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수차례 언급하며, 공급대책과 더불어 수요억제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최소화하려면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부동산이 최고의 투자대상이라는 생각도 ‘막바지’라고까지 했다.
언제라도 추가 공급 및 수요억제 대책을 시장에 투사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값은 5주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고, 8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6·27대책에도 불구하고 7월의 두배를 넘어섰다.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지정, 공정시장가액비율 복원 등의 추가대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추가 공급대책과 수요억제 대책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유인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두 번의 대책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수요 측면, 공급 측면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며 “그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성장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는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며 “저는 거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고 보는데, 최대한 연착륙을 시키려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 (대책의) 강도나 횟수 등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정책이나 수요 정책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을 따라가 보면 시장상황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추가 공급대책과 수요억제대책이 테이블에 준비돼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9/15529_51729_3437.jpg)
서울 아파트가격 5주만에 상승폭 확대…시장 다시 고개드나?
정부가 불타오르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6·27가계대출 대책’을 내놓고 ‘9·7주택공급확대’ 대책까지 발표했는데,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대책을 시사한 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여전히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둘째 주(9월8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로 직전 주 대비 상승폭이 0.01%포인트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5주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성동·광진·마포구 등 강북 한강벨트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6·27 대출 규제 이후 잠잠하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고강도 대출규제를 담은 6·27 대책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가격 상승폭 축소 흐름을 이어오긴 했으나 최근에는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상승폭 확대 양상이 감지된다.
6·27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0.15%)의 상승률이 0.06%포인트 높아진 것을 비롯해 서초구(0.13%→0.14%), 성동구(0.20%→0.27%), 마포구(0.12%→0.17%), 광진구(0.14→0.20%), 강동구(0.08%→0.10%), 영등포구(0.10%→0.11%), 양천구(0.09%→0.10%) 등 ‘한강 벨트’ 권역에서 두루 상승폭 확대가 나타났다.
오름폭이 둔화했을 뿐 상승세 자체가 멈춘 것도 아니다. 올해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92% 올라 작년 동기간(3.15%)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한편 아파트값 상승세는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일부 강북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0.03%→0.05%), 도봉구(0.01%→0.03%), 서대문구(0.06%→0.08%) 등의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확대됐다.

8월 가계대출 증가세도 어마무시…6·27대책에도 7월의 두배 넘어
한은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보다 4조 1000억 원 많은 1168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6조 2000억 원에 이르던 가계대출 증가 폭은 6·27 대책 이후 7월 절반 이하인 2조 7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8월 다시 4조 원대로 반등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30조 3000억 원)과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1000억 원)이 각 3조 9000억 원, 3000억원 불었다.
또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4조 7000억 원 늘었다. 증가 폭이 전월(+2조 3000억 원)의 약 두배로, 지난 2월(+4조 2000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은행(+4조 2000억 원)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고, 앞서 7월 뒷걸음쳤던 2금융권 가계대출도 6000억 원 증가했다. 은행 증가 폭이 한은 집계와 소폭 다른 것은 금융당국 통계와 달리 한은 통계에는 은행 신탁계정,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등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사이 5조 1000억 원 불었다. 증가 규모가 7월(+4조 2000억 원)보다 9000억 원 커졌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4000억 원 줄었지만, 감소 폭이 전월(-1조 9000억 원)과 비교해 급감했다.

토허구역 추가지정, 공정가액비율 복원 등 후속조치 나올까?
대출정책으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6·27대책이 나왔고, 2026년부터 5년 동안 135만호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9·7대책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불안하다. 시장에선 당장 가능한 후속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공정시장가액비율 원상회복 등을 꼽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번 9·7대책에서 지자체장 외에 국토부장관에도 동일 시·도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고, 이달 초 여당 의원 주도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토허구역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 중심으로 지정돼 있으나 마포구, 성동구 등 한강 벨트 권역에서 최근 풍선효과가 일부 감지되는 상황이라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 확대될 경우 정부가 토허구역 추가 지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복원을 통한 사실상의 부동산 과세 강화도 선택가능한 카드로 꼽힌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윤석열 정부 당시 60%로 하향됐었는데이를 종전 수준인 80%로 되돌리면 과표가 늘어나 사실상의 증세효과가 발생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 단독으로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