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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농업으로 먹고살 수 있어야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794 / 등록일 : 20-02-07 16:48

떨어지는 식량자급률 줄어드는 농업소득

 

농업은 인간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산업으로, 식량자급 차원에서 중요하다. 자동차 없이 살아도 식량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식량 불안이 계속되고 기상이변 등으로 곡물가격이 널뛰기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식량은 이제 ‘안보’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또 농업은 생태환경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대로 가다가 인류는 ‘환경 재앙’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생태환경과 직결된 농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기계화·화학화·규모화로 요약되는 ‘공업적 농업’을, 자연의 순환을 기초로 하는 ‘생태환경 농업’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12년 기준 23.6%이다. 게다가 농가의 농업소득은 20년 이상 정체 상태이다. 1993년 1천132만 원이던 농업소득이 2013년에는 1천4만 원으로, 20년 동안 128만 원 줄어들었다. 1993년에 683만 원이었던 농가부채가 2013년 2천736만 원으로 늘었고, 도시 노동자 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중은 2003년 76.4%에서 2012년 57.6%로 떨어졌다. 그리고 친환경농가의 수와 면적은 2009년을 기점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한국 농업은 고사 직전에 있다.

 

그 증거가 바로 경작지와 농업인 감소이다. 경작지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 만에 무려 8.8%)나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촌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이다.


‘농민기본소득’은 기여에 대한 대가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사만으로 기본적인 삶이 가능해야 한다. 또 경작지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 유인을 차단해야 한다.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농민기본소득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기여한 것에 대한 대가’이다. 농업이 담당하는 역할은 식량 생산을 크게 뛰어넘는다. 농업은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시키고, 홍수를 예방하고,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대기를 정화시키고, 토양을 보전하며,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정서의 함양에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8년 농업각료회의에서 농업의 이런 중요성을 인정하고 회원국이 확보해야 할 공동목표로서 선언문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가격에는 농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가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농민기본소득이야말로 이런 기여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다.


생태환경·토지정의 원칙 위에


농민기본소득이라는 획기적인 대안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단순히 농가소득 증대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가치를 담자는 것인데, 여기서는 ‘생태환경의 원칙’과 ‘토지정의의 원칙’ 두 가지를 제시한다. 생태환경이라는 가치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차원도 있지만, 인간의 모든 삶이 ‘자연의 순환’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향에 방점을 찍었다. 요컨대 농민기본소득은 관행농업이 아니라 생태환경을 추구하는 대안 농업으로의 전환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생태환경의 원칙을 강하게 혹은 약하게 적용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강한’ 생태환경의 원칙은 농민기본 소득을 관행농과 친환경농에게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약한’ 생태환경의 원칙은 모든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똑같이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토지정의의 원칙이란 농민기본소득은 새로운 토지제도 위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토지제도는 수많은 농업문제를 낳는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집행된 농업정책들이 실효성이 낮았던 까닭은 정책 자체와 전달 체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잘못된 토지제도 탓이 크다. 지금의 토지제도는 농업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농지를 소유하도록 방치하는 반면, 높은 농지 가격 때문에 농업에 관심이 있는 잠재적 귀농자들이 진입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농지 전용의 유인이 너무 커서 농지 보전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농지를 택지나 산업용지로 전환하려는 욕구가 잠재되어 있다가 선거공약의 주요 메뉴로 등장하는 까닭은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면 ‘엄청난’ 토지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어서다.

 

지금의 토지제도하에서 농민기본소득을 실시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부재지주·위장농민·농지투기 문제 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농민기본소득은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제거하는 원칙으로 실행해야 한다. 토지정의를 실현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현재의 토지 가격을 유지하는 방안이다(토지정의의 개념과 실행 방법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김윤상·조성찬·남기업 지음, 평사리 펴냄, 2012 참고). 그런데 농지도 토지지만 도시 토지도 토지이다.

 

따라서 토지정의의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에서는 ‘강한’ 토지정의의 원칙은 모든 토지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약한’ 토지정의의 원칙은 농지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농민기본소득의 네 가지 방안
 

이렇게 생태환경의 원칙과 토지정의의 원칙을 ‘강’과 ‘약’으로 분류하면 네 가지 농민기본소득 실시 방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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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구의 증가를 중시하면 모든 토지에 토지정의의 원칙을 적용하는 ①과 ②방안이 좋다. 왜냐하면 농지에 토지정의를 적용하면 농지 가격이 안정되고 이것은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에 적용하는 토지정의는 토지 불로소득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도시민들을 농촌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한편 정책의 단순성 면에서는 강한 토지정의의 원칙과 약한 생태환경의 원칙을 결합한 ②안이 가장 낫다. 또한 경작지 유지·확대에 무게를 두면 ①안과 ②안을 선택할 수 있다. 토지정의를 강하게 적용하면 도시 내의 토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어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두면 ④안이 최선이다. 도시에도 토지정의를 적용하면 도시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고, 친환경농과 관행농에게 기본소득을 차등지급하면 상당수 농민들도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것을 종합해볼 때 ④안을 선택하되 거기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에서 방안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농민 기본소득은 얼마나 지급해야 하나? 금액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지만 농가 가구당 매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2013년 기준(개인농가 114.2만 가구)으로 했을 때 연 6조 8천5백억 원이 드는데, 이것은 2013년 전체 농업소득의 60%, 농가소득의 17.4% 정도 되는 수입이다. 과거에 생태계의 보고인 4대강을 파괴하는 사업에 수십조 원의 돈을 쏟아 부었던 것을 생각하면, 7조 원 정도는 국민적 지지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는 재정이다. 농민기본소득을 실시하면 농민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농지보전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농민기본소득과 농지보전, 토지정의는 함께 가야


지금의 토지제도에서는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해도 농지를 택지나 산업용지로 전용하는 유인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농사를 지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것보다 농지를 택지나 산업용지로 전환해서 누릴 수 있는 불로소득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 기본소득이 제대로 작동하고 농지보전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토지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토지정의가 구현되어 지금의 토지 가격이 유지되면 토지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농지가 전용되어도 불로소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민기본소득과 농지보전은 토지정의라는 플랫폼 위에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농민기본소득은 농지보전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토지정의 없는 농민기본소득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 유인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농민기본소득과 농지보전, 그리고 토지정의는 함께 가야 한다.

 

<출처 : 2015년 4월 살림이야기(http://goo.gl/tyOhc4)>

 

남 기 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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