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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경북의 부동산 투기 열풍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992 / 등록일 : 20-02-07 17:01

대구`경북의 부동산값 상승세가 대단하다. 1980년대 말의 폭등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2002~2006년 사이에 부동산값 폭등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들썩했을 때에도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 양상을 보였다.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2011년경부터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2007년 상승세가 꺾인 이래 침체 기조를 지속한 반면,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현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방의 반란’이라 부를만한 이 현상을 선도한 것은 대구`경북이다. 대구 수성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값 상승세는 처음에는 대구 전역, 그다음은 경산, 포항, 경주 등 경북 지역 도시로 확산되면서 점차 투기장세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떴다방 출현, 딱지 거래, 위장 전입 등 부동산 투기 국면을 상징하는 행태가 경산, 포항, 경주 등지의 분양시장에서 성행하고 있다. 수십 년간 한 번도 집값이 오른 적이 없었던 경산시가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작년 대구`경북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것은 이 지역 집값 폭등과 동전의 앞뒷면을 이룬다.

 

투기 열풍이 부는데도 언론은 조용하고 정부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정말 이상하다. 투기 바람도 수도권에서 불어야 관심을 끄는 걸 보면 한국은 ‘서울 공화국’임에 틀림없다. 중앙의 인사들이 지방의 투기 열풍에 무관심하다면, 지방민인 필자라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한 번 진단을 해보았다.

 

부동산 투기는 아무 일도 없는데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선 시장 근본요인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상승해야 한다. 가격 상승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시장 참가자 사이에 미래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다. 거기에 유동성 과다공급과 정부의 부양정책이 더해지면 투기수요가 형성된다. 그때부터 부동산 가격은 서서히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폭등하기 시작한다.

 

이는 바로 지난 몇 년 사이에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일이다. KTX와 혁신도시, 그리고 저금리 등 시장 근본요인들이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 오랫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는 바람에 주택공급이 저조했던 것도 여기에 일조했다. 게다가 한국 전체에 유동성 공급이 증대했고,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규제 전면 철폐로 주택수요를 부추기는 노골적인 부양정책을 펼쳤다. 정부가 내심 타깃으로 삼은 곳은 수도권이었을 테지만 대구`경북 지방이 먼저 반응했다.

 

대구`경북의 부동산값 상승에는 일말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자산 양극화를 일부 해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역 내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 자산 양극화는 심해졌다. 아울러 집 없는 서민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졌다. 지역 내 가계대출이 폭증해서 가계의 재무상태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부동산 가격 거품이 부풀다가 터지면 수도권에서처럼 하우스푸어, 즉 집 가진 ‘거지’가 속출할 수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민과 지역 기업이 부동산값 폭등에 마음을 빼앗겨 생산적 노동과 투자를 등한히 할 가능성과,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을 휩쓸었던 ‘탐욕의 정치’가 이 지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커졌다.

 

박근혜정부는 대구`경북의 투기 열풍을 잠재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내심 현 상황을 반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투기 열풍은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자칫 투기 분위기에 휩쓸려서 분별없이 행동했다가는 거품 붕괴와 함께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부동산 재테크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기도 하지만 폭락할 수도 있다. ▷필요보다 더 크고 비싼 집을 사는 것은 과소비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만 가지고 과다하게 받아서는 안 되고 상환 능력에 맞게 받아야 한다. ▷대출금 상환에 압박을 받을 때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에 주택을 매각하여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출처 : 2015년 6월 3일자 매일신문(http://goo.gl/GTWNWw)>

 

전 강 수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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