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시장 강타한 쓰나미, 한국도 덮치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의 국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천문학적 국가부채,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고, 일본의 장기물 국채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국채금리도 우상향 행진을 계속하는 등 글로벌 국채시장이 혼비백산 상태다. 금융의 근간이자 시중금리의 토대라 할 국채금리의 상승 쓰나미에서 대한민국은 무사할 수 있을지 근심된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 5% 돌파, 10년물도 5% 육박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12.3bp(1bp=0.01%포인트) 급등해 5.09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3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599%로 전장 대비 11.2bp 올랐다. 앞서 블룸버그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지난주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92%로 3개월 사이 가장 높았다. 모기지 금리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대규모 감세 법안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감세 법안 통과 시 10년간 재정적자가 2조 5000억 달러(약 3440조 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내리면서 재정적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증세를 하지 않는 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국채 공급 증가는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날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미 국채 경매에서 수요가 부진했던 것도 국채 매도세에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매에서 20년물 국채의 표면 금리는 2020년 20년물 재도입 후 최고인 5%를 기록했다. 이전보다 높은 국채 표면금리를 매수자들이 요구했고 재무부는 이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은 이날 “무역적자보다 재정적자가 더 우려”라면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도 장기물 국채 금리 전망치를 올렸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9.336으로 약 2주 만의 최저치였다. 국채시장의 위기가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도이치방크의 조지 사라베로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 가격 수준에서 더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에 자금을 대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봤다.

일본 국채시장도 아수라장을 방불케 해
일본도 국채시장에 난리가 난 건 미국과 같다. 21일 일본의 초장기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3.185%와 3.635%까지 치솟은 것이다. 20년물 국채 금리도 200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2.575%까지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나오면서 부족해진 사회보장 재원을 적자 국채로 메울 것이라는 관측에 장기물 국채 금리가 올랐다고 해석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최근 일본의 재정 상황에 대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로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다고 짚었다.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 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어려워지고 일본 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과 독일의 국채금리도 고공행진을 거듭 중
미국과 일본의 국채시장이 초토화하는 와중에 유럽만 독야청청할 리는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채권 매도세 속에 지난달 9일 3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63%까지 오르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최근 다시 장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1일 전장 대비 6.1bp 오른 5.516%를 기록했다.
영국 국채 가격은 미국 국채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미국 시장 불안의 영향을 받았다. 또 영국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영국 정부의 높은 차입 수요 등이 불안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가라 할 독일의 경우 지난 3월 독일 정부의 천문학적 규모의 ‘돈 풀기’ 정책 여파로 국채 투매세가 촉발됐으며 최근 다시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14일 3.199% 수준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했는데, 최근 상승세 속에 21일에는 전장 대비 4.7bp 오른 3.133%를 기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줄 왼쪽부터)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2일 영국에서 우크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다.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운데 줄 맨 왼쪽)도 보인다. 유럽 20여개 국 지도자들은 2일 런던 랑카스터 하우스에서 긴급회동 했다. 2025.3.2.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631_44256_5256.jpg)
대한민국은 국채수익률 폭등의 쓰나미를 피할 수 있나?
글로벌 주요국 국채시장이 재정적자 심화, 트럼프발 관세전쟁, 성장률 둔화 등 복합악재로 휘청거리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국채시장이라고 안전하긴 어렵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55%로 지난달 말(2.563%) 대비 19.2bp 상승했다. 5년물과 20년물 금리도 지난달 말 대비 각각 11.8bp, 17.7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3년물 금리는 6.9bp 오르는 데 그치며 장단기 스프레드는 기존 29.6bp에서 41.9bp로 확대됐다.
주지하다시피 국채는 모든 자산과 금융과 금리의 근간이자 토대다.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국채수익률이 폭등하면 자산시장과 금융시장, 금리가 모두 동요하고 혼란에 빠진다. 가뜩이나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경제에 국채시장의 불안까지 더해진다면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조기대선을 통해 수립될 민주정부의 어깨에 걸린 짐의 무게가 터무니 없이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