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서울 아파트, 정부 통계로도 하락세 전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필사적으로 버티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정부 공식 통계에서조차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공식 통계라 할 수 있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미세하게나마 내렸다. 지방아파트 11채를 팔아야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극심한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최후의 보루까지 무너졌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마저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증명
22일 한국부동산원의 ‘1월 둘째주(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보합(0.00%)을 기록하며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043% 하락하며 작년 3월 넷째주(3월 25일 기준) 상승 전환한 이후 9개월여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통계 발표 시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끊고 있어 0.00%로 표기됐으나 실상은 하락 전환한 것이다. 보합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지난해 12월 다섯째주와 올해 1월 첫째주는 각각 0.0029%, 0.0034% 올라 전주 대비 미미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러한 서울의 집값 추세 변화는 민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이 한국부동산원과 같은 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시장동향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보합을 나타내며 전주까지 이어지던 상승세를 멈췄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전주(35.7)보다 내린 35.4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통상 이 지수가 20 수준이면 가격이 바닥권에 가까운 것으로 여긴다. 이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권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점점 더 하락폭 커져
서울이 하락세로 전환했을 뿐아니라, 전국 아파트값도 전주보다 낙폭을 키우며 0.04% 하락했다. 지방(-0.05%)과 5대광역시(-0.06%), 8개도(-0.04%) 모두 전주에 이어 하락세가 지속됐다.
전국 전셋값도 0.01% 내리며 지난주(0.00%) 대비 하락 전환했다. 전국 전셋값이 내린 것은 2023년 7월 셋째주(7월 17일 기준) 보합 전환한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아파트값 상위 20%와 하위 20% 평균 가격 차 11배로 벌어져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정부 통계가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서울 아파트가 전국 집값의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 836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1억 1648만 원)의 11.02배에 달한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1분위)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22년 2월 처음으로 10배를 넘었다. 이후 힌동안 주춤하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12월에는 KB부동산이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1배를 넘었다. KB부동산이 같은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지방 아파트값 하락 여파로 지난해 전국 1분위 아파트 평균가는 1월 1억 1815만 원으로 시작해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12월 1억 1648만 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5분위 평균가는 12억 1982만 원에서 12억 8360만 원으로 상승했다. 단순히 말하자면 지방 아파트 11채를 팔아야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인데, 양극화도 이런 양극화가 없다.
서울마저 하락하면 대세하락은 불가역적
서울 아파트가 전국의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시절 지방 아파트들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이제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던 서울 아파트마저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통계가, 그것도 가장 보수적이고 후행적이라 할 한국부동산원에서 나왔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자산의 가격 하락세는 비우량 자산에서부터 시작돼, 우량자산을 거쳐 최우량자산까지 번지는 법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도 정확히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