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내리면 한국도 인하?…서울 집값이 관건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는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빠르게 나빠지는 신호가 곳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

그 여파로 10월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도 정해진 일일까? 그게 간단치가 않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투자와 소비에는 별반 미치지 못하면서, 서울 아파트 값만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한, 금통위가 10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단정하는 건 경솔하다.

베이비스텝이냐 빅스텝이냐?

연준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건 이제 거의 기정사실에 가깝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라 할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첫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26만 300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 23만 5000건을 대폭 웃도는데다, 2021년 10월 넷째 주(26만 8000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나면, 실업률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8월 비농업 신규일자리도 전월 대비 고작 2만 2000명이 증가해 전문가 전망치(7만 5000명)를 밑돌았다. 또한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기존 발표치 ‘7만 3000명 증가’에서 ‘7만 9000명 증가’로 조금 높아졌지만, 6월 일자리는 ‘1만 4000명 증가’에서 ‘1만 3000명 감소’로 수정했다.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5~6월 증가 폭은 기존 발표치 29만 1000명에서 3만 3000명으로 무려 25만 8000명이나 축소 수정됐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지표가 4달 연속 나오는데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터라, 시장에선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건 정해진 일이라고 여긴다. 관건은 인하 폭이다. 즉 25bp를 인하할지 아니면 50bp를 인하할지만 남은 상태라는 말이다.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한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한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금리인하가 26%기여해

문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따라내리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소비나 투자가 좋아진다는 증거는 희미한 반면, 서울 아파트가격만 밀어올렸다는 보고서가 나온터라 금리인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기준금리 1%p 인하(3.5%→2.5%)가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 성장률 제고 효과는 과거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금리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6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고, 금리 인하의 성장 파급 시차가 2∼3분기인 점을 고려할 때 성장 효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1%p 인하가 앞으로 1년간 성장률 제고에 미치는 효과를 0.27%p 정도로 추정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가계와 기업의 올해 1분기 중 이자 부담 금리는 각 2023년 4분기, 지난해 2분기보다 0.25∼0.68%p, 0.27∼0.54%p 떨어졌다. 정작 소비와 투자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준금리 1%p 인하의 성장률 영향. 자료: 한국은행
기준금리 1%p 인하의 성장률 영향. 자료: 한국은행

반대로 금리 인하가 집값과 가계대출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 정도는 금리 인하 때문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74%는 수급·규제·심리 등 다른 요인에 따른 것이었다. 대부분 가계에서 대출도 늘었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는 중·저DSR 가계가, 연령별로는 40대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차입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요인 및 입주물량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요인 및 입주물량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은은 “금리 인하가 신규 주택공급 부족, 완화적 규제 수준 등의 요인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며 “최근 주택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됐지만 서울 주택가격 오름세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융 여건 완화에 따른 상방 압력, 주택 수급불균형 우려 등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강남 집값 상승세 지속…6.27대책 효과 약화 가능성”  

한은은 강남 집값이 계속 상승하고, 가장 강력한 가계대출 대책이라고 평가받는 6.27대책의 효과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5억원 초과 아파트에서는 7월 이후에도 상승 거래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6.27 대책 효과가 없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규제 발표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 폭이 축소되고 거래가 둔화하는 등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6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제한의 영향을 받는 규제 지역의 12억 원 초과 주택(담보인정비율 50%)의 거래 비중은 6월 33.9%에서 7월 23.2%로 10.7%p 줄었다. 같은 기간 규제 지역 외 8억 6000만 원 초과 주택(담보인정비율 70%)의 거래 비중도 51.3%에서 36.8%로 14.5%p 감소했다.

한은은 수도권 내 주택구입 시 전입신고 의무 강화로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 등 투기적 거래도 상당 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한은은 지역 간 전이 효과, 과거 부동산 대책 학습 효과 등으로 6.27 대책 효과가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택시장이 몇 개월 정도 둔화 흐름을 보이다,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재차 반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은은 “위험 요인이 잠재한 만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의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기자설명회에서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 수준도 낮다고 할 수 없어 계속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27 대책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며 “9.7 부동산 대책도 (공급 측면에서)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5년 9월)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은 경기동향팀장, 박영환 정책기획부장, 박종우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박충원 정책협력팀장,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2025.9.11. 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5년 9월)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은 경기동향팀장, 박영환 정책기획부장, 박종우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박충원 정책협력팀장,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2025.9.11. 연합뉴스

여전히 요동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

한은의 판단과 궤를 같이하기라도 하듯 서울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사려는 사람은 많아지고, 가계대출도 다시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둘째 주(9월8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로 직전 주 대비 상승폭이 0.01%p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5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주목할 것은 오름폭이 둔화했을 뿐 상승세 자체가 멈추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올해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92% 올라 작년 동기간(3.15%)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가격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구매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2를 기록하며 7월 3주 차(100.1) 이후 7주 만에 기준선인 100을 돌파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높은 것은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8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7월의 두 배가 넘을 만큼 무섭다.

한은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보다 4조 1000억 원 많은 1168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6조 2000억 원에 이르던 가계대출 증가 폭은 6·27 대책 이후 7월 절반 이하인 2조 7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8월 다시 4조 원대로 반등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30조 3000억 원)과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1000억 원)이 각 3조 9000억 원, 3000억원 불었다.

대출 대책 가운데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6·27가계대출 대책과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의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는 9.7주택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서울 아파트 가격의 안정 여부가 10월 금리 향방을 결정할 듯

이수형 금통위원은 작성을 주관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성장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특히 구조적 저성장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신용 집중도가 큰 국내 여건에서는 주택시장을 자극해 금융 불균형 심화와 주거비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경제의 활력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해지면서 구조적 문제가 더 악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10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 여부를 쥔 키는 서울 아파트 시장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지금 같은 상승추세를 유지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매우 어려울 성 싶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9월 1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