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언론기고
이전 목록 다음

[남기업] MB 정부, 토지 통계 영역에서도 역주행 : 토지 가격 반영한 실체적 진실 공개해야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819 / 등록일 : 20-02-05 15:26

국토부가 11월 5일 전국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했다. 통계 발표와 관련해서 희한한 것은, 참여정부는 2006년과 2007년 연속해서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했는데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에는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통계법을 바꿔 전국 토지 소유 현황을 5년에 1번씩 발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하면 우리 사회 불평등의 진원지가 노출되고, 정의로운 토지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는 '사익'을 위해 모든 면에서, 심지어 통계 영역에서까지도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토지 소유 현황과 같은 성격의 중요한 통계는 매년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땀 흘려서 생산한 부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대략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대책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다음 토지 소유 현황 발표 시점은 2014년이 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발표 자료는 좀 더 입체적인 현황 파악이 가능하도록 생산되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발표 자료에는 <토지 10분위별 소유 세대 통계>가 들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자료에는 빠져 있다. '소유 토지 10분위'란 토지를 소유한 세대를 면적 순으로 나열한 다음, 가장 적게 소유한 세대부터 많이 소유한 세대를 10개 구간으로 등분하여 구간별 세대 및 소유 면적을 계산한 것인데, 이런 통계가 제시되면 우리나라 토지 소유 현황의 모습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국토부는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하는 데만 의의를 두지 말고 국민들이 토지 소유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통계를 가공·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토지는 소유 면적도 중요하지만 소유한 토지의 가액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면적 기준뿐만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도 통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면적이라도 단위면적당 1만 원짜리 토지와 1000만 원짜리 토지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적 기준으로 발표했던 것처럼 가액 기준으로 토지 소유자 중 50만 명, 100만 명, 500만 명 등이 소유한 토지 가격의 합이 전체 지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통계를 생산해서 발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극심한 토지 소유 편중의 나라

 

이제 발표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발표 자료는 2012년 토지 소유 현황이 2006년의 그것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발표에 따르면 50만 명(전 국민의 1%)의 민유지 소유 비율은 55.2%이고 500만 명(전 국민의 10%)의 소유 비율은 97.3%이다. 또한 토지 소유 현황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대한민국 총 세대 2021만에서 1211만 세대만, 즉 59.9%의 세대만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40.1%의 세대는 한 평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물론 발표 자료는 상위 50만 명, 500만 명의 소유 비율이 2006년에 비해서 1.5%포인트, 0.9%포인트씩 감소했고 세대별로는 상위 50만 세대의 소유 비율이 57.0%로 2006년(58.9%)에 비해서 1.9%포인트 감소했다고 하지만, 6년 동안의 인구 증가를 반영하면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한 발표 자료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30대와 40대의 토지 소유 비율이 계속 줄어드는 반면에 70대와 80대 이상의 토지 소유 비율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30대는 7.1%(2006년)에서 5.4%(2012년)으로, 40대는 19.3%(2006년)에서 14.9%(2012년)으로 각각 1.7%포인트와 4.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70대는 14.4%(2006년)에서 18.7%(2012년)으로, 80대는 5.7%(2006년)에서 7.4%(2012년)으로 각각 4.3%포인트와 1.7%포인트 증가했다. 이것은 그만큼 30대와 40대, 특히 40대의 경제적 수준이 추락했다는 것을, 다시 말해서 삶이 더 고단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지인의 토지 소유 비율 계속 증가

 

발표 자료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지인의 토지 소유 비율이 41.3%(2005년), 41.6%(2006년), 42.8%(2012년)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강원도가 외지인의 소유 비율이 50.5%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아마도 외지인들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의 토지를 앞다퉈 사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외지인들 중에는 부모의 땅을 물려받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심심해서, 혹은 땅을 사랑해서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강화나 강원도 평창에 땅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생기는 것, 바로 토지 불로 소득을 얻기 위해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토지 소유 현황을 자세히 뜯어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땀 흘려 생산한 부가 누구에게로 흘러가는지, 더 나아가서 왜 극도의 사치와 빈곤이 공존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토지 소유 상황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부는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된다. 언제나, 어디서나 토지 소유 불평등은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다.

 

토지 제도, 이대로 둘 것인가?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는 경제활동이나 생활에 있어서 근본이 되는 재화이다. 토지가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토지 문제는 주거 불안뿐만 아니라 금융 불안정, 고용 문제, 소득 불평등, 경기변동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간단한 예로 이렇게 극심한 토지 소유 편중 상태에서 가격이 급등하면 어떻게 될까? 토지 소유자는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고 토지가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토지 가격 급등은 부의 생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의 역재분배를 뜻하는 것이다. 요컨대 토지가 경제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지를 독점한 사람이 경제 권력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과 여타의 권력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토지 독점이 자본 독점의 원인"이라고 한 마르크스의 통찰, "토지 독점은 모든 독점의 어머니"라고 말한 영국 총리 처칠의 주장은 인간이 토지 위에서 사는 이상 산업화 초기 단계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명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처럼 극심한 토지 소유 편중을 초래하고 공동체 전체를 고통에 빠뜨리는 토지 제도를 개혁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토지 제도에 대한 모색

 

한 가지 역설적인 사실은 지금의 토지 제도가 시장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문제가 많음에도 시장을 존중하는 까닭은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토지 제도는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지금의 토지 제도 하에서는 금싸라기 땅이 놀기도 하고 과잉으로 개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 원리를 적용하면서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토지 제도를 모색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재밌게도 토지 불로소득을 많이 환수하면 할수록 효율적 이용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되고, 토지는 알뜰하게 사용되며, 결과적으로 토지로 인한 생산과 분배의 왜곡이 당연히 시정된다. 이런 까닭에 일반균형이론의 창시자인 왈라스(Leon Walras, 1834~1910)도 토지 불로소득 완전 환수를 부르짖었던 것이다. 그는 시장에 일반균형 원리가 적동하기 위해서는 토지 불로소득이 완전히 환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요컨대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것이 새로운 토지 제도의 알맹이다.

 

더 나아가서 토지 불로소득 환수에 집중하게 되면 모든 이에게 기본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하는 '기본소득(basic income)'과도 연결 지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취직 연령은 늦어지는데 반해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그러면서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사회적 안전망은 매우 부실한 상황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의 수가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토지 제도를 도입하면 '도입 자체'가 분배를 개선하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 거기에 더하여 환수한 불로소득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아 가장 어려운 계층에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면 '토지 문제 해결'과 '튼실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토지 제도를 고민하자. 지금과 같은 토지 제도는 시장 원리에도 안 맞고, 부정의하며,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빠뜨려 왔다. 이번에 발표된 토지 소유 현황은 토지 제도에 관해서 근본적(根本的) 검토가 절실히 필요함을 우리에게 웅변해주고 있다.

 

<출처 : 2013년 11월 10일자 프레시안>

 

남 기 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목록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