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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공급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맹신이 지닌 위험성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02 / 등록일 : 20-02-05 14:15

4.1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자 몸이 단 정부가 후속대책을 남발하고 있다. 기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워낙 일관되고 철저하게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쓴 탓에 더 사용할 정책수단도 별반 없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가격 유지와 건설업황 활성화'를 위해 남아 있는 정책수단들을 남김 없이 사용하는 중이다. 취득세 영구인하와 수도권지역의 주택공급물량 축소 같은 것이 그 정책수단의 구체적인 명칭들이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가격 유지와 건설업황 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수단들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없다. 그런 정도의 정책수단들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규정하고 있는 대내외적 조건들이 극히 나쁘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경제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각종 거시경제지표들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인 조건이라고는 낮은 금리 뿐이다.

 

이미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파산선고를 받았다. 정부정책을 통한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이명박 정부 시절을 통해 확인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충실히 계승해 이룰 수 없는 정책목표에 올인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정부정책을 통한 '부동산 가격 유지와 건설업황 활성화'는 현 시점에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헛된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정부 재정에 주름살만 느는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 중에 단연 어처구니 없는 정책이 주택 공급물량 축소다. 정부는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18만호 가량의 주택공급을 줄일 계획이다. 주택공급 물량 축소는 수도권에만 해당된다. 수급이 불균형하니 공급을 줄여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데 이런 단견이 없다. 수급은 부동산 시장을 규정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택수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시키겠다는 발상은 난센스에 가깝다. 참여정부 당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상승이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와 과잉유동성 때문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완만한 주택가격 하락은 공급과잉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적 요인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브레인들은 '시장'과 '공급'을 맹신하며 '가격'과 드잡이를 하는 중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맹신하는 시장으로부터 배신당할 것이다.

 

지금은 부동산(주택)과 관련된 철학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때다. '치솟는 가격', '투기를 통한 부의 획득', '대한민국을 볼모로 삼고 있는 토건산업' 등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면 '주택가격 유지와 건설업황 활성화'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허망한 목표를 한시바삐 버리고 전,월세난 해소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게 박근혜가 입만 열면 말하는 민생챙기기다.     

 

<출처 : 2013년 8월 1일자 미디어오늘>

 

이 태 경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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