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칼럼] 신생아특례와 매입임대로 집값 떠받칠 결심?



신생아특례와 매입임대로 집값 떠받칠 결심?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집값 떠받치기에 진심인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집값 떠받치기를 위한 정책수단들을 내놓았다. 신생아특례 부부합산소득 기준을 사실상 없애고 매입임대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신생아특례 부부합산소득 기준을 사실상 없앤 건 저출산대책의 외피를, 신축매입임대 위주의 매입임대 대폭 증가 계획은 주거안정이라는 외피를 각각 두르고 있지만 이면에는 집값 떠받치기라는 논리가 작동 중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고의 저출산대책이자 최적의 주거안정대책이 집값의 하향안정임은 삼척동자라도 알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진 윤석열 정부만 이런 사실을 한사코 외면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신생아특례 부부합산 소득 기준 2억 5000만 원으로 올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정책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구입자금 대출 대상 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29일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1억 3000만 원으로 뒀다가 지난 4월 초 ‘부부합산 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건 이 상향이 적용되기도 전에,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단 주택 가격·면적과 자산 기준(4억 6900만 원)은 온존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은 지금까지 6조 원가량(구입자금·전세자금 합산) 들어왔다. 연말까지 10조 원이 소진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파격적인 금융대책을 저출산 대책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상위 2%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장기저리의 대출을 해서 집값 떠받치기를 획책 중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변화, 출처 : 국토교통부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변화, 출처 : 국토교통부



매입임대도 8만 호에서 12만 호까지 늘려 

윤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매입임대주택 12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된 ‘하반기 매입임대주택 신속 공급계획’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의 70%를 수도권에서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매입임대주택 총 12만가구 중 7만 5000가구는 신축 주택을 사들여 무주택 저소득층·청년에게 시세의 30∼50%에 임대하는 ‘신축 매입임대주택’이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한 후 무주택 중산층 가구에 시세의 90% 수준으로 전세를 놓는 ‘신축 든든전세주택’은 1만 5000가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존에 지어진 비아파트 1만 가구를 사들여 시세의 90% 가격으로 최대 8년간 공급한다. 이 역시 ‘신축 든든전세주택’에 해당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HUG가 경매 낙찰받은 주택을 전세로 공급하게 된다. 준공 주택을 매입해 시세의 30∼50%로 공급하는 ‘기축 매입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만가구다.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출처 : 국토교통부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출처 :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 신축 매임임대주택 공급 목표 물량인 4만가구를 달성하기 위해 이 중 대부분(3만 3000가구)을 차지하는 LH 물량의 월별 이행계획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업무 기간을 줄이고, 매입 심의 횟수를 늘려 매입 약정 체결 기간을 7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신속한 주택 매입을 위해 LH 수도권 매입 총괄관리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 40명을 충원한다.

특기할 대목은 건설 원가 상승을 고려해 정부가 지원하는 매입 단가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지점이다. 지금은 정부가 재정으로 LH와 지방공사 등에 실제 매입가의 66%가량을 지원하는데, 이 비율을 높인다는 뜻이다.


지금은 정부가 개입할 때가 아니라 시장에 맡길 때

윤 정부가 신축위주로 매입임대주택량을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무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윤 정부가 표방한 명분 이면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가 어렵다. 

먼저 굳이 지금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면서까지 빌라와 연립(정확히 말하면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을 애초 계획 보다 4만 호나 늘려야 할만큼 빌라와 연립 임대차 시장에 교란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상승 중인 아파트 전세 시장에 비해 비해 연립·다세대주택은 역전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022년 1~5월 전세 거래가 이뤄진 빌라와 연립 임대 주택 4만 2546건 중 올해 같은 기간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1건 이상의 거래가 발생한 9653건을 분석한 결과, 약 46%인 4437건이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전세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보다 전세 보증금은 평균 4%(979만원) 내렸다. 역전세 거래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3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왜 정부가 매입임대를 대폭 늘리려는지 알 길이 없다.

매입임대가 주로 신축매입임대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도 미심쩍다. 정 필요하다면 소요를 정확히 파악해서 구축매입임대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텐데 윤 정부는 굳이 신축매입임대를 고집한다. 대한민국에는 정부에게 비싼 값에 신축 빌라와 연립주택을 떠넘기려는 땅주인, 시행사, 건설사가 부지기수다.
 

집값 하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정부가 적절하지도 않은 시기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신축매입임대를 강행한다면 빌라와 연립주택시장은 강력한 지지대를 획득하는 셈이고 이는 오히려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빌라와 연립 같은 비아파트 시장이 동요해 인근 아파트 시장과의 간격이 줄어들면 아파트 시장도 움직일 수 있다. 혹시 윤석열 정부가 겨냥하는 목표가 이런 도미노 사태의 발생인가?

각설하고 윤 정부는 적어도 지금은 빌라와 연립시장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 시장을 관망하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주택이 나오면 이를 헐값에 주워담으면 된다. 정부는 토지나 주택가격이 폭락할 때 이를 주워담아야지 토지와 주택가격이 한창 높을 때 시장에 매수자로 등장해 시장 가격을 더 높이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곤란하다. 

윤석열 정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최고의 저출산 대책과 최적의 주거안정 대책은 다름 아닌 집값의 하향 안정화라는 사실이다. 윤 정부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도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윤 정부라고 그런 이치를 모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는 법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6월 21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