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칼럼] 트럼프 집권하면 미국 금리 인하 물 건너 가나




트럼프 집권하면 미국 금리 인하 물 건너 가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국채수익률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자산 가운데 미래를 가장 정확히 반영한다고 알려진 채권수익률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감세를 할 것이고 세수결손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발행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시장이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국채발행잔액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GDP의 80%에 육박 중인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시대에 국채발행이 폭증한다면 국채수익률은 치솟을 것이고 시장금리는 내려올 길이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만을 학수고대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높아지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 일제히 고개 든 미 국채수익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몇 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30년 만기 국채의 경우 전 거래일보다 9bp(1bp=0.01%포인트) 올라 연 4.65%를 기록했다. 지난 5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에 근접했다

 

시장에선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채권시장이 요동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세금을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많이 썼는데, 이는 국채 발행 증가와 금리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날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트럼프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 것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관련 재판이 11월 대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낮아졌고, 이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시장에선 ‘장기 금리 상승에 베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국채발행잔액은 이미 GDP의 80% 육박

 

문제는 이미 미국의 국채발행 잔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2023회계연도의 국채 총 발행액은 19.9조 달러, 순발행액은 2.0조 달러로 2019년의 2배 규모다. 또한 연준 보유분을 제외한 시장성 국채 잔액은 현재 22.6조 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물경 3경 10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GDP 대비로는 79.8%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미국 국채를 사 줄 큰 손들도 예전만 못하다. 중국과 일본은 미 국채보유량을 줄이는 중이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국채매입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트럼프 2기 시대가 개막하고 국채를 시장에 쏟아부으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는 건 불을 보듯 명확하다. 국채수익률이 폭등하면 시장금리는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출처 : 블룸버그, 재인용 : 국제금융센턴

출처 : 블룸버그, 재인용 : 국제금융센터

 


미국 시장금리 인하에만 목매는 윤석열 정부, 일장춘몽?

 

트럼프 2기가 열리건 그렇지 않건 간에 미국의 국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폭증하는 건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내려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만 단행되면 그 동안 계속 뒤로 미루기만 해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경제 현안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시장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채의 수급상황을 보면 이런 윤 정부의 기대가 허망할 수 있음을 단박에 알게 된다.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올 것이라고 확신했던 미국의 시장금리 인하가 기약없이 연기되고 고금리가 시장의 뉴노멀이 될 때 어떤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질지 벌써부터 두렵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7월 3일> 원문보기