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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세월호 참사 책임, 6.4지방선거로 묻고 싶다면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034 / 등록일 : 20-02-05 23:01

슬퍼만 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고, 6․4지방선거는 점점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한국 사회가 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국민들의 일반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나 불행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적 사건'이다. 사회적 부패가 곪아 터져서 생긴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불의한 시스템이 낳은 결과다. 세월호 선장도 일부러 배를 침몰시키지 않았고, 해경도 고의적으로 구조를 안 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 청와대가 일부러 학생들을 구조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참사는 끼리끼리 해 먹는 인사 시스템,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아니라 기업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규제 체계, 권한과 책임의 극심한 비대칭성, 왜곡된 노동시장 등이 만나서 폭발한 참극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안산의 학생들이었을까? 안산은 힘없는 노동자들의 도시다. 돈을 빌려서 수학여행비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안산이다. 다시 말해서 중산층 아이도 아닌 아이들, 힘없는 아이들 중에서도 더욱 힘없는 아이들이 무참히 죽은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불의한 시스템은 결국 더 이상 전가할 곳 없는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담당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예수의 시선은 언제나 이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슬퍼만 해서는 안 된다. 철학아카데미 김진영 대표가 제안하듯, 우리가 그 아이들을 못 찾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배 속에서 안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왜 그들은 배에서 안 나오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자신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진상을 밝혀서 불의한 시스템을 고쳐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들의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책임 있게 응답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6.4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할까?

 

정치학에서 정치는 '가치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치의 본령은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선거는 바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까?

 

먼저 정당을 생각해 보자. 나는,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가 교회를 다니는 신실한(?) 기독인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당한 학생들과 유가족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지금의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 책임을 지게 해야,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정당과 지역의 일꾼들이 정의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예수께서 그렇게도 편애하셨던 약자가 보호를 받게 된다.

 

그 다음으로 어떤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약자를 위해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올곧은 삶을 살아온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데, 그런 후보를 가려내려면 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자세히 들어다봐야 한다. 선거 벽보나 후보자 홍보 유인물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공약도 비슷하고 사람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어서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사실 후보자가 걸어온 길만 유심히 살펴만 봐도 괜찮은 사람들을 추려 낼 수 있다. 후보자가 걸어온 길은 당선 후 어떤 활동을 할지를 예상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후보자가 그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지, 그 활동이 정말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려는 활동인지, 아니면 특권층을 비호하기 위한 활동인지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후보자의 학력과 학벌에 속지 말아야 한다. 학력과 학벌이 후보자의 역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좋은 학벌이 좋은 일꾼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지나친 개발공약을 남발하는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 어디를 개발시켜 주겠다, 어디에 전철을 놓겠다, 중앙 정부 예산을 따내서 도로를 깔겠다 하는 이런 공약을 내거는 사람은 반드시 걸러 내야 한다. 개발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개발 공약은 유권자들의 욕망을 건드려 표를 얻으려는 심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자산가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들은 서민들의 아픔과 고민을 알기 어렵다.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풍부한 금융자산과 여러 채의 집, 그리고 여기저기에 노른자위 땅을 소유한 후보자가 세입자의 고충과 불안을 이해할 수 없다. 영세 자영업자의 타들어 가는 속마음을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정의의 실체는 약자와 피해자의 입장에 서 봐야 비로소 파악할 수 있다.

 

배에서 나오지 않은 학생들의 관점에서 6․4지방선거를 고민해야 한다. 자식을 바다에 둔 부모의 입장에서 어디에 표를 던질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면,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자산가들이 또다시 합법적으로 득세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점점 희망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하나님나라와 한국 사회의 간극은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6․4지방선거에 임해야겠다.

 

<출처 : 2014년 5월 26일자 뉴스앤조이(http://goo.gl/9jW6Ys)>

 

남 기 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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