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장아파트 11억 급락…용산·서초는 거래 0건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반포를 넘어 강남권의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 34평형이 직전 최고가 70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급락한 거래 사례가 나왔다. 등기까지 된 거래다. 70억 원 거래 때 전용면적 84㎡ 국민평형(국평) 아파트가 평당 2억 원이 넘는 신고가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던 전통매체들이 이번에는 조용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소강 상태로 진입했다. 심지어 용산구와 서초구는 거래가 아예 없다. 청담에서는 100억 원대 초고가 빌라가 공매로 나오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아직 트럼프발 관세 쓰나미가 부동산 시장을 본격적으로 강타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70억 신고가에서 59억 거래된 래미안 원베일리 34평형
토허구역 해제와 재지정 과정에서 가장 가격이 극적으로 움직인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이전 대장 아파트였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밀어내고 대장 자리를 차지해 유명해진 아파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중순 잠실·삼성·대치·청담에 지정된 토허구역을 해제한 이후 이 아파트 전용 84㎡(12층)는 3월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70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등재됐다. 전통 미디어들은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3.3㎡당) 2억 원을 돌파한 최초의 ‘국평(국민평형) 아파트’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그런데 아직 등기가 되지 않았지만 70억 원 거래가 터진 지 불과 닷새 후 같은 평형 아파트가 59억 원에 거래된 사실에 대해서는 미디어들이 함구 중이다. 심지어 59억 원 거래는 등기까지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후 강남·용산 다시 거래 절벽
토허구역 재지정 후 강남권과 용산이 거래 빙하기로 돌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3월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시 전체 매매 신고 건수는 총 62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의 거래신고 건수는 총 9건에 그쳤다. 강남구가 8건, 송파구가 1건이며 서초구와 용산구는 2주간 거래 신고건수가 아예 한 건도 없었다.
강남구는 거래 신고된 전체 8건 중 6건은 대치동 은마아파트(3건), 개포 우성2차(1건), 압구정동 한양1차(1건), 현대2차(1건) 등 정비사업 단지로 기존에 토허구역 대상으로 묶여 있던 곳들이다. 송파구는 토허구역 확대 지정 후 2주간 개인 간 직거래로 팔린 잠실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131㎡ 단 1건만 신고됐다.
이번에 일반 아파트까지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와 용산구는 아직까지 거래 신고가 한 건도 없다. 토허구역 확대 전에 비하면 매수세가 확연히 꺾였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입한 토허구역 해제 약발이 완벽히 사라진 셈이다.
100억대 초고가 빌라도 공매로 나와
부동산 시장은 100억 원대 초고가 호화빌라가 공매로 나왔지만 유찰을 거듭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 청담 101’의 전용면적 216㎡는 3일 최저 입찰가 92억 8030만 원에 공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해당 매물은 1일 최저 입찰가 103억 원(건물부가세 3억 원 포함)에 첫 공매가 진행됐지만, 유찰을 거듭하며 다음 공매는 이달 8일 83억 6160만 원에 진행됐다.
총 28세대의 해당 빌라는 건축물 대장에 아파트로 올라있다. 전용면적 217㎡와 252㎡로만 구성된 대형 평형 위주의 고가 주거단지로, 거래는 2022년 217㎡가 78억 원에 손바뀜 된 단 한 건이다. 신탁 공매의 성격상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등 낙찰 후에도 권리관계를 말끔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난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주변 시세 대비 현저히 가격이 낮은데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건 의미심장하다.
이달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매물은 최저 입찰가 40억 8000만 원에 나와 낙찰되기도 하는 등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도 비교적 저렴주택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던 경·공매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발 쓰나미는 아직 부동산 시장에 도달도 안해
토허구역 재지정 후 강남권역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다는 사실, 강남의 대장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의 거래가가 급락했다는 사실, 100억 원대 초고가 빌라마저 공매시장에 나와서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 등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위계의 최정점이자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강남과 초고가 주택시장에도 미세한 균열이 가고 있다. 문제는 전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트럼프발 관세 쓰나미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제지표들을 잿빛으로 만들 트럼프발 관세 쓰나미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때 시장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근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