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업의 부동사니즘 : 전국민 주거권 실현, 어떻게 가능한가?



전국민 주거권 실현, 어떻게 가능한가?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사회 같은 것은 없다. 
개인과 가정만 있을 뿐이다!”


‘전 국민이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누리는 사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사회다. 그러나 대부분 불가능한 꿈이라고 체념한다. 왜 그럴까? 너무나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역대 모든 정부가, 심지어 윤석열 정부까지도 국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거 불안은 더 심해졌다. 무엇보다도 집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가 13~15억 원에 이르는데, 이 가격은 가구의 1년 소득이 6,500만 원 정도면 20년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서울보다 싼 수도권도 비싸긴 매한가지다. 대부분 분양가가 7~8억 원이 넘는데, 그러면 한 푼도 안 쓰고 10년 이상은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재산 많은 부모를 만나지 않는 한, 가구소득이 연 2억 원 정도가 되지 않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하여 한 번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벌어진다. 전세대출을 받은 서민들과 청년들이 보증금 사기를 당해 자살하는 비극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나타나는 사회현상은 각자도생이다.  활용해서 더 높은 수익을 위한 ‘투자’를 하든가 선택하는 것이다. 적어도 주거 부문에서 대처의 유명한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 같은 건 없다. 오직 개인과 가정만 있을 뿐이다.” 


반드시 물어야 할 중대한 질문


그러면 전 국민 주거권 실현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질문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까지 진지하게 묻지 않았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주거 불안으로 이렇게 국가소멸까지 걱정하게 된 까닭이 근본적으론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질문하면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고 그러면 해법에 주목하게 되며, 결국 전 국민 주거권 실현의 동력이 된다. 

주거와 관련해서 수많은 질문을 할 수 있으나 필자는 주거권 실현과 관련한 중대한 질문을 다음 4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왜 사람들은 자기가 살지도 않은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이용하지도 않는 땅과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할까? 
둘째,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전 국민 주거권 실현의 가장 좋은 방법일까?
셋째,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에서 얻는 초과 이익은 불로소득인가, 아니면 노력 소득인가?
넷째,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 문제는 건물에서 비롯되는가, 땅에서 비롯되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첫 번째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자동차는 사용 의사가 없으면 소유하지 않는데, 왜 집은, 부동산은 사용하지도 않는데도 가지려 할까?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부동산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하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런데 이건 대답이 될 수 없다. 왜 여러 자산 중에 유독 땅과 집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한지에 대한 의문이 해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면 알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보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채권이나 달러를 샀을 때보다 더 큰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고 그런 까닭에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이 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유하고 있을 때 남에게 빌려주면 점점 커지는 임대소득이 발생하고 시기 잘 봐서 처분하면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유 욕구가 강한 것이다.


주거 불안의 뿌리는 부동산 초과 이익, 즉 불로소득


그러면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와 수익률이 비슷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사용하지 않을 집과 건물과 땅을 소유하려고 할까? 그런 경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초과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수요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집이나 땅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값은 하향 안정화하고 내 집을 보유한 가구, 자기 소득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가구 비율은 늘어나며 공공임대주택 수요, 즉 주거복지 수요는 줄어드는데,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질문과 연결된다. 즉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을 늘리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신규로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주택도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 즉 부담할 수 있으면서 투기가 차단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면 시장에서 주거를 해결할 가능성은 더 올라간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을 꾸준히 늘리면 쪽방이나 고지원 반지하 옥탑방에 거주하는 가구,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수는 경향적으로 줄어들어 전 국민 주거권이 현실이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에서 발생한 이익이 GDP를 증가시키는 생산 활동의 대가, 즉 노력 소득이 아니고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세 번째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집과 땅을 알아보러 다니고 정보 분석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그 노력은 생산적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학에서 이런 활동을 가리켜 비생산적 경제활동, 즉 지대추구행위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나라라면 개별 경제 주체 차원의 경제활동이 나라 전체의 GDP를 증가시키는 활동이 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 즉 불로소득의 진원지는 건물이 아니라 건물이 깔고 있는 땅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네 번째 질문이다. 비싼 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건물에 압도되다 보니, 건물 평당 얼마로 아파트가 거래되다 보니 건물 아래 있는 토지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기 쉬운데, 건물은 어디에 짓나 재료와 기술이 같으면 가격도 같고, 시간이 지나면 가치도 떨어진다. 집값이 차이 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건물이 깔고 있는 땅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땅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 국민 주거권 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로소득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임대소득이 다른 데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률과 비슷하고, 매매차익이 별로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환수 비율이 높으면 투기적 보유는 상당히 차단된다. 부동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사람이 보유하는 시장으로 재편된다. 자동차 중고 시장이 활발하듯이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도 지금처럼 나라가 들썩거릴 이유가 없다.

그러면 불로소득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금융제도와 부동산 세제가 있는데, 금융은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금융만 가지고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여기서는 부동산 세제에 집중해 본다.

부동산 세제에는 살 때 취득세, 보유할 때 보유세, 팔았을 때 부담하는 양도소득세가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세다. 보유세를 제대로, 충분히 강화하면 매매차익이 여간해서 잘 생기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양도소득세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사용하지 않을 집과 땅을 보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보유세 강화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종합부동산세에서 보는 것처럼 보유자는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하고, 보유세 대상자가 아닌 부동산 비(非)소유자들은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보유세를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 앞에서 다뤘듯이 불로소득의 진원지는 건물이 아니라 땅이기 때문에 개인과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토지를 합해서 보유세를 부과하면 더 좋다. 즉 개인과 법인이 보유한 토지를 모두 합해서 보유세를 부과고 세수 전액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필자가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계산한 바에 따르면 부담보다 혜택이 많은 가구가 무려 95%에 달한다(『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 남기업 외 지음ㅣ이상북스). 이렇게 보유세를 기본소득과 연계하면 강력한 지지가 생겨나고 도입이 되면 전진하게 된다.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할까? 12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은 비과세하고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 ‘실거주’에 국한한 이유는 자기 집은 전세 놓고 전세 사는 관행을 깨기 위한 것이다. 또 건물이나 다른 토지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최소한 소득세보다 실질적 부담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취득세 역시 1주택의 부담을 낮춰주고 2주택자와 3주택자 이상을 차등해서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요컨대 집과 땅에서 엄청난 초과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전 국민 주거권 실현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부동산 세제가 중요한 것이고, 그래야 자기 소득으로 주거권을 실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이런 상태에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리면 전 국민 주거권 실현의 비전은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매매차익이 별로 발생하지 않는 시장이 되면 임대인들은 불안전하고 사고가 많은 전세를 안전한 월세로 전환할 것이고, 결국에 가서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전 국민이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누리는 사회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중요한 질문을 하면 해법이 보인다. 그러므로 관건은 그 해법을 일관적이고 순차적으로 실행하면서 때론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유능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나무 쩌날리즘 2024년 9월 2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