적으로 주택공사 사업은 결과가 공개되고 철저히 감사받고 기획예산처의 평가도 받는다. 특별하게 부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가격을 갖고 주택사업에서 돈을 남겼다고 부당하게 쓰지는 않는다. 사업에서 남는 부분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주택공사가 사업자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내 생각을 모르고, 또 내가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니까 원가공개를 공약했는데 다시 상의하자. 이는 결론이 어디로 나더라도 개혁의 후퇴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다. 열린우리당이 미처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으니 이를 개혁후퇴의 상징처럼 보지 않았으면 한다. 토론과 타협을 하면 민노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본다.


▲심상정 의원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안하는 것을 소신이라고 하니 당혹스럽다. 아파트 원가공개가 거부됐을 때 한 네티즌이 '현재의 가난은 참을 수 있어도 희망없는 가난은 참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왜 개혁적인 것이냐.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고, 결국 벌고 못벌고 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천영세 의원 = 주택을 시장에 맡길 것이냐, 공공재로 볼 것이냐에 시각차가 있다고 본다.


이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논란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이 논란이 참여정부 개혁후퇴를 상징하는 변곡점으로 표상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논란이 왜 벌어졌는지를 알려면 당시의 부동산 시장을 좀 살펴봐야 한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국민의 정부가 전면적으로 시행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말미암아 2000년 이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다. 특히 서울 소재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무서웠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나오던 시기가 이 때다.


그런 대책 중의 하나로 시민단체 일각이 분양원가공개론을 제시했다. 분양원가공개론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98년 이후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 신축 아파트들이 주변 시세를 끌어올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니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기실 이 분양원가공개론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장이고 부동산시장안정에 미치는 효과도 매우 제한적인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양원가공개론은 유권자 다수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도입을 천명한 터였다.


그럼 노무현 대통령은 왜 유권자 다수가 강력히 지지하고 열린우리당도 도입을 약속한 분양원가공개론에 부정적이었을까?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 속에 있다. 노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가 반시장적인 정책이고 개혁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원가공개론을 정책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인데, 바로 이것이 노 대통령의 실수였다. 노 대통령은 분양원가공개론을 '정치'의 관점으로 봤어야 했다.


분양원가공개론이 나쁜 것도 아니고 유권자 다수가 지지하는 것이라면 대통령 입장에서 마뜩치 않더라도 수용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고 분양원가공개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 후반기 부동산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자 분양원가공개제와 분양가상한제가 공공택지는 물론이고 민간택지에까지 적용되기에 이른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정치의 관점에서 받아들였으면 되었을 분양원가공개제를 정책의 눈으로 보고 거부하다 여론의 강력한 역풍에 직면하는 패착을 범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분양원가공개 거부가 참여정부 개혁 후퇴의 상징처럼 회자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처럼 지급하는 것이 타당
 

참여정부 시절 있었던 분양원가공개 논란을 새삼스레 꺼낸 까닭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내습이라는 미증유의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왔다면 그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건 일회성 급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든 시민에게, 어떤 자격심사도 없이, 한시성을 조건으로, 최대한 빨리 지급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 정부의 재정건정성은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며, 소득 상위 30%의 가구에 지급하지 않고 비축되는 예산으로 더 좋고 지속가능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 보다 지금은 모든 시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긴절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비상사태이며,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통합과 민심안정이라는 것 말이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정책'의 관점 보다는 '정치'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분양원가공개 논란에 발목이 잡힌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오마이뉴스 2020년 4월 20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분양원가공개' 논란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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