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리고, 악성 미분양 쌓이고…첩첩산중 부동산


 

 

가격 내리고, 악성 미분양 쌓이고…첩첩산중 부동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시장은 하락 거래 비중이 계속 늘어 1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방은 이미 하락거래가 상승거래를 넘어선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2014년 7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안팎의 경제여건은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근심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1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하락거래 비중 4할 훌쩍 넘어

12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종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하락 거래’가 44.9%였다. 이는 2023년 12월(47.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락 거래 비중은 지난해 8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43.7%를 찍으며 상승 거래 비중(42.6%)을 앞질렀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지난해 12월 하락 거래 비중(43.4%)이 상승거래 비중보다 높아졌으며 올 1월도 43.6%를 기록했다.

다만 서울은 상승 거래 비중이 44.7%로 하락 거래(36.9%)보다 높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금천구(66.7%, 1월 기준), 노원구(55.7%) 등은 하락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지방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 거래 비중이 상승거래 앞질러

한편 지방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 거래 비중이 44.8%를 기록하며, 상승 거래 비중(42.7%)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 1월 하락 거래 비중은 45.6%로, 상승 거래(42.1%)보다 높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49.2%로 하락 거래 비중이 가장 컸으며 제주 49.0%, 부산 47.1%, 대구 46.3%, 충북 46.3%, 충남 46.1%, 경북 46.0%, 강원 45.9%, 경남 45.2% 등의 순이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 1월 거래량은 1만 8719건으로 작년 1월(3만 1561건) 대비 40% 이상 줄었으며, 지난해 월간 기준 가장 거래가 많았던 7월(4만 8676건)과 비교하면 61.5% 감소했다.


10년 5개월만에 2만 가구를 돌파한 악성미분양 물량

미분양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고,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173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은 지난해 6월 7만 4037가구까지 늘었으나 7월 7만 1822가구로 감소한 뒤 5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한 달 만에 527가구(7.7%)가 훌쩍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 6997가구로 전월보다 17.3%(2503가구) 늘었고, 지방은 5만 3176가구로 5.0%(2524가구) 증가했다.

한편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2만 1480가구로 전월보다 15.2%(2836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 2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2만 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침체 기미 완연한 부동산 시장에 악재만 더해져

하락거래의 추세적 증가, 거래량 격감,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세 지속 등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신호들로 빼곡하다.

한결 나빠진 대내외 경제여건은 마치 눈 위에 서리가 쌓인 형국이다. 밖에서는 트럼프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관세전쟁을 전방위로 전개중이다. 전세계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요지부동이다. 달러의 위세는 날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다.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전부 악재다.

외부에서 해일이 밀려오는 마당인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란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다, 내수는 사경을 헤매고 있고 부자감세로 정부 재정은 고갈됐다.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참가자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 또 있다. 정부가 대출을 조인다는 소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7월부터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한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보증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무분별한 전세대출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이 전세대출인만큼 보증 비율 축소를 통한 전세대출 관리는 꼭 필요한 대책으로 꼽혀왔다. 또한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도 시행될 예정인데, 그리 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

성장도 엉망이고, 대출도 깎이고, 금리는 높은 조건에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2월 1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