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최저임금은 최저선을 정한 것이지 적정 기준이 아니다”라며 정부를 비롯한 공공분야부터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은 너무 엄두가 안나서 부동산부터 정리를 한 번 하고 그럴까(해결할까) 생각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해결이 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항이 많고 고용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며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최저임금과 적정임금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만 줘도 된다는 게 아니고 최저임금 밑으로 주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것만 주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부 공공기관에서 근무 기간을 1년에서 하루 모자라게 계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을 거론하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11개월 계약하고 퇴직금 안 주려고 내쫓았다가 두 달 뒤에 다시 고용하고, 정규직 안 만들려고 1년 11개월 29일 시키고, 국가가 뭐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 적정임금을 줘야지 최저만 줘도 되겠나”라며 “공공 분야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 전체가 ‘적정임금’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하는 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실현 가능한 방법은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언제나 약자라, 일하지 않으면 굶어죽는다. 그래서 같은 입장의 노동자끼리 단결할 권한과 단체 교섭권한을 헌법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단체행동권 역시 헌법이 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해서 힘을 모아야 전체적으로 노동자 지위가 올라가고 사용자와 힘의 균형이 맞아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국민이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제가 과거처럼 노동자가 부당하게 탄압받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적정 임금 받는 제대로 된 사회로 함께 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처럼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발언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말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다.
포괄임금제의 즉각 시행을 주문한 이 대통령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포괄임금제 개선 방안과 관련해 “노사정이 이미 관련 사항에 대한 법제화를 협의하고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그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하위 법령이나 지침 등을 통해 시행이 가능한 부분은 먼저 시행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지목해 폐지를 요구해 왔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관련 법을 개정해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고 관련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의 판례를 통해 (포괄임금제 개선을) 입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최근에는 입법 속도가 늦지 않나”라며 “노사정이 합의를 다 이뤄낸 부분이 있다면 입법을 기다리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먼저 시행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임금제를 입법 전이라도 가능한 한 시행하라고 한 대목은 이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임금에 얼마나 지대한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노동에 대한 정부 관점을 완전히 바꾼 루즈벨트 대통령
1월 25일 올린 SNS를 시작으로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대통령의 맹공에 서울 아파트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매물이 속출하는가 하면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던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같은 곳에서도 직전 거래 대비 수십억 떨어진 매물이 등장했다. 거기에 여당은 부동산 불법거래와 시장교란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하고 처벌할 ‘부동산감독원’설치법안을 상정해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혁파를 위한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업은 지속될 것이다.
놀랍게도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에 붙은 급한 불을 끄면서 동시에 노동 존중이라는 이슈를 전면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시민들의 삶을 치명적으로 옭죄는 부동산문제를 해결하면서 임금 등 노동문제도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거대한 복안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노동에 대해 극히 적대적이던 미국 정부를 완전히 바꾼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즈벨트(FDR) 대통령의 업적과 겹친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이라는 전례 없는 경제 위기 속에서 ‘뉴딜(New Deal)’ 정책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기업에 친화적이고 노동에 적대적이던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와그너법 (National Labor Relations Act, 1935), 공정노동기준법 (Fair Labor Standards Act, 1938), 사회보장법 (Social Security Act, 1935)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했고,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했으며, 노사 갈등 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했다. 또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했고, 주 40시간 근무제를 제도화시켰으며, 아동 노동을 금지시켰다. 아울러 루즈벨트 대통령은 실업 보험 및 노령 연금을 도입해 실직하거나 은퇴한 노동자들이 굶어 죽는 걸 방지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로게 만드는 것이 진보의 기준이라고 확신했던 루즈벨트의 노동정책들은 노조 조직률 급증, 중산층의 대규모 출현,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유권자 그룹의 탄생 등의 결실을 맺었다. 기실 미국의 최전성기인 1945~1965의 대황금기는 루즈벨트가 정초한 노동정책 패키지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정컨대 이재명 대통령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동존중을 통한 사회대도약 사례에 깊은 감명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와 노조의 권리에 대한 거듭된 존중, 노동운동에 대한 강조 등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존중사회로의 대전환을 꿈꾸는 것 같다. 원대한 포부이며 적확한 방향설정이다. 부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루즈벨트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