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로 기우는 미국…한국은행의 선택은?



금리 동결로 기우는 미국…한국은행의 선택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경기후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반이민정책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사롭지 않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하며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성장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부작용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들 곳곳에서 보이는 미국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후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매우 어렵고 사용할 수 있는 정부정책도 마땅치가 않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발을 디딘 것이 아닌지 염려되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서비스업 지표는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며 위축세(50 이하) 전환을 시사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연합인포맥스의 시장예상치(52.8)를 크게 하회했다. 서비스 업황은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업황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50 아래로 떨어졌다. 2월 제조업 PMI는 51.6으로 시장 예상(51.5)을 소폭 웃돌았다.

미시간대학이 내놓은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4.7로 집계됐다. 전월(71.7) 대비 9.8% 급감하며 시장예상치(67.8)를 밑돌았고,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미 부동산협회(NAR)가 공개한 1월 기존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4.9% 급감세를 나타냈다.

곳곳에서 경기후퇴의 조짐들이 보이는 와중에 물가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얼마 전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표가 3%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상승 폭은 시장 전망치를 아득히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꺼지기도 전에 트럼프가 관세전쟁과 반이민정책 등을 밀어붙이면서 물가는 더 뛰고 경기는 후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CPI추이, 출처 :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 CPI추이, 출처 :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연준 이사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커져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보니 연준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을 근심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일련의 수치들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쿠글러 이사가 언급한 수치는 최근 공개됐던 1월 CPI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1월 CPI가 생각보다 높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시카고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CPI는 좋지 않았다”며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여전히 좋지 않겠지만, CPI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그는 “내 생각에 정책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발생하기 전까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꽤 좋아 보였다”며 “대규모 관세로 인해 상당한 공급 충격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이 다소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는 얼마나 많은 국가에 적용될지, 얼마나 큰 규모일지에 달렸다”며 “그것이 코로나19 때의 충격처럼 보인다면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 참석해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 궤도에 있다는 확신을 키우고 싶다”며 “인플레이션 개선 흐름이 정체되는 위험이 이젠 일자리 시장이 약화할 위험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더 제한적인 통화 정책 경로를 유지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발언한 세 명 모두 올해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투표권이 있는 인물이다. 참고로 금리 방향을 추적하는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옵션시장에서 내달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97.5%로 제시됐다. 5월에도 동결 확률은 78.9%에 달했다. 올해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12월까지 동결 혹은 1회 인하에 그칠 것이라는 확률은 50%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경기 하방에 무게를 두고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장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단연 성장률 저하다.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1% 성장에 그쳤고, 한국은행은 지난달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1.9%에서 1.6~1.7%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다.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한미간 기준금리 차는 1.75%로 벌어진다. 현재 한국(3.00%)과 미국(4.25~4.5%) 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다. 한미간 금리차는 지난해 12월 1.50%포인트 이후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한국은행과 연준이 각각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차가 유지되고 있다.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

문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얻을 건 적고 잃을 건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성장률 추락은 윤석열 정부의 자멸적 경제정책에다 내란 사태가 겹친 탓이 크다. 기준금리 찔끔 내린다고 경기가 회복될 리 만무다. 기준금리 인하는 내수와 투자에는 거의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부동산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게다가 한미 금리차 역전폭 확대는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한미간 금리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에 걸친 한미간 큰 폭의 금리차 역전은 원화약세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경기를 살리겠다며 기준금리를 계속 내린다면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다. 종전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할 망상을 버려야 한다. 그건 한국은행의 몫이 아니며 가능하지도 않다. 한국 경제의 변곡점은 조기 대통령 선거를 통한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올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2월 2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