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질주하는 한강벨트…금리인하되면 통제불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규제지역이 아닌 서울 마포구와 성동구 등의 이른바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무섭게 상승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2주 연속 확대됐다. 앞서 서울시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지만 이를 비껴 간 마포구와 성동구는 급등했다. 신고가도 속출 중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만약 10월에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시장이 불타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제는 이재명 정부가 그다지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세금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시점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시장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신호를 선제적으로 줘야 한다.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9월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2%로 직전 주 대비 0.03%포인트 커졌다. 상승폭은 전주 0.01%포인트 증가에 이어 2주째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

서울은 6·27대책 이후 0.40%(6월 30일)→0.29%(7월 7일)→0.19%(7월 14일)→0.16%(7월 21일)→0.12%(7월 28일)→0.14%(8월 4일)→ 0.10%(8월 11일)→0.09%(8월 18일)→0.08%(8월 25일)→0.08%(9월 1일)→0.09%(9월 8일)→0.12%(9월 15일)의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규제지역인 강남 3구를 낀 동남권에서도 강남구(0.15%→0.12%)만 오름폭이 축소됐고 서초구(0.14%→0.17%), 송파구(0.14%→0.19%), 강동구(0.10%→0.14%)는 모두 확대됐다. 강남 3구와 함께 규제지역으로 묶인 용산구(0.14%→0.12%)는 오름폭이 줄었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출처 : 한국부동산원. 연합뉴스 재인용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출처 : 한국부동산원. 연합뉴스 재인용

 

무섭게 상승 중인 마포와 성동, 신고가도 속출 중

서울 아파트 상승장을 견인하는 건 ‘한강 벨트’ 비규제지역이다. 

성동구(0.27%→0.41%)의 가격 상승폭이 직전 주 대비 0.14%나 커졌고 마포구(0.17%→0.28%)가 0.11%포인트, 양천구(0.10%→0.19%)는 0.09%포인트 확대되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전용면적 113㎡가 26억 5000만 원에 계약됐고, 14일에는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84㎡가 25억 1000만 원에 팔리는 등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서울 성동구 금호동 벽산 84m²는 지난달 30일 16억 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성동구 하왕십리동 극동미라주 59m²도 이날 10억 6800만 원에 손바뀜 되며 동일면적 직전 거래(9억 6500만 원) 대비 1억 300만 원 높은 가격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일부 단지에서 거래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 역세권 등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등 서울 전체로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금리인하까지 겹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다시 활활 타오를 수도

설상가상으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의 4.50~4.25%에서 4.25~4.00%로 0.25%p 인하했다. 이로써 한미 간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p로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연준을 따라서 기준금리를 내릴 공간이 생긴 셈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을 사방에서 강하게 받는 중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이미 연준의 금리인하 폭뿐 아니라 가계대출 동향과 서울 아파트가격 추이를 고려해 10월에 열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국은행이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계속 요동치고 가계대출까지 폭증하는 상황임에도 경기부양이 더 급하고 중하다고 여겨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할 때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다. 지난 5~6월과 같이 타오르는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5.9.17.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5.9.17.연합뉴스

 

시장참가자들에게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는 과세정책이 나와야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끊임없이 초과 수요 또는 투기 수요를 통제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 억제책이 추가로 등장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한민국에 있는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로 변했다. 광기가 지배하는 시장에선 대출정책이나 공급정책으로 시장참가자들을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강력한 세금정책을 펼쳐야 시장 참가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과세는 가급적 하지 않고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어한 듯 싶다. 그랬기에 6.27가계대출 대책과 9.7주택공급대책을 시장에 던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하향안정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도리어 기력을 차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라도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과세정책을 시장에 투사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9월 1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