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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동체 와해시켜”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125.142.25.***)

조회 : 38 / 등록일 : 20-08-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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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민주주의> 저자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아파트는 한 나라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아파트 관리의 책임을 맡을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동대표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아파트 관리 운영을 전담한다. 관리사무소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을 집행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국회라면, 관리사무소는 행정부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아파트단지에서 관리비 횡령, 금품 수수 등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촛불로 거악을 물리치는 데는 능하지만, 일상의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는 소홀하다.

 

토지공개념, 국토보유세 등을 연구해온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50)은 최근 펴낸 <아파트 민주주의>(이상북스)에서 아파트가 “타락한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지배하는 과두제의 현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9년 9월까지 4년간 수원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지내면서 첫 임기 내내 전횡을 일삼던 동대표 세력과 ‘혈전’을 벌여야 했다. 책에는 불법적인 해임투표와 고소·고발, 재판 등 ‘짐승 같은 동대표’들에게 온갖 모욕을 당했던 이야기들이 담겼다. 그들의 공격을 물리치고 개혁을 일군 과정도 실었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필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남 소장은 아파트를 상식이 지배하는 민주주의의 현장으로 바꾸려면 ‘대표와 책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담은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비리와 갈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심을 가질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맹점이다. 아파트 관리를 잘못해 재산 가치가 떨어진다면 관심을 많이 가질 텐데 지금의 아파트는 건물 관리와 관계없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동네에 지하철역을 유치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시위는 해도 아파트 관리가 잘 안 된다고 집단행동을 하진 않는다. 심지어 건물 관리가 잘 안 돼서 물이 새고 부실해질수록 재산 가치가 높아진다. 재건축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의 무관심을 바꿀 수 있을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의 참여 기회를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다. 내가 두 번째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는 ‘내가 아파트 일에 참여하면 아파트가 바뀌는구나’라는 걸 되도록 많은 입주민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놀이터를 개선하는 데 동대표나 관리사무소보다는 젊은 엄마들이 잘 아니까 특별위원회를 꾸려 제안을 하게 했다. 꽃밭에 관심이 많은 입주민이 ‘나비정원’ 동아리에 들어오면 화초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참여해서 심고 물을 주면 봉사점수를 받도록 했다. 누군가 시동을 걸어 참여의 장을 넓혀야 무관심을 돌릴 수 있다.”

 

-세입자들은 똑같이 관리비를 내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권리가 제한되어 있다. 아파트 입주민의 30~40%가 세입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권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동등한 권리를 줘도 심리적 장벽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세입자들의 아파트 공동체 활동의 참여율을 높이려면 제도적인 차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공동주택관리법’이 바뀌어 두 차례 공고에도 소유자 중에서 동대표 선거 후보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세 번째 공고할 때부터 사용자(세입자)도 대표에 출마할 수 있게 됐는데 처음부터 피선거권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동체 전체를 와해시킨다. 불로소득을 탐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아파트 공동체에 참여할 마음이 사라진다. 물과 기름과 같다. ‘가격이 올라 광교로, 강남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왜 우리 집 값은 안 오르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거나 화단에 꽃 심을 생각을 할까. 소유자는 집값이 계속 올라 좋지만 같은 단지에 사는 세입자는 더 가난해진다. 불로소득은 불평등도 심화시키지만 같이 사는 마을에서의 정주성을 떨어지게 만든다. 가격에만 민감하니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이런 데만 죽기 살기로 매달려 막으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조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지적했다.

 

“왜 저질의 이상한 동대표, 회장이 출몰하는가. 원인을 생각하면 ‘감시의 눈’이 없어 돈 먹기 쉬운 구조이고, 그런 비리를 관리소장이 제동을 걸지 못하기 때문이다. 갈등 완화 프로그램이나 동대표의 자질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후적으로 갈등을 풀고 조정하기보다 갈등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한 몸이 되어 감시와 견제가 어렵다. 제도개혁 방안은.

 

“민주적인 운영구조가 없으면 갈등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아파트 운영구조는 회장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동대표 다수가 회장을 지지하면 관리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사실상의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전문성이 없는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고,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관리소장은 회장이 원하는 업체가 선정되도록 하거나 불필요한 공사도 필요한 것처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1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관리소장이 태반이다. 관리소장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면권을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준다는 점에서 회의수당만 받는 동대표에게 통장 수준의 활동비(약 30만원)를 지급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열의를 갖고 일하고, 책임을 지울 수도 있다.”

 

-감사공영제도 제안했다.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되어 있지만, 감사인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선정한다. 감사 대상이 감사 주체를 선정하니 감사 대상이 원하는 ‘적정 보고서’만 써주고 시에 문제없는 아파트로 보고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려면 지금처럼 비용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되 지자체에서 감사를 파견해야 한다. 다만 강제가 아니라 입주민 절반의 찬성을 조건으로 하는 등 선택에 맡길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의 운영 관리를 책임지는 부서를 국토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옮길 필요도 있다.”

 

-아파트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최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는 관심이 높아졌지만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가 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하지 않으면서 자치와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허상으로 들린다. 운영구조를 옳게 만들면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 8월 1일차>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동체 와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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