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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8·4 대책의 위험성... 2006년의 역설을 기억하라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210.222.103.***)

조회 : 2,236 / 등록일 : 20-08-05 23:09

 

 

 

8·4 대책의 위험성... 2006년의 역설을 기억하라

검단신도시 발표는 어떻게 투기 심리에 불을 붙였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8.4 주택공급확대책을 발표했다. 법인·재건축을 정조준한 6.17 대책과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7.10 대책에 이어, 이번엔 공급확대정책을 발표한 것이다(관련 기사: [8.4 주택공급 확대 방안]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제도 도입, 수도권 13만호+α 추가 공급).

 

8.4 대책 살펴보니... 최대 쟁점은 '재건축 규제 완화'

 

정부가 발표한 8.4 공급대책을 간략히 살펴보자. 

 

정부는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주택 총 26.2만 호+α 추가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중 공공분양 사전청약 6만 호와 5.6 공급대책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공급예정 물량 7만 호를 제외한 '신규 공급 13.2만 호'가 이번 8.4 대책의 백미다.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신규 택지 발굴을 통해 3.3만 호, 3기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용산정비창 등 기존사업 고밀화를 통해 2.4만 호,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를 통해 7.0만 호, 규제 완화 등을 활용한 도심공급 확대를 통해 0.5만 호를 각각 공급해 신규로 서울에 총 13.2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를 통해 7만 호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세분해 보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도입을 통해 5만 호를 공급하고,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2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거칠게 요약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혹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참여 ▲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완화(용적률 최대 500%까지 완화, 층수는 최대 50층까지 허용)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 ▲절반은 장기공공임대(행복주택·청년층 장기임대주택 등), 절반은 공공분양(지분형)으로 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공재개발 활성화는 주거환경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정비예정구역, 정비해제구역)에서도 공공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LH·SH가 참여하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종 상향(예 : 2종→3종 주거), 용적률 상향, 분향가상한제 제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이들 사업모델을 평가해보자.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전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된 사업장들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울지역 사업시행인가 이전 사업장은 총 93개 26만 호인데 이들 중 20%가 참여하는 것을 고려해도 5만 호는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설사 이 사업모델이 작동한다고 해도 재건축 조합에 터무니없는 혜택을 주고, 주변 기반시설에 엄청난 부하를 얹으면서까지 추가로 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부동산 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관련 기사: "재건축에 투자하세요" 8·4 대책은 이렇게 말했다). 

 

공공재개발 활성화도 굳이 지금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까지 해야 하는 사업인지 의문이다. 사업 대상이 서울 노원, 도봉, 강북 등 주로 강북 지역에 있다고 해도 시장참여자들이 언론이 말하는 소위 '패닉 바잉' 상태에 함몰된 지금은, 공공 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해 공급물량을 확보할 타이밍은 아닌 듯 보인다.

 

2006년 검단신도시 확정 발표, 오히려 투기심리 부추겼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 지점에서 2006년 검단신도시 확정 발표가 오히려 투기심리를 폭발시킨 '역설'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2005년 8.31대책으로 진정된 부동산 시장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뒤 변화 조짐을 보인다. 당시엔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쌍두마차를 가진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기정 사실이 됐고, 정권 교체 후 참여정부가 공들여 만든 투기 억제 대책들이 형해화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6년 10월,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던 추병직은 2기신도시 중 하나로 인천 검단신도시를 확정하고, 파주 신도시 면적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장이 대폭발하고 투기심리가 창궐했다. 당시엔 며칠 사이에 집값이 수천만 원 올랐다. 그전까지의 부동산 시장은 '버블세븐'(2006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정부가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지목한 7개 지역,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등-편집자 주)이 강력하게 견인하고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편이었는데, 추병직 장관 발표 이후 투기 불길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졌다. 이 불길은 참여정부가 대출을 조이면서야 잡히게 된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순간, 정부 대책의 효과는 급감하고 투기심리는 불타올랐다.

 

또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시장이 극히 불안하고 투기심리가 타오를 때는 섣부른 공급확대책을 내놓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추병직 장관의 검단신도시 확정 발표가 증명했듯, 시장참여자들이 '패닉 바잉' 상태에 있을 때는 정부의 공급확대책 발표를 보고 '공급이 정말 부족하다는 걸 정부가 인정했고, 그러면 가격이 더 오를 테니 지금이라도 사야겠다'고 오해할 수 있다. 

 

정부 8.4 공급확대책 중 우려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는 30·40대의 추격매수세를 대기매수로 돌리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서울 전역에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의 시장참여자들은 '패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을 2006년 추병직 장관의 발표처럼 곡해할 염려가 있다. 물론 이런 염려가 기우면 좋겠지만 말이다.

 

 

<오마이뉴스 2020년 8월 5일차> 8·4 대책의 위험성... 2006년의 역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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