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옛날이여…ZARA 창업주 건물 25억 손절매




가로수길 옛날이여…ZARA 창업주 건물 25억 손절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최근 자라(ZARA) 창업주인 세계적 부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강남 가로수길에 소재한 개인 소유 건물을 손해보고 팔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선 한때 핫플의 대명사이던 강남 가로수길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기에 더해 2월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년 9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모두 고전 중인데 당분간은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자라 창업주가 손절하고 빠져나간 가로수길

17일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디스코’ 등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 창업주이자 세계적 부호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최근 가로수길 소재 개인 건물을 손해 보고 매각했다.

그는 2016년 9월 대지면적 457.4㎡, 연면적 1241.9㎡ 규모의 가로수길 건물을 325억 원에 매입했다가 최근 25억원을 손해 보고 300억 원에 팔았다. 해당 건물은 2012년부터 10년간 자라의 경쟁사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건물 전체를 사용했다.

오르테가의 빌딩 매각을 부동산업계에서는 가로수길 쇠퇴의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김태호 라이트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대지면적 1평(3.3㎡)당 2억 원대 초반에 매각한 것인데 3억 원이 넘는 인근 매물 호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라며 “10년도 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팔 만큼 가로수길 상권의 미래를 어둡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불경기를 상징하는 점포임대 빈상가들. 연합뉴스

현재의 불경기를 상징하는 점포임대 빈상가들. 연합뉴스

 

 

핫플의 대명사 가로수길의 몰락?

본디 가로수길은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메카이자 강남의 핵심 상권이었다. 유행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가로수길에 앞다퉈 플래그십스토어를 개장했다. 애플은 2018년 국내 첫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선보였고 딥디크, 메종키츠네, 아르켓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경쟁적으로 가로수길에 진출했다.

서울시가 실시한 ‘2022년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에서 가로수길은 1㎡당 월 평균 매출액 61만 6000원으로 조사 대상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실이 늘고 활기를 잃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39.4%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41.2%로 집계되기도 했다.

가로수길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상권 정체성 붕괴 △지속적 임대료 상승 △인근 신흥 상권 부상 등이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와 온라인 쇼핑 성장은 오프라인 중심의 가로수길 상권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공실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자라 창업주가 손해를 감수하며 가로수길 빌딩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권 회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더 어두워지는 모양새다.
 

가로수길의 가을[강남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로수길의 가을[강남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오피스 공실률마저 2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어

가로수길에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아니다. 서울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지난 2월 3%를 넘어서며 2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월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3.06%로, 전월(2.83%)보다 0.23%포인트 오른 것은 물론 전년 동기(2.27%) 대비 0.79%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3%를 넘은 것은 2022년 5월 이래 처음이다.

2월 서울의 주요 오피스 권역별 공실률을 보면 강남권역(GBD)이 3.4%로 가장 높았으며 종로와 광화문을 포함하는 도심권역(CBD)은 3.04%였다. 여의도권역(YBD)은 2.41%로 나타났다. 특히 GBD의 공실률은 작년 2월 1.72%였으나 1년 새 2배 상승했다. YBD도 전년 동월(1.4%) 대비 1%포인트 이상 올랐다. GBD 내에서도 중형빌딩(2천평 이상~5천평 미만)의 공실률이 4.44%로 가장 높았다.

중대형빌딩(5천평 이상~1만평 미만)의 공실률도 4.19%로 4%를 웃돌았으며 소형빌딩(2천평 미만)이 3.49%로 그 뒤를 이었다. 프리미엄 빌딩(2만평 이상)과 대형빌딩(1만평~2만평)의 공실률은 각각 1.44%, 1.9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CBD 내에선 중형빌딩의 공실률이 5.32%로 가장 높았고, 소형빌딩도 5.19%로 5%를 웃돌았다.YBD에선 소형빌딩 공실률이 3.85%로 가장 높았으며 중대형빌딩(3.15%), 중형빌딩(3.15%) 순으로 뒤따랐다.

한 오피스 임대차 시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강남권에서 IT분야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거나 임대료가 더 낮은 지역이나 건물로 옮기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 침체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잘나가는 회사들은 더 크고 고급화된 건물을 찾고, 경영이 어려운 회사들은 아예 더 싼 지역이나 소형 건물을 찾으면서 중간 규모 오피스에서 공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체감경기가 비관적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 체감경기가 비관적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업무용 부동산 시장 모두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할 듯

가로수길의 상황과 서울 업무용 시장 상황이 잘 보여주듯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업무용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

문제는 이 빙하기가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업황이 지금 보다 훨씬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경제를 워낙 전방위로 망가뜨린데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향방과 파괴력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들이 펼쳐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업무용 부동산 시장도 그러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4월 1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