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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부동산 투기, 불 지른 정부 ‘따로’ 욕먹는 정부 ‘따로’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125.142.25.***)

조회 : 4,926 / 등록일 : 20-07-31 13:56

 

 

 

부동산 투기, 불 지른 정부 ‘따로’ 욕먹는 정부 ‘따로’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부동산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억울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 딱 좋은 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대세상승은 무려 7년째 진행 중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들은 가격이 두배 이상 뛰었으니 말이다. 부동산 시장에 붙은 불을 끄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6.17대책과 7.10대책에 이어 공급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중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도 자자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탓일까? 정부 정책의 효과라는 것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뒤에 발휘된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전임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ABC(Anything But Roh)였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피투성이 싸움 끝에 힘겹게 이룬 성취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그 중 으뜸이 부동산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는, IMF체제를 최대한 일찍 졸업하려는 욕심에 부동산에 관한 규제를 전부 푼 국민의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더해 초유의 유동성 과잉이 겹치면서 온 산에 투기 불길이 붙은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불길을 잡기 위해서 종부세로 대표되는 투기억제책, LTV 및 DTI 등 대출관리정책, 2기 신도시로 상징되는 공급확대정책을 사용했고, 임기 말에 가까스로 투기라는 괴물을 우리 안으로 잡아넣을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사투 끝에 우리 안에 가둔 투기라는 이름의 괴물을 푸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표1]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투기괴물을 우리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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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성과라 할 보유세를 무력화시켰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사실상 폐지시켰으며, 노무현 정부가 2017년까지 보유세가 강화되도록 설계해놓은 제도도 중단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를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1주택자의 경우는 기준 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으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입하여 과세표준 현실화율 상향을 중단시켰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했으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가 하면,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완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많은 특혜를 부여했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시켰고,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도 폐지시켰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투기에 올인한 정부였으며,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정부였다.

 

아이러니한 건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시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이었다. 비유컨대 이명박 정부가 산에 불을 지르기 위해 연신 방화를 했는데 폭우가 연이어 몰려오는 바람에 불이 꺼진 격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화미수범이었던 것이다.

 

방화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표 2]에서 고스란히 증명되듯 전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고스란히 계승한 정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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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이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폐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연이은 투기조장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움직이지 않자 ‘빚내서 집사라’며 LTV 및 DTI를 공격적으로 완화하기까지 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박근혜 정부의 투기부양책에 적극 호응했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정책은 대성공(?)을 거뒀다. 은행 기준 2014년 12월 말 460조 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잔액이 2019년 11월 말 648조 원으로 폭증했고, 2012년 23.2조 원이던 전세자금 대출잔액이 2019년 4월 말 102조 원으로 급증했으니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데 물경 850조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까지 확 풀자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4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출 확대 정책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변곡을 이끈 트리거였던 것이다.

 

유능하지 못한 소방수, 문재인 정부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9년 내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인했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방화 미수에 그친데 반해, 박근혜 정부는 방화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지른 불이 사방에 붙은 상태에서 집권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전임 정부들이 저지른 투기부양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확히 간파하는데 실패했고, 확 바뀐 시장과 시장참여자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집권 초기에 집중적으로 투사했으면 효과를 발휘했을지도 모르는 대책들을 축차적으로 투입해 시장의 대세상승 흐름을 꺾지 못했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는 유능하지 못한 소방수인 셈이다. 소방수가 무능하다고 해서 방화미수범이나 방화범 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민중의소리 2020년 7월 31일자> 부동산 투기, 불 지른 정부 ‘따로’ 욕먹는 정부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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