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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누구를 위한 ‘민생’인가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0 / 등록일 : 20-02-05 23:14

박근혜가 입만 열면 하는 소리 중 하나가 '민생'이다. 박근혜는 자신을 정쟁만을 일삼는 정치자영업자들과는 구분해 시민들의 '민생'을-오직 '민생'만을-생각하는 정치인으로 포장하곤 했다. 극히 유리한 언론지형 때문이든, 지지자들의 무지 때문이든 박근혜를 '민생'을 살뜰히 챙기는 정치인으로 아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런데 정말 박근혜가 '민생'을 알뜰하게 살피는 대통령이 맞을까? 정부가 9월 1일 발표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이라는 긴 이름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박근혜의 '민생'이 누구를 위한 '민생'인지 드러난다.

 

이른바 9.1 대책은 크게 재정비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편, 부담완화 및 서민주거 안정의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재정비 규제 완화 영역의 중요 내용은 재건축 가능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 재건축 안전진단시 주거환경비중 강화(현재 15%에서 40%로 상향), 재건축시 85평방미터 이하 의무건설 비율 완화(연면적 기준 50%폐지), 공공관리제 개선(주민과반 찬성시, 사업인가 이전에 시공사 선정 허용), 재개발시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세대수의 20%이던 현행 쿼터를 15%로 축소) 등이다.

 

청약제도 개편은 민영주택 85평방미터 이하 가점제(40%)는 2017년부터 지자체 자율운영, 가점제 개선(소형저가주택 기준완화, 유주택자 중복차별 규정 폐지), 청약통장 유형 단순화 등의 내용을, 부담완화 및 서민주거 안정은 전매제한기간(2~8년→1~6년) 및 거주의무기간(1~5년→0~3년) 각 단축, 디딤돌 대출 금리 0.2%포인트 인하 및 우대금리 제공, 디딤돌 대출 DTI 60% 내에서 LTV 70%까지 적용(시중은행과 동일)등의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9.1대책이 주택시장 활력회복을 위한 대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이 아닌 건 분명하다. 9.1대책의 핵심은 재건축시장 건전화 제도의 대폭 개악이다.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재건축 가능연한을 10년이나 축소한 건 극심한 자원의 낭비와 환경 파괴를 수반할 것이다. 고작 30년 밖에 되지 않은 멀쩡한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집은 냉장고가 아니다.

 

재건축시 85평방미터 이하 의무건설비율 완화 및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는 서민주거안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대책들이다. 재건축시 국민주택 규모 이하 의무건설비율제 및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제는 재건축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일정 부분 환수하는 기능, 도심에 국민주택 규모 이하(1가구 당 가구원수의 격감에 따라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은 주택이 다수 필요)양질의 주택과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능을 통한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9.1대책은 이런 기능들을 약화시킬 것이다. 물론 강남 등 요지에 자리잡은 재건축 가능단지들의 경우 재건축 추진시 조합원들의 수익성은 나아질 것이다.

 

청약제도 개편도 집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겐 그리 달가울 게 없다. 유주택자들을 기존 보다 우대하는 만큼 무주택자들에 대한 대우가 이전보다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주거 안정대책이랍시고 내놓은 전매제한기간 및 거주의무기간 각 축소 대책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본디 전매제한기간 및 거주의무기간을 각 설정한 취지는 투기를 억제함과 동시에 주변 보다 싼 시세에 주택을 구매한 구매자들이 주택을 바로 매각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일정 기간 유보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9.1대책은 불로소득을 얻을 시간을 단축시켜주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편 9.1대책에 고무받은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동시에 너도 나도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 가뜩이나 서민과 중산층의 숨통을 죄고 있는 전월세 난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뻔하다. 우리는 이미 이명박의 뉴타운이 임대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한 바 있다.

 

자, 이런 것이 박근혜가 말한 '민생'대책의 실체다. 박근혜의 '민생'은 부자들과 힘센 자들을 위한 것이다. 박근혜의 '민생'에 중산층과 서민과 가난한 자들이 낄 자리는 없다. 

 

<출처 : 2014년 9월 5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UVAheC)>

 

이 태 경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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