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고개를 바짝 들고 4주째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늘 그랬듯 이른바 ‘한강 벨트’가 서울 아파트 전체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시간문제인만큼 강력한 수요억제대책이 시급한 상황인데, 정작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주식과 부동산의 차이점을 간과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염려된다. 이재명 정부가 다른 걸 다 잘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다면 정권 재창출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닥 찍고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다섯째 주(9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7% 올라, 상승폭은 0.08%포인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축소 흐름을 이어가다, 9월 둘째 주(9월 8일 기준)부터 줄곧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승률은 9월 1일 0.08%에서 9월 8일 0.09%로 커진 데 이어 15일 0.12%, 22일 0.19%, 29일 0.27%를 기록하는 등 오름폭이 매주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벌써 6·27대책의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광진구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계속되는 ‘한강벨트’ 질주
이번 주에는 강북의 한강 벨트 대표 권역인 성동구·광진구·마포구의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특히 광진구가 눈에 띈다.
광진구의 주간 상승률은 0.65%로,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주(0.35%) 대비로는 상승폭이 무려 0.3%포인트 커졌다.
성동구(0.78%)도 직전 주와 비교해 오름폭이 0.19%포인트 확대됐고, 마포구(0.69%)도 상승률을 0.26%포인트 키우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송파구(0.35%→0.49%), 강동구(0.31%→0.49%), 중구(0.27%→0.40%), 동대문구(0.15%→0.25%), 양천구(0.28%→0.39%), 동작구(0.20%→0.30%) 등을 비롯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원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 역세권 등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상승거래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책실장 “경제가 정상궤도로 올라갈 때 부동산 상승세는 자연스럽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인식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못 받게 하는 6.27 수요대책은 굉장히 강력했다. 그런데도 (큰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는 상당히 강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리도 회복하고, 경제도 좋아지고 있다. 주식도 크게 상승했는데, 부동산도 자산이다. 부동산도 경제가 정상궤도로 올라갈 때 상승세로 돌아서는 건 어떤 면에선 자연스럽다.”고 답했다.
우선 김 실장은 주식과 부동산을 같이 인식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다르다. 주식과 부동산을 사회적 기여와 폐단의 정도,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균등성, 무책손실(無責損失)이 발생하는 정도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두 자산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을 통해서 얻는 불로소득은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전혀 없는 반면 해악만 끼치고, 로또복권과는 달리 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자금이 풍부한 자에게 훨씬 많이 주어진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자들이 단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만든다. 반면 주식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폐단에 비해 크며, 자금이 적어도 투자할 수 있고, 주식이 없다고 손해를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가 주식 등의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총력을 경주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억제하려고 하는 까닭도 이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그토록 위험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김 실장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억제 대책이라 할 6·27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를 ‘자기 돈으로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상당히 강한 탓’으로 분석했다. 맞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 분석은 필연적으로 강력한 부동산 세금정책이 나와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자기 돈으로 이른바 ‘한강벨트’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수익률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강력한 세금정책으로 이들의 기대수익률을 잠식해야 투기 열풍이 수그러들 수 있다.
모든 걸 잘해도 부동산 못잡으면 정권재창출 힘들어
이재명 정부가 설사 모든 걸 잘한다 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다면 정권 재창출에 어려울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전임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도 많은 업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진보 정부로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진보 정부가 모든 걸 잘 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면 정권재창출이 매우 어려운 나라다.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명심하고 고개를 바짝 들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잠재우는 데 세금을 포함해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투사해야 옳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민주당에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공급대책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가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