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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삼성·현대차의 유별난 땅사랑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868 / 등록일 : 20-02-05 23:14

삼성과 현대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외환위기 전까지 고작해야 국내대표기업이었던 삼성과 현대차는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재무구조, 기술, 마케팅,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삼성과 현대차는 외환위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업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땅사랑'이 그 중 하나다.

 

재벌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의 업무·투자용 토지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토지 면적이 지난해 말 기준 1억8천120만㎡로 여의도 면적(약 290만㎡)의 62배에 달한다고 한다. 주목할 건 10대 그룹이 보유 토지를 2008년 1억6천900만㎡보다 7.2%(1천220만㎡) 늘려 5년 새 여의도 면적의 4배 이상 불렸다는 사실이다. 재벌들이 지닌 땅의 면적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토지 장부가도 2008년에 비해 무려 35.8%가 늘어나 사상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가 보유한 토지 가액이 장부가 기준으로 각각 10조원을 넘어서 이들이 10대 재벌그룹 소유 토지의 절반이상을 지니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과 현대가 땅사랑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재벌들 가운데 가장 넓은 땅을, 현대차는 장부가 기준 가장 비싼 땅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역시 삼성과 현대차는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대표기업임에 틀림없다.

 

물론 10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 가운데 업무용 토지가 52조원을 넘을 정도로 업무용 토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들이 업무용 토지와 비업무용 토지의 매입을 경향적으로 늘리는 추세에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전세계적 성장둔화에다 신수종 사업의 답보상태에 처한 재벌들이 경쟁적으로 토지 매입에 골몰하는 이유는 무얼까? 리스크 없이 손쉽게 돈을 벌 생각이 강한 탓이다.

 

기술개발과 마케팅 기법의 개선, 디자인 혁신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건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리스크도 크다. 반면 요지에 위치한 토지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임대수익과 토지매각 차익 양자를 재벌들에게 제공한다. 재벌 입장에서 토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렇지만 재벌들이 토지보유를 통해 얻는 임대수익과 토지매각 차익은 사회가 만든 가치를 재벌들이 전유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사회적 약탈이나 노략질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재벌들의 땅 투기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소로 기능하고, 자원의 왜곡을 야기하며, 고용도 불안하게 만든다. 개별 재벌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재벌들의 과도한 토지매입은 사회적 편익은 없이 비용만 발생시키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재벌들이 국내에서 토지매입에만 골몰하는 마당에 글로벌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재벌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술개발, 디자인 개발, 마케팅 기법 혁신 등에 몰두하게 만드는 건 정부의 몫이다. 재벌들이 스스로 그렇게 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수중에 이미 그런 수단을 지니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중 종합합산토지(나대지 및 잡종지 등의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보유세) 및 별도합산토지(빌딩 및 상가 부속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적어도 참여정부 시절로 되돌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재벌들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경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보유세가 높은데 별 이익도 없을 토지를 매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창조경제=토지불로소득 추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가 재벌들에 대한 보유세 정상화를 주저할 까닭이 어디에도 없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박근혜가 재벌들의 토지투기라는 비정상적 행태도 정상으로 돌려놓기를 기대한다. 애꿎은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세금폭탄만 퍼붓지 말고 말이다.

 

<출처 : 2014년 9월 16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ECgVAz)>

 

이 태 경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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