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상업용 부동산…감정가의 1/10 토막 낙찰도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경매 시장에 나온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넘어섰다. 5년 새 무려 3배가 폭증했는데 낙찰률이 급락 중이라 매물 적체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한 신도시에 위치한 근린상가는 감정가의 10분의 1에 낙찰되는 참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침체가 극심해지면서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사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도 못한 상업용 부동산 경매시장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만 494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집계된 건수 중 최다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경기가 직격타를 맞은 2021년과 2022년 1분기만 해도 경매 진행 건수는 5177건, 4660건에 불과했다. 이후 정부가 2023년 2분기 팬데믹 종료를 공식 선언한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4000~6000건 사이를 유지했다.
2023년 4분기부터는 8000건을 돌파했다. 이어 기하급수적으로 경매 건수가 늘었다. 전국 경매 진행 건수는 작년 1분기 1만 174건을 기록한 뒤 6분기 연속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에만 5759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이는 2010년 1월(5911건)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눈에 띄는 현상은 공장과 근린상가 위주로 경매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분기 근린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598건으로 전년 동기(382건) 대비 1.5배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1년 1분기(215건)와 2022년 1분기(179건)에 비해서도 월등하다. 공장의 경우 지난 1분기 935건의 경매가 진행되며 전년 동기(711건)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상가경매 낙찰률
윤석열 정부 출범직후부터 지속된 경기침체로 경매시장에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 경매 낙찰률은 19.8%를 기록하며 20%를 밑돌았다. 공장의 경우 1분기 나온 935건의 매물 중 30.1%가 낙찰됐다. 2021년 1분기(928건) 낙찰률은 이보다 높은 41.9%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상업용 부동산 경매시장에 재앙에 가까운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저금리로 버티던 임대인들이 수년간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도 치명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은 자영업자들이 임대해야 이자를 갚고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즉 창업 수요가 활성화될 때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이 내수 경기가 침체하고 공실률이 많은 상황에서는 임대가 쉽지 않기에 투자 수요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감정가에 10분의 1가격에 낙찰된 근린상가도
상업용 부동산 경매시장이 극도의 부진에 휩싸이다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낙찰되는 물건들도 허다하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따르면 지난달 시흥 배곧동의 한 근린상가가 6250만 원에 낙찰됐다. 배곧신도시 중심상권 외곽에 2018년 준공된 오피스텔의 1층 상가로, 전용면적 43.5㎡(13평) 규모다.
1층 상가인데다 오피스텔 675실을 배후수요로 두고 있어 당초 감정가는 6억 3700만 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7차례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저 매각가격이 5200만 원대로 내려왔고, 결국 감정가의 9.8%인 6250만 원에 매각됐다.
최초 감정가의 4분의 1가격에 낙찰된 인천 미추홀구의 찜질방, 최초 감정가의 17%수준에 낙찰된 부천의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등 가격이 폭포처럼 떨어진 수준에 주인을 만난 매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윤석열 정부 3년을 거치면서 국민경제는 민간소비, 기업투자, 정부재정, 순수출 등 모든 부면에 걸쳐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 더해 내란 정국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발 관세전쟁의 해일은 멀리서 밀려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용가치 측면에서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업용 부동산이 정상시장과 경매시장 양쪽에서 모두 주거용 부동산에 앞서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상업용 부동산 등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쓰나미에 먼저 맞아 휘청거리는데 주거용 부동산이라고 안전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