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철수에, 폐업에, 부도에…건설업계는 엄동설한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건설업계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메이저 건설사인 GS건설이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서도 빠지기로 했다. 충격적인 건 서부선 경전철 민간사업자 중 하나인 현대엔지니어링마저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서부선 경전철은 2028년 개통이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사업의 추진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은평구와 관악구를 종단하는 서부선 호재를 보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난감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건설사인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경전철 사업에서 손을 드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건설업계의 업황은 악화일로다. 심지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부도를 맞는 중소 건설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위례신사선에 이어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서도 철수하는 GS건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부 경전철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GS건설은 최근 컨소시엄에 탈퇴 의사를 통보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원자잿값이 많이 올라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 컨소시엄에는 대표사인 두산건설과 롯데건설, 계룡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GS건설의 지분은 17%다.
GS건설은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도 포기하면서 서울시가 사업을 재공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을 대체할 다른 출자기업을 찾거나 지분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부선 경전철 사업은 은평구 6호선 새절역에서 여의도를 거쳐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총길이 16.2㎞의 경전철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2028년 개통한다는 계획이었다. 충격적인 건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서 철수한 게 GS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엔지니어링은 서부선 경전철 우선협상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3년 전 만해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 참여했던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서부선 경전철 건설사업을 포기했다”며 “그동안 공사비 원가가 급상승한 만큼 과거에 책정한 공사 계약으로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컨소시엄 대표인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CI 참여사 롯데건설, 계룡건설 등도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의 이탈을 보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삽을 떠도 2028년 개통은 힘들다”고 말했는데 지금으로선 서부선 경전철 개통시기가 미뤄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부선 경전철 사업 자체가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인 지경이다. GS건설은 이번 서부선 경전철 사업 포기에 앞서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강남권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 도시철도사업에서도 철수했다.

경전철 위례신사선 노선도
서부선 호재 보고 주택 매수에 나선 사람들은 패닉상태?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서부선 경전철 사업의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는 서부선 개통 호재를 보고 노선 주변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들에겐 악재 중의 악재다. 서부선 경전철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6호선)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까지 총 연장 16.15km, 16개 정거장으로 건설 예정이었다. 기존 1·2·6·7·9호선 등 5개 간선 도시철도로 환승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노선을 계획한지 20년 만에 통과한 것으로 오는 2023년 공사에 착수해 2028년 개통하는 것이 목표다. 총 사업비는 1조 6191억 원이다.
운송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전철임에도 불구하고 서부선이 주목받은 것은 서울 강남·북을 연결하는 최초의 경전철로, 지하철 여러 노선과 환승할 수 있다보니 강남과 도심 접근성이 떨어졌던 은평구와 관악구의 교통여건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부선이 지나는 예정역 인근 아파트들은 서부선 호재를 타고 가격이 상승했다. 예컨대 새절역, 장승배기역, 서울대입구역 주변의 신구축 아파트들이 그렇다. 하지만 서부선 추진이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금, 투자 목적으로 서부선 노선 역 인근에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들은 근심스럽기만 하다.

경전철 서부선 노선도
건설업계는 지금 한겨울을 통과 중
메이저 건설사들이 경전철 사업 같은 굵직한 사업을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손을 드는 마당에 중소건설사들이 무사할 리 만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7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2곳이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자,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21곳) 수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건설사 폐업도 증가했다. 올해 1~7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전년 동기(218건) 대비 35.32% 늘었다. 전문건설사 폐업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심지어 영업을 중단한 지방 소규모 건설사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가격과 임금 인상 속에 기존에 계약했던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사 발주 자체가 줄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라며 “그래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는 당좌거래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도가 나면 확인이 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부도가 나더라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를 악몽처럼 짓누르는 미분양 유령도 좀체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822가구로, 전월(7만4037가구) 대비 2215가구(3%) 감소했다. 하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전월(1만4856가구) 대비 1182호(8%) 증가했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줄이어 경전철 사업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이탈하고, 중소기업들은 폐업과 부도와 영업중단에 신음하는 등 건설업계는 지금 한겨울을 통과 중이다. 우울한 건 대내외 거시경제지표들을 감안할 때 건설업계의 봄날이 언제 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