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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그 반가움과 아쉬움 : 모든 불평등과 자본은 악인가?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2,282 / 등록일 : 20-02-05 23:19

반가운 피케티

 

우리에게는 생소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최근 여기저기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몇 년 전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연상된다. 두 책의 공통점은 사회정의인데 우리 사회가 정의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피케티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1980년대 이래 위세를 떨쳐온 신자유주의에 대해 방대한 실증 자료를 통해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가 잘 되면 가난한 사람의 형편도 저절로 피게 된다’거나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잘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특히 요즘에는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아예 정부의 손발을 묶어 버리면 큰 손과 강자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고 만다. 그래서 누군가 좀 나서서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서민들의 마음이었다.

 

이런 판국에 피케티가 혜성같이 나타나서 주목을 받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까? 피케티는 경제를 방치하면 불평등이 심해진다고 할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서 강력한 누진소득세 덕에 불평등이 줄어들었던 시기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자본은 악인가?

 

그러나, 필자로서는 피케티의 연구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피케티의 ‘자본’은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정의 위에서 자본이 노동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그 대책으로서 누진소득세와 세계적 자본세를 제시한다.

 

이런 진단과 처방은 한편으로는 솔깃하기도 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모든 불평등은 나쁜가?’ ‘자본은 악인가?’와 같은 상식적인 의문을 낳기도 한다. 물론 피케티도 이런 의문을 잘 알고 있고 저서에서 조금씩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애초에 자본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다 집어넣었기 때문에 결국 의문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좋은 것은 장려하고 나쁜 것은 억제하면서 이상한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본을 통째로 ‘나쁜 놈’으로 몬다는 점에서 피케티는 마르크스와 닮았다.

 

우리의 상식에 의하면 자본소득이건 노동소득이건, 노력해서 얻은 소득은 보호하고 불로소득은 억제해야 한다. 또 노력소득을 생산적 용도에 투입하여 얻는 자본소득이라면 과세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권은 '나쁜 놈', 운은 '이상한 놈'

 

불로소득의 원인에는 특권과 운이 있다. 특권의 예로는 대 정부 로비를 통해 얻는 이권, 인류 공동의 유산인 토지와 자연에 대한 소유권, 대기업이나 정규직이 누리는 갑의 특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특권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기회균등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히 ‘나쁜 놈’이다. 따라서 특권을 아예 없애는 것이 좋지만, 혹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한 이익이라도 완전히 환수해야 한다.

 

한편, 운은 순수한 노력에 비해서는 소득의 원인으로서 도덕적 정당성이 모자란다. 그러나 특권과는 달리 차별을 동반하지는 않으므로 (‘나쁜 놈’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좀 ‘이상한 놈’이다. 그래서 특권이익부터 우선 환수한 다음에 운의 이익에 대한 과세를 고려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운에도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줍는 것처럼 노력과 무관한 운이 있는가 하면, 농사를 짓는데 마침 날씨가 좋아서 풍년이 드는 것처럼 노력과 결합해서 결과를 낳는 운도 있다. 둘 중에서는 물론 전자 즉 순수한 운에 의한 이익에 우선과세 또는 중과세를 하여야 할 것이다.

 

피케티가 뭉뚱그려 불평등과 자본소득을 말하기보다는 이런 구분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는 아직도 40대 초반이므로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출처 : 2014년 10월 13일자 평화뉴스(http://goo.gl/VboM7r)>

 

김 윤 상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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