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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방에 역전' 부동산이 삼켜버린 '노동 가치'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175.213.122.***)

조회 : 2,378 / 등록일 : 20-06-02 17:13

 

 

 

'한방에 역전' 부동산이 삼켜버린 '노동 가치'

 

 


CBS노컷뉴스 / 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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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은 부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소득 중에서 일부만을 저축하더라도 자본이 경제 전체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한 조건하에서는 거의 불가피하게 상속받은 부가 평생의 노동으로 축적한 부를 압도하게 될 것이며, 자본의 집적은 매우 높은 수준,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능력주의적 가치와 사회정의의 원칙과 잠재적으로 양립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도달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파리경제대학 교수)의 명저 '21세기 자본'의 핵심 내용이다.


좀더 쉽게 풀어쓰면 부모한테 물려받은 불로소득이 열심히 일하며 번 근로소득보다 더 많아지면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본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은 아직 피케티가 우려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꼭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축적한 부가 근로소득을 추월하고 압도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아파트 구입해서 돈 벌게 됐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부동산은 언제, 어디에 소유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의미에서의 삶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대출을 받아 일찌감치 집을 그것도 강남권 또는 그에 버금가는 지역에 사둔다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하찮게 보일 정도다.


직장 10년차인 A씨는 "요즘은 아파트 한 채로 억대 벌었다는 얘기가 너무 많다보니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집한번 잘 사고팔면 평생 일해서 벌 돈을 버는데, 참 허무하다"고 했다.


다주택자인 대기업 임원인 B씨는 서울 마포와 동작에 두 채를 사놓고 지금은 영등포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투자해 놓은 두 채를 통해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B씨는 "결국 사업을 하던 친구도 부동산 투자를 무리하게 했다가 싼 값에 내놓게 되면서 어려워졌고, 여유가 생긴 친구들은 또 부동산을 잘해서 그렇다"고 했다. B씨는 본인을 포함해서 부동산으로 인생의 희비가 갈린 경우를 수차례 봤다고 했다.


공기업에서 퇴직을 몇 년 남기지 않은 C씨는 회사일보다 임대 건물 관리가 주요 관심사다. 회사일 을 등한시하면서 동료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부동산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틈틈이 발품을 팔고, 리모델링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방법 등으로 건물주가 됐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불평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임금 상승을 앞선 지 오래다. 정부가 수없이 규제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확실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을 보더라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의 10배에 달한다. 잡코리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016년 말 3.3㎡ 당 1918만원에서 2020년 5월 현재 2993만원으로 56%가 급등했다.

 

서울을 뺀 수도권 지역은 1002만원에서 1213만원으로 21%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 평균 초임 연봉은 3893만원에서 4118만원으로 5.8%, 중고기업 초임 연봉은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기업을 다니더라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더라도 집값을 마련하려면 15년~20년이 걸린다. 부동산이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많아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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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2014년(25.5%)부터 부동산 소득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서 "2018년에는 37.5%로 과거 10년 동안 기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금소득의 불평등 기여도는 2013년 56.4%에서 2018년 49.5%로 낮아졌다. 남 소장은 부동산에 따른 불평등을 추산하면서 실현된 매매차익 뿐 아니라 잠재적 시세 차익과 부동산 소유로 지급하지 않은 임대료(귀속소득) 등도 포함시켰다. 이른 요소들이 모두 경제적 차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임금소득이 초래한 불평등은 생산성 차이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부동산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은 생산성 차이와 무관하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소득불평등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확장은 대기업이 더욱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발 독재시절 관치금융을 통해 거의 무상으로 돈을 대출받은 기업들은 너도나도 땅을 매입해 자산을 불렸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5대 재벌이 1995년부터 2018년까지 23년 동안 보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을 비교해 보니 1995년 12조 3천억원에서 2018년 73조 2천억원으로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 홍민기 연구위원은 "개인 단위에서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불평등을 파악하면 자산 불평등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사실, 상업용 부동산의 상당부분은 법인이 보유하고 있고, 임대료의 상당부분도 법인이 수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2018년 '노동소득과 재산소득의 관련성' 연구보고서)


안락한 노후를 위해 아등바등하더라도 내집 마련의 꿈을 꿀수 있는 사람도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화여대 이주희(사회과학) 교수는 "집을 사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사람들은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내집마련을 꿈꾸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삶의 척도가 돼버린 지금 우리는 '부동산의, 부동산에 의한, 부동산을 위한' 세상에 살고 있다.

 

<노컷뉴스 5월29일자> '한방에 역전' 부동산이 삼켜버린 '노동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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