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꺾인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대출도 급감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10.15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9주만에 하락했다. 또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대출도 하락세를 보였다. 심지어 지난달 은행권 주택구입 목적 일반 주담대는 7000억 원대 상승에 그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꺾이고 대출액은 급감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 중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가격 상승에 악재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8월 18일 이후 처음 하락해

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10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직전 주(105.4) 대비 2.2포인트 내린 103.2로, 8월18일(99.1) 이후 처음 하락 전환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 미만이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 매수 심리 위축을, 100 초과는 매수자가 많아 거래 활발한 시장을 뜻한다.

6월까지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담은 6.27대책 시행 이후 꺾여 한때 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9월과 10월 두 달에 걸쳐 반등했다. 그러다 10.15대책의 규제지역 확대 시행(16일)에 이어 토허구역 지정(20일)까지 ‘삼중 규제’가 모두 적용된 상황을 처음 반영한 10월 27일 기준 발표에서 9주 만에 처음 하락했다.

10.15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종전 70%에서 40%로 낮아지고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가 2억∼4억으로 감소하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됐다. 동시에 토허구역 지정으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도 불가능해졌다.

매수심리 위축 정도는 강남권보다 강북권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7일 기준 강북권역 매매수급지수는 101.6으로 직전 주(104.8)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역은 106.0에서 104.7로 1.3포인트 낮아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북권은 실수요 중심 시장이고, 강남권과 비교하면 현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10.15 대책 시행으로 규제지역에 포함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이전 대비 많이 줄어든 점이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위축과 더불어 토허구역 지정에 따른 갭투자 차단으로 매물 공급이 줄어드는 양상도 10.15 대책 이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10.15 대책 발표일인 지난달 15일 7만 4044건에서 이날 6만 3178건으로 1만 326건(13.9%) 감소했다.

 

두 달 만에 꺾인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대출도 급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추이. 자료 : 한국부동산원

 

10월 주담대 증가폭 1조 2683억, 1년만에 최소 찍어

10.15대책은 대출 부문에서도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766조 3718억 원)은 이달 들어 2조 2769억 원 증가했다.

9월(+1조 1964억 원)의 약 2배지만, 앞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입)이 절정이던 6월(+6조 7536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7월(+4조 1386억 원)·8월(+3조 9251억 원)보다도 크게 적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1조 2683억 원(608조 9848억 원→610조 2531억 원)에 그쳤다. 급감한 9월(+1조 3134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 10월(+1조 923억 원) 이후 최소치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 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더 줄인 10.15 대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1년 반 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5385억 원 뒷걸음쳤다. 9월(-344억 원)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로, 감소 폭도 1년 반 전인 2024년 4월(-6257억 원) 이래 가장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급감과 관련해 “6.27, 10.15 등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전세 공급 자체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관련 대출과 반대로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103조 8079억 원에서 104조 8598억 원으로 1조 519억 원 늘어났다. 잇단 규제로 금융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창구. 연합뉴스
은행 창구. 연합뉴스

 

대출금리도 상승하는 등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엔 악재가 늘어나

한편 은행권은 연말을 맞아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 등 2금융권까지 대출 창구를 닫는 분위기다.

대출문은 좁아지는데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0월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90∼5.832% 수준이다. 두 달 전 8월 말(연 3.460∼5.546%)과 비교해 상단이 0.286%포인트(p), 하단이 0.23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2.836%에서 3.115%로 0.279%p 올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3.520∼4.990%에서 3.610∼5.100%로 상단이 0.110%p, 하단이 0.090%p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187%p 오른 탓이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최근 높아졌기 때문이다. 집값 등 불안에 한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대출금리 오름세와 가계대출 한도 축소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총부채원리금비율(DSR) 규제에 따라 산출식에 사용되는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원리금 상환 추정액은 커지고 그만큼 최대 대출 가능액은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당장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에 지표 금리인 5년물 금융채 상승 폭(0.13%p)을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상품들의 금리는 3.88∼5.28%로 오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방침에 따라 대출 가산금리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대출 절벽 현상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심리는 꺾였고, 가격 상승의 연료라 할 대출은 급감 중이며,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매도자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를 초래한 건 이재명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2025.10.15. 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2025.10.15.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11월 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