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성장 1%대 추락 전망 쏟아졌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가뜩이나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국경제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자연재해와도 같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에서 추진될 관세전쟁은 한국경제의 생명선인 수출을 크게 위축시킬 확률이 높은데 그리되면 한국경제는 그 어디에서도 활로를 찾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투자은행사들이 앞다퉈 내년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의 아시아 주요국 경제지표 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IB 8곳 중 바클레이즈, 씨티, 제이피모간, HSBC, 노무라 등 무려 5곳이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1%대 전망치를 제시한 IB 숫자는 지난달 2곳에서 2배 넘게 증가했다. IB 절반 이상이 통상 한국의 잠재성장률로 여겨지는 2%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 것이다. 바클레이즈와 씨티, JP모간의 전망치가 1.8%로 가장 낮았다. 특히 JP모간은 전월 2.3%에서 0.5%포인트 성장 전망치를 내렸다.
또한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미 대선 이후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한데다 2026년 전망치는 1.5%로 내놨다. 심지어 JP모건은 전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직전보다 0.1%P 더 내린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이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티목인 수출마저 무너지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렇게 앞다퉈 내년 한국경제성장률을 1%대로 낮추고 있는 이유는 최근 반도체 등의 수출 부진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보호주의와 대(對)중 관세 정책으로 최대 수출국인 미·중의 비중이 줄면서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GDP 성장률을 지탱해온 것은 수출이었다. 매 분기 GDP에 대한 순 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1.0%, 올해 1분기 0.8%, 2분기 –0.1%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기 대비 성장률은 0.6%, 1.3%, -0.2%를 기록했다.
그러다 올해 3분기 성장률(속보치 기준)이 예상보다 낮은 전기 대비 0.1%를 기록하며 ‘GDP 쇼크’를 맞이했는데, 순 수출 기여도가 -0.8%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내수가 내년까지 좀 더 개선된다는 입장이지만, 수출 부진을 상쇄할 정도가 아닐뿐더러 지금으로선 희망사항에 가까워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한국수출이 트럼프 쓰나미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를 실감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면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도 최대 0.67%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지난 8월 발표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이 현실이 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 폭탄을 퍼부어 중국 내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율 60%를 공언 중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미국제일주의와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대미 무역흑자국 순위가 2021년 14위에서 올해 8위로 약진한 대한민국을 두고 볼 리 없다.
한국경제가 이대로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돼
이미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수정했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대한민국은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가 생명이다.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가 이뤄져야 민간소비, 민간투자가 활발해지며 기업이익과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 세수가 증가한다. 세수가 늘어난 정부는 적극재정을 통해 가계와 기업을 돕고 이는 다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추동한다. 87년 체제 성립 이후에는 보수정부와 진보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한국경제는 성장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모든 것이 변했다. 윤 정부는 대한민국이 무역수지를 가장 많이 내는 중국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고 아세안도 홀대했다. 그 결과는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구조의 고착이다. 거기에 더해 윤 정부는 부자감세를 추진하면서 세출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윤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며 가계부채를 임계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에 더해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없는 주된 까닭이다. 경기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데 기업이 투자를 할 리 만무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축소지향의 악순환 고리에 완전히 갇혀 있다. 여기에 트럼프 쓰나미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마친 후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지 정녕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