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전 고용형 경기침체’ 국면 진입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드라이브에도 미국의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단계에 돌입했다. 경기침체가 도래했는데도 고용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는 ‘완전 고용형 경기침체’가 미국을 강타 중이다.
완전 고용에 가까운 미국의 노동시장
고용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대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지난 2일 미 노동통계국은 올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전월 대비)는 33만 9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기준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만 개)를 아득히 상회한 수치다. 한 달 전인 4월의 29만 4000개보다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최근 12개월 평균(34만 1000개)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이 활발했다.
미국은 올해 신규 일자리만 160만 개에 이른다. 고용률은 60%를 계속 웃돌고 있고, 실업률은 무려 16개월째 3%대에서 안정적으로 머물고 있다.
심지어 4월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1010만 명에 이르렀지만 일하려는 노동자 수는 그 절반 수준인 570만 명에 그쳤다.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1.8건으로 전월(1.7건)보다 더 늘어났다. 실업자 대비 구인 건수는 팬데믹 이전에는 불과 1.2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미국의 고용시장은 경기정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뜨겁기만 하다.
이미 경기침체에 돌입했는데… 둔화된 노동생산성이 문제?
하지만 거시지표는 정반대로 말하고 있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소득은 지난해 4분기 -3.3%, 올 1분기 -2.3%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상 선진국에서 경제성장률이 2분기 이상 마이너스(-)를 이어가면 경기침체(recession)로 본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이미 미국은 경기침체에 들어간 셈이다.
흔히 고용을 가장 후행하는 지표라고들 말한다.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고용이 회복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미국에선 고용이 경기에 앞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용이 느는데 실질 국내총소득이 준다는 것은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노동생산성은 연율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1% 감소했고, 1년 전보다는 0.8% 낮아졌다. 전년 동월비 기준으로 노동생산성이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194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최장기 하락이다.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생각보다 훨씬 험난할 지 모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이렇게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원인이든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면 고용위축은 나타나기 어렵다. 따라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하는데, 이는 고용위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와 시간과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