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층 사상 최다, 대한민국 미래가 어둡다



그냥 쉬는 청년층 사상 최다, 대한민국 미래가 어둡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민간소비가 통계 작성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 중이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청년들은 그냥 쉬는 비중이 지난 20년간 최대를 찍었다. 내수가 사실상 궤멸상태에 빠졌고 청년들은 구직을 포기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정확히 이렇다.


붕괴일로 중인 대한민국의 민간소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천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이중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값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 0.2% 감소한 것으로 시작으로 무려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감소세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에서 모두에서 고루 나타났다. 2분기 기준으로는 승용차(-13.2%)와 의복(-4.4%), 오락·취미·경기 용품(-7.3%), 음식료품(-3.2%) 등 품목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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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가늠하는 다른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지수(불변)는 2분기 1.6% 증가했지만, 내수와 연관성이 큰 업종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 2분기 도매 및 소매업 생산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2.1% 감소했다. 2023년 2분기부터 시작된 감소 흐름이 5개 분기 연속 이어진 것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도 2분기 1.8% 감소하며 5개 분기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33개 도소매 업종의 재고·판매액 비율을 나타내는 도소매업 재고율 역시 2022년 2분기를 시작으로 9개 분기 연속 늘어나고 있다. 재고율 수치는 올해 1분기 109.8을 기록, 202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붕괴상태다 보니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확대 등 민간소비를 옭죄는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쉬었음’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4만2천명 늘어난 44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천명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1천명으로 줄었으나 작년(40만2천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천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적었고, 30대도 28만8천명으로 나타났다. 50대는 39만4천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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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쉬었음 청년(44만3천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였다.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청년층의 쉬었음 비중은 2019년 4.1%에서 팬데믹으로 2020년 5.0%로 늘었다가 2022년 4.2%까지 줄었지만, 작년(4.8%)부터 늘더니 올해 다시 5%대로 진입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쉬는 청년들이 일할 의사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를 분석해보니 쉬는 청년은 단순히 양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쉬었음 청년(44만3천명)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천명에 달했다. 75.6%가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편 나머지 일하기를 원했던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보니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사라진 채 고사 중인 대한민국

민간소비가 경향적으로 붕괴 중이라는 데이터가 알려주는 건 대한민국의 경제현실이 암울하다는 사실이다. 쉬는 청년들이 통계 작성 이래 최다인데다 일할 의사조차 없다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대한민국의 경제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뜻이다.

사정이 최악인 건 대한민국의 경제현실과 미래가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와 집값 띄우기 이외의 경제 현안엔 아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의 회복탄력성이 아예 상실될까 근심된다.

 


 

 


<뉴스M 2024년 8월 2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