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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정부가 당장 전·월세난을 해결한다고?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09 / 등록일 : 20-02-05 14:16

우리나라는 부동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곳인가 보다. 매매가격 폭등이 잠잠해지고 나니 임대가격 폭등이 문제가 되니 말이다. 매매가격이든, 임대가격이든 가격이 폭등하면 정부는 초조해지는 것인가? 말을 아끼기로 유명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한 주문을 한 후, 정부 여당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데서 그 초조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초조하면 사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해법을 마련하기 어려운 법이다. 지금 정부 여당이 논의하고 있는 해법들은 작금의 현상을 해결하기에 적절한 정책 수단일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제기해보자. 전·월세 가격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또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정부가 가지고 있을까? 사실 이 질문들은 2002~2006년 사이에 매매가격이 폭등할 때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수도 없이 제기했던 것들이다. 그때 그들은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인데 그걸 정부가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잘못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정부 개입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매매가격이 임대가격으로 바뀌었을 뿐, 논리 구조는 지금이나 그때나 같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단 한 마디의 비판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이념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에 친화적이다. 그런데 왜 그에 반하는 정책 기조를 취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는 걸까? 내 생각에는 현 정부 여당에 두 가지의 굴레가 씌워져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마치 ‘집값 잡기’의 달인인 것처럼 행세했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대선 때 하우스 푸어 문제와 렌트 푸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다.

 

아무리 힘이 센 정부라 하더라도 전면적인 가격 통제 정책을 펴지 않는 한, 물건의 가격을 뜻대로 조절할 수는 없다. 부동산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물건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노무현 정부가 상당히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을 펼치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정책을 잘못 펼쳐서라기보다는 사안 자체가 그런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를 가지고 당시 부동산 가격의 국제적 동향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는 다른 선진국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 조절을 잘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책임이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오류에 있는 것처럼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마침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아마추어 정책의 대표격으로 격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의 행동에는 나중에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바로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국민들 입맛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전·월세 가격을 국민들 입맛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더 강화시킨 것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렌트 푸어 대책으로 행복주택 프로젝트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대선 임박해서 보편적 주거복지와 영구임대주택 관리의 공공성 강화,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를 공약했다. 나는 이미 2013년 1월 15일 자 네이버 칼럼(“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이 공약의 문제점에 대해 소상하게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여기서 그 내용을 다시 밝히는 않겠지만, 이 공약들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아니면 정책 효력의 범위가 매우 협소한 엉터리 정책수단이라는 점만은 지적해 둔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가 이 정책들을 가지고 부동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그 덕분에 지난 대선에서 소위 ‘50대의 반란’이 일어났고 그것이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전·월세 문제를 두고 초조감을 느끼는 이유는 당시 호언장담했던 것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도 결코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정부라면 작금의 전·월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우선, 사안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힐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한다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반 토막 냈고, 급진적인 도시재개발 정책을 펼쳐서 저렴 주택을 대량 없앤 것이 전·월세난의 근본 원인이다. 매매시장이 침체하는 바람에 전세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그것은 저렴 주택과는 상관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매매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당분간 전·월세난이 지속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들께서는 어려워도 좀 참아 달라. 정부는 최대한 노력해서 전·월세 문제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숫자를 줄이겠다.’

 

이렇게 고백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 다음에, 문제를 유발한 근본 원인을 없애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매입임대, 전세입대, 계약임대, 공공 원룸텔 등 다양한 공공임대 및 준공공임대 주택을 조기에 공급하고, 대규모 주택 멸실을 방지하는 재개발 방식을 지원하고 확산시킬 것이다.

 

동시에 현재 주택 임대차 시장에 존재하는 ‘힘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여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주거비 보조를 통해 주거 빈곤층의 고통을 완화하려고 할 것이다. 현행 주택 임대차 법률은 집주인에게 훨씬 유리한 내용이어서 주택 임대차 시장(상가 임대차 시장도 마찬가지다)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세입자에게 자동계약 갱신권을 부여해서 최소한 4년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게 하고, 계약 기간 중의 임대료 인상을 일정 범위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시행하고 있는 주택 바우쳐 제도도 자꾸 늦출 이유가 없다. 합리적인 정부, 민생을 진심으로 챙기는 정부라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의 가격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민들이 주거 문제로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런 정공법은 외면한 채 자꾸 엉뚱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취득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매매시장을 부양해서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수단들이다. 이런 정책들로 당장 매매수요가 획기적으로 살아날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할지라도 작금의 전·월세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설 경우, 중급 이상 주택의 전·월세난은 해결될지 모르지만, 저렴 주택의 전·월세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시장 부양 정책은 앞으로 언젠가 집값을 다시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려다 매매시장에서 투기를 유발하는, 소위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게다가 매매시장 부양책이 다주택자나 건설업자의 간절한 요구사항임을 고려할 때,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정부에 제안한다. 선거 때는 이미지가 중요해서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결이 어려우면 국민들에게 고백해서 이해를 구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실의 문제는 이미지 정책이나 편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미지 정책은 효과가 없고, 편법은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들을 다 내려놓고 부동산 정책의 정공법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과거 기억이 주는 굴레에서 벗어나라.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그 정도의 태도 변경쯤은 양해해 줄 것이고 일시적인 고통은 감내하려고 할 것이다.

 

<출처 : 2013년 8월 22일자 네이버부동산>

 

전 강 수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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