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위해 추가 대출규제 필요하다는 한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집값 상승을 억제할 거시건전성 정책을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더욱 강력한 거시 건전성 정책을 시장에 투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강력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선행하면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효과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금융당국이 한은의 요청에 응답할지 지켜볼 때다.

 

거시건전성정책지수 및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거시건전성정책지수 및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은, “6·27 대책, 서울 집값 상승 2%p 정도 상쇄”

한은은 19일 ‘BOK 이슈노트’에 게재한 ‘거시건전성정책의 파급영향 분석 및 통화정책과의 효과적인 조합’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정책 강화가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모형실 거시모형팀이 집필한 이 보고서는 경기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인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거시건전성정책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정책으로, 대표적인 정책 수단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 총부채상환비율(DTI ) 등 대출 총량 규제를 들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경기 요인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급·심리 및 금리 요인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봤다. 이는 과거 2019년~2020년 상승기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 두 기간 모두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이 큰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금융안정 제고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지수를 산출했다. 이 지수는 서울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정부 정책을 전수 조사해 반영했다. 거시건전성정책지수를 포함해 모형을 분석한 결과,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유의한 효과가 있는 반면, 성장을 제약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1단위만큼 강화하면 향후 1년간 평균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을 1.6% 하락시키고, 주택담보대출을 1.7%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거시건전성 정책 1단위 강화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특정 규제수단이 신규 도입되거나 서울의 모든 자치구가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규제 강도를 의미한다. 이를 활용해 이번 6·27 대책의 금융안정 제고 효과를 추정한 결과, 대책이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 올해 하반기중 서울 아파트가격은 약 6%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약 5% 증가할 것으로 봤다. 6·27 대책으로 인해 이를 각각 1.6~2.1%포인트(p), 1.2~1.6%p 정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6.27대책의 금융안정 제고 효과. 자료 : 한국은행
6.27대책의 금융안정 제고 효과. 자료 : 한국은행

 

“건전성 정책 선행하면 금리 25bp 인하시 서울 집값 상승압력 0.4%p↓”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집값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6·27 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우려, 금리인하 기조 지속 등으로 주택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상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추세적으로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완화적 통화정책에 선행하는 경우가 후행하는 경우에 비해 주택가격 상승세 및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에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금리 인하에 선행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경우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더라도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 압력을 약 0.4%p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조치가 금리인하 시점에 4~6개월 후행할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 축소 효과는 0.2~0.3%p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없이 금리 인하가 먼저 이뤄질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의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효과는 더욱 커지고 성장 제고 효과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기 중 요인별 기여율. 자료 : 한국은행.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기 중 요인별 기여율. 자료 : 한국은행. 

 

정부, 한은의 요청에 화답해 추가 대출규제 대책 내놓을까?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도리어 커지는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하기가 꽤나 어려운 처지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은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추가 대출규제를 요청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가 대출규제를 통해 사전정지작업을 해 놓으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부담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오형석 한은 거시모형팀장은 “과거 경기 부진에 대응해 금리를 0.5%까지 낮췄을 때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학습효과가 남았다”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금리 반응들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의 긴밀한 조합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주택시장 안정뿐만 이나라 자금을 증시 쪽으로 전환하겠다고하는데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대책들이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금융위는 신규로 취급되는 주담대에 한해 위험가중치를 기존의 15%에서 20%로 높여 대출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한은의 고충을 모를 리 없는 이재명 정부가 추가 대출규제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9.19. 연합뉴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9.19.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9월 2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