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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토지+자유 이야기]러시아-중국-북한 접경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627 / 등록일 : 20-02-09 15:30

6박 7일 일정(2.6 – 2.12)으로 북한과 접해 있는 러시아의 연해주와 중국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다녀왔습니다.

 

첫째 날에, 도착하자마자 블라디보스토크(‘동방을 정복하라’는 뜻) 시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교수들과 러시아-중국-북한의 경제협력 관련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이튿날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답사했구요, 시베리아 횡단철도(9822km)가 출발하는 역에도 들렀습니다. 남북의 장벽이 뚫리고 철도가 재개통되면 정말로 철도를 타고 부산에서 유럽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일본도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어 부산과 연결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셋째날에는 크라스키노라는 중국 및 북한과 접해 있는 지역을 향해 이동했는데요, 가는 길에 1937년에 최초로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킨 라즈돌노예라는 역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역사에서 2분 거리에 김정일이 태어난 생가가 지금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중국 길림성 정부와 러시아 SUMA 그룹이 공동개발에 합의한 러시아의 자루비누항과, 석탄을 하역하는 포시에트항도 직접 보았습니다. 참고로, 자루비누항은 강원도 속초에서 정기 운항선이 오고 갔던 곳인데, 여객수 감소로 지금은 중단된 상황이고, 조만간 다시 개통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녁에는 유니베라(구 남양 알로에)의 임차 농지 책임자로부터 연해주의 농업에 대해 발표를 들었습니다. 러시아 농지 사유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하도록 할께요.

 

넷째날에는 핫산역을 방문하고, 그 주변에 있는 접경지역에서 두만강철교를 바라본 후, 다시 나와서 하산 세관을 통해 중국 훈춘세관을 통과하여 중국으로 월경하였습니다. 그리고 동해바다가 보이는 방천 지역에 방문하여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접경지역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섯째날에는 훈춘의 국제합작시범구에 입주한 포스코-현대 물류센터를 방문하여 사업 추진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두만강을 따라 도문이라는 도시와, 삼합이라는 북한의 회령시가 보이는 곳을 방문해서 두만강 건너 북한의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두만강 길을 따라 달리며, 자전거로 여행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섯째 날에는 연변대의 민족학과 및 지리학과 교수들과 연변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날 연변의 고급기술개발구도 방문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전체 일정에 대한 개요이구요, 초등학교 시절 지도책에서 보았던 전혀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지역을 방문하면서 일종의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6박 7일간의 일정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토지 이슈와 관련된 생각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러시아의 연해주, 중국의 훈춘과 연길 등 연변조선족 자치주 및 북한 접경지역 답사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갖게 되면서, 통일 연구 및 북한 토지연구도 좀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러시아의 토지사유제로 인한 문제를 연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토지가 사유화되고 국유 재산이 사유화 되면서 ‘올리가르히’ 라는 새로운 신흥재벌이 형성되고 사병도 두면서, 푸친 정부와 갈등도 겪었고, 푸친 정부가 이들을 제압했다고 하더군요. 러시아의 농지 역시 집단농장을 폐지하고 토지지분 소유권을 개인당 약 10-20 ha 분배하여 가족농을 하도록 했습니다(이광규, 2008). 그런데 집단농장 경험 및 기계농에 익숙한 농민들이 가족단위로 경작할 수 없어서 이 토지들은 농지사유증권을 지분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으나 소유 주체가 불명확하여 다시 주식회사 농장으로 개편하여 집단적인 농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토지개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사유화의 실패 사례 근거로 러시아 연해주의 토지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셋째,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통일 북한 토지연구를 위한 연구 거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훈춘시의 국제물류단지와 연길시의 고급기술개발구를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단지에 해당하는 중국의 개발구들이 농지를 택지로 전환하여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방정부는 재정 수입을 확충하고, 민간 기업은 토지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기는 결국 과잉개발로 이어지게 되는데, 중국에서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방식의 문제인데요, 북한은 19개의 지방급 개발구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자체적으로 기반시설도 공급하지 않고, 투자기업이 기반시설도 공급해야 하는 공동개발-공동관리 방식을 전제하고 있어서 역시 개발방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즉, 연해주, 연변 조선족 자치주, 북한을 통으로 볼 필요성이 있으며 그 접근가능한 현실적인 거점으로 연변 자치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답사여행을 갔다 오자마자 바쁘게 설 명절을 보낸 후 그동안 밀린 일정을 처리하다 보니, 한 주 전에 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네요. 역시 존재가 인식을 결정하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에 앞에서 나눈 생각들을 조금씩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가장 첫 번째로, 러시아어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그래야만 직접 원문을 보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지요. 이상으로 답사 보고를 마칩니다. 

    

조 성 찬 / 통일북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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