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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재산세 깎아줄 생각 말고 시장을 안정시켜라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59.7.77.***)

조회 : 2,252 / 등록일 : 20-11-01 17:29

 

 

 

재산세 깎아줄 생각 말고 시장을 안정시켜라

답답한 공시가격 현실화, 이치에 맞지 않는 재산세 인하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 제고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냈다. 국토연구원이 27일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안)을 발표한 것이다.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 국토연구원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안)은 현재 50%~70%에 머물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평가할 만하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미지수

 

국토연구원의 복안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는 80%, 90%, 100% 등 3개 안인데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 부동산 유형별, 가격대별로 목표 도달 속도와 시점이 각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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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기간ⓒ뉴시스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당정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로 90%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현실화율 제고 방식으로 모든 주택의 현실화율을 동일한 기간에 달성하게 하는 방안, 기간은 다르게 하되 같은 폭으로 오르게 하는 방안, 9억원을 기준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다른 속도로 현실화율을 올리는 방안을 각각 제안했는데 세 번째 방안에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은 현재 68.1%에 머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매년 1%p가량 끌어올려 23년까지 70.0%로 만든 후 23년부터 30년까지 매년 3%p씩 인상해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고,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69.2%에 머무는 공시가격 9억원~15억원 사이의 공동주택은 매년 3%p씩 인상해 27년까지 9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며,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75.3%에 머무는 15억 초과 공동주택은 매년 3%p씩 인상해 25년까지 9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동주택 보다 현저히 낮은 단독주택의 경우, 공동주택 보다 갈 길이 멀다. 9억원 미만 주택은 3년간 1%p대로 소폭 오르고 나서 이후 3%p씩 올라 2035년 90%에 도달하고, 9억~15억원 주택은 연간 3.6%p 올라 2030년 90%에 도달하며, 15억원 이상 주택은 연간 4.5%p 상승해 2027년 90%가 된다.

 

토지의 경우에는 현재 65.5%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8년까지 90%로 올리는 게 목표인데, 대략 매년 3%p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당정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안)은 낮은 현실화율, 부동산 종류별 불합리한 차등 등의 문제점을 내포한 공시가격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전향적인 일이고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잔여임기 동안 공시가격 9억 이하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는 매년 1%p남짓에 그칠 만큼 답답하며,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도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매도 압력을 느낄 수준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문재인 정부의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안)은 조세정의와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는 평가할만한 하지만, 부동산 세부담 증가를 통한 매물 유도 측면에서는 박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국토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공시가격 9억 미만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95.2%에 해당하는 13,166,598호이고, 9억원 이상~ 15억 미만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3.2%에 해당하는 437,446호이며, 15억 초과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1.6%에 해당하는 225,937호였다.

 

가뜩이나 낮은 재산세를 인하하겠다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안) 발표와 동시에 들려온 소식은 민주당의 재산세 감면 추진 소식이다. 민주당은 1주택자 재산세 인하 기준을 당초 염두에 두었던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과세표준별 0.1∼0.4%인 재산세율을 0.05%p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 지자체는 민주당과는 생각이 다른 듯 싶다.

 

아마도 민주당 내에선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세 인상을 세율 인하로 흡수하자는 생각인 듯 한데, 이치에 닿지 않는 생각이다.

 

현재 재산세 산출방식은 과세표준(공시가격x0.6)x재산세율(0.1%~0.4%)이다. 이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넣어 공시가격의 60%만 적용하는 것이다. 거기다 세율은 6천만원 이하가 0.1%, 6천만원 초과~ 1억 5천만원 이하가 60,000원+6천만원 초과금액의 0.15%, 1억 5천만원 초과~ 3억원 이하가 195,000원+1억 5천만원 초과금액의 0.25%, 3억원 초과가 570.000원+3억원 초과금액의 0.4%를 각 적용하는 구조다. 이렇게 재산세는 과표와 구간과 세율이 종부세에 비해 세부담이 현저히 낮게 설계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재산세 주택분은 세부담 상한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전년도 재산세액의 5%, 3억원~6억원 주택의 경우 10%,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30%를 각각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설사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점증적으로 높아져 과표가 이전 보다 높게 잡힌다고 해도 세부담 상한이 공시가격 가격대별로 전년도 대비 5%, 10%, 30%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산세 부담이 폭증하는 사태는 발생할 수가 없다.

 

특히 논란이 되는 건 민주당이 재산세율 인하선을 공시가격 9억원까지 올리려는 대목인데, 공시가격 9억원이면 실거래가로 따지면 12억~13억원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이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원 초과~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전국에 802,785호, 서울에 426,060호가 있는데, 서울 같은 경우 전체 공동주택의 17%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물량이며 자신은 전세로 살면서 갭을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1주택 갭투기의 주된 표적이 이 가격대의 주택들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도 미진한데다 재산세 감면까지 더해지면 이 가격대의 주택들이 매물로 나올 유인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재산세 감면선을 6억원으로 내려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들의 재산세를 감면해주면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 시장상황과 맞물려 매수세가 6억원 이하 주택에 유입될 수 있고, 이는 중저가 주택 매매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7·10대책을 보면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를 100% 감면하고, 1억5000만원~ 3억원 이하(수도권은 4억원) 주택까지는 50%를 감면해주는 감면안이 이미 담겨있다. 불안한 임대차 시장에 중첩된 세금혜택이 혹여 중저가 주택 매매시장을 흔들지 않을까 근심된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재산세 인하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재산세 인하 방침은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은 많은 결정이다. 쥐꼬리만큼 재산세를 깎아주고 생색을 내는 것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선거전략임을 민주당이 알았으면 좋겠다.

 

 

<민중의 소리 2020년 11월 1일> 재산세 깎아줄 생각 말고 시장을 안정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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