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심리 44개월 만에 최고…그냥 두면 큰코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 출범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경제심리가 4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아울러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지수도 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높으면 곧이어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기실현적 예언이 충족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인 상황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치솟는다는 건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정부는 만사를 제쳐두고 우선 시장의 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는 종합대책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실기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전개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추경 편성 등에 힘입어 4년만에 최고를 기록한 소비심리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5월(101.8)보다 6.9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12.5p 급락한 뒤 오르내리다가 4월(93.8)과 5월(101.8)에 이어 6월까지 석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절대 수준도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5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가 모두 올랐고, 특히 향후경기전망(107·+16p)과 현재경기판단(74·+11p)의 오름폭이 컸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2차 추경안 편성, 새 정부 경제정책 기대 등으로 소비자들의 심리 지수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택가격전망지수
문제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덩달아 폭등했다는 사실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120)는 무려 9p 뛰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더 늘었다는 뜻으로, 2021년 10월(1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도 2023년 3월(+9p) 이래 2년 3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이 팀장은 “주택가격전망지수의 장기 평균이 107 정도로, 현재 기대심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수준전망지수(87)는 6p 떨어졌다. 2020년 6월(82) 이후 가장 낮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2.4%)도 5월보다 0.2%p 하락했다.

심리가 움직이면 집값도 따라서 움직여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지수 폭등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건 심리가 움직이면 집값이 후행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15일에 발행한 이슈노트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을 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한은 보고서는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과열은 ‘영끌’ ‘패닉바잉’과 같은 과도한 시장 반응을 유발하며, 자산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를 통해 금융안정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높은 변동성과 강한 지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대심리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크게 변동할 수 있지만, 일단 형성된 방향은 장기간 유지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아울러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실제 주택가격에 선행하여, 자기실현적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오른다는 뜻이다.
또한 한은 보고서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는 기대심리 상승 후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7~8개월 후에 최대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특히, 3~4개월 경과 시점부터는 산업생산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고 지적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움직인 후 주 집값이 따라서 상승하고 대략 8개월후에 정점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한편 기대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은 보고서는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실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2년간) 기대심리가 2020년 4월의 중립적 수준에서 유지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반사실적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2022년 5월 기준으로 실제보다 주택가격 상승 폭은 절반 수준(기간 중 24% 상승→11% 상승), GDP 대비 가계대출(예금취급기관 기준) 비율 상승폭은 약 1/3 정도 낮았을 것(기간 중 7.6%p 상승→ 4.9%p 상승)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주택가격 기대의 안정적 앵커링(anchoring)이 정책적으로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풀어쓰면 기대심리를 꺾으면 집값 상승 폭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결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경제는 심리이고 자기실현적 예언이 가장 잘 충족되는 분야가 부동산임을 보여준다. 또한 집값 안정에 있어 기대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결정적임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 타오르는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잠재워야
주지하다시피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무섭게 상승 중이다. 여기에 더해 주택가격심리지수마저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자칫하면 부동산 가격 폭등의 불길이 서울 전역을 넘어 수도권까지 번져나갈 지도 모른다. 그건 이재명 정부의 불행이자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하여 이재명 정부는 허다한 경제현안 중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경제현안으로 집값 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집값 안정 종합대책은 통화정책, 세제정책, 대출정책, 공급정책 등이 망라되어야 하며 빈틈이나 우회로가 없어야 한다. 통화정책을 책임 진 한국은행도 집값 안정에 적극 협력해야 마땅하다. 이제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만들어진 신화와 작별할 때다.
기대심리는 전염병과 같아서 삽시간에 확산된다. 기대심리를 잠재울 집값 안정 종합대책 발표를 최대한 신속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게 타이밍이지만 기대심리를 잠재우는 것만큼 타이밍이 중요한 일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